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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서서

농촌의 겨울 - 논물 관리, 저수지 얼음깨기

by 아름다운비행 2005. 12. 21.

 

 힘찬 도끼질, 고려저수지의 얼음을 깨고 있다.

 

  얼음을 다 깼네요. 

 

  여기는 또 다른 저수지, 인산저수지.

  강화읍에서 외포리 가다가 길 바로 왼쪽에 있는 저수지.

  이 놈의 얼음, 보통 때려서는 깨지지도 않아요.

  물넘이엔 얼음은 물론, 각락판 사이로 흐르는 물까지 있어 아주 미끄럽습니다.

 

  인산지의 얼음은 다 깼는데, 저 얼음 두께가 벌써 보통이 아닙니다.

  요즈음에 벌써 20cm 정도나 됩니다.

 

 

 

우리 공사의 최일선 부서, "지소"

주 임무가 저수지 물을 논에 대주는 일이다.

보통 영농준비가 시작되는 2월경부터 일이 시작되었다가

가을걷이가 시작되기 직전,

마지막 물대기가 끝나는 9월 말 경에 일이 끝난다.

 

영농기엔 물대주는 일이 장난이 아니다.

물 싸움은 국가간에 전쟁도 불사하는 법.

개인간의 물대기도 경쟁이 보통이 아니다.

 

논에는 늘 물이 잠겨 있는 게 아니다.

벼는 물을 좋아하는 식물일 뿐이지, 수생식물은 아니다.

 

때맞춰 물을 댔다간 빼주고 또 대주고 또 빼고를 반복해 줘야 하는 식물이다.

그런데 평야지대인 여기는 물대주는 끝까지 가는데 1주일씩이나 걸린다.

비탈진 지대에서는 물을 내리면 반나절 정도면 끝까지 가기도 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오래 걸리는 곳이다.

 

오래걸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끝 부분에서 물을 겨우 댈 때쯤이면

앞부분에선 이미 물을 한 번 댔다가 빼고 다시 받을 시기가 된다.

그러니 맨 끝 부분(우린 '수말지구'라 부른다)에선 물 때문에 아우성이 나게 마련.

 

이 문제는 여기 같은 경우 구조적인 문제라서

일년 내 이 문제를 가지고 싸우다가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다.

다들 내논에 물을 먼저대려고 하니까

앞에서는 우선 내 논부터 대려고 하니까.

 

 

 

그런데 영농기가 아니라고 해서 일이 없는 게 아니다.

정기적인 시설물 점검 외에도,

추운 곳의 경우는 저수지 관리가 또 장난이 아니다.

보통 저수지 물을 조금이라도 좀 더 가둬두자고

저수지 물이 만수위가 되었을 때

물이 넘쳐 흘러나가게 되어있는 부분(‘여수토 방수로’, 우리 말로는 물넘이라고 한다)

비닐로 둘러싼 나무판(우리는 '각락판'이라고 한다)을 대곤 물을 더 잡아놓는다.

그러면 저수지의 만수위보다 대략 50~60cm정도 물을 더 높이 잡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 물은 대략 따졌을 때

봄에 못자리 할 정도의 물을 추가로 더 확보해 놓는 셈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추운 겨울에 저수지가 얼어붙으면

얼음이 이 나무판을 밀어낸다는 데 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매일 또는 이틀에 한 번씩 저수지 물넘이에 가서

도끼로 얼음을 깨주는 방법밖에 없다.

 

이 작업이 보통 작업이 아니다.

추운 겨울, 여기 강화 같은 경우는 바닷바람 속에서 얼음을 깨야하는데,

처음 깰 때는 도끼가 튄다.

그 무게에 몸은 휘청거리고..

한 부분부터 깨 나가기 시작하면

찬 물이 튀기 시작하는데,

머리칼에 묻은 물방울은 바로 그대로 얼어 붙어

얼음을 다 깰 때쯤엔

머리카락이 얼음구슬로 덮일 수 밖에 없다.

 

저수지의 물넘이 부분은 여름엔 이끼로,

겨울엔 얼음으로 엄청 미끄러울 수 밖에 없는 곳.

넘어지거나,

만에 하나 도끼질이 힘에 부쳐 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큰 일.

 

그런저런 위험을 무릅쓰고

지금도 우리는 이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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