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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서서

우리 쌀산업은 어디로?

by 아름다운비행 2005. 11. 24.

쌀협상 국회 비준동의안의 표결에 관련해서 몇 가지 좀 생각해 보자.

 

1.

어제, 2005. 11. 23일, 세계무역기구(WTO) 쌀 관세화 유예 협상에 대한 비준동의안이

협상타결 11개월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

 

전국농민들의 거센 반대집회,시위 속에서 전자표결을 강행해

재석 223명 중 찬성 139, 반대 61, 기권 23표로 비준동의안을 가결했다.

 

열린우리당은 당론을 찬성으로 기정했었고 한나라당은 한나라당은 당론없이 자유투표로 표결에 참여했고 민주노동당은 당론을 반대로 결정했었던 상태에서의 표결이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하는 등 격렬히 반발했지만 비준안 동의를 막지는 못했다.

 

 

2.

격한 농민 시위.

 

걱정하는 이는 많아도

해법을 제시해 줘야 할 이들은 침묵 내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쌀개방.

난 개인적으로는 정치인을 믿지는 않지만,

 

미우나 고우나 그들이 내가 사는 방식을,

내가 살아야 할 삶을 어느정도나마 규정지어 주기 때문에

그들을 도외시하고 살 수는 없는 게 현실 아닌가.

 

신문 방송에서는 농민들의 격한 시위 모습을 주로 방영한다.

보도를 내보내는 의도야

있는 사실을 정확히 전달해주는 것이 "언론" 그 본연의 임무라 하지만,

그 흔한 해설기사 같은 것은 왜 제대로 못하고,

 

한다고 해도 왜 그리 할애해 주는 시간이나 지면이 그리 작은지.

그것도 주로 신문 같은 경우는 사회면에 실어주는지.

 

 

3.

농민들의 요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절망"이다.

지금 농촌의 분위기는 앞길도 모르면서 무조건 선장이 가라는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같은 배"에 탄 한 무리일 뿐이라는 게

내 느낌이다.

 

내가 이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무력감...

 

배운거라고는 땅 파서 씨앗 뿌려 곡식 거두는 것 밖에는 모르는 이들.

그리고 그나마 일부 젊은이들은

그래도 농사에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혹자는 나가봐야 할 게 없으니까,

농사를 지을 수 밖에 없는 현실.

 

 

우리나라의 평균 자경면적이 얼마나 되는지?

 

"평균"이라는 말이 또한 얼마나 모호한 개념인지?

 

50, 50, 50의 평균은 50이다.

60, 50, 40의 편균도 50이다.

100, 50, 0의 평균도 50이다.

 

위 세 집단중 어느 집단이 가장 "평균"이라는 개념을 잘 보여주고 있나?

 

지금 농촌에서 쌀농사를 짓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 그룹중 가장 나중의

"100, 50, 0"의 모습중

"0"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WTO 체제에서 인정하지 않는 이중곡가제를 없애 정부의 추곡수매가 없어졌다.

내년부터는 농민들이 쓰는 면세유도 없어진댄다.

지금 농민들이 기름값 제대로 주고 농사를 지으면 뭐가 남나?

 

지금도 본인과 가족들의 인건비를 생각지도 않고

일년 농사지어 봐야 3,000만원도 채 안되는 소득을 갖고 살고들 있는 이들이 많은데.

 

 

어느 농민이 자기 소유 논  5,000평을 짓는다 치자.

그럼 개략 수입이 얼마나 되나?

보통 200평에 쌀 3.5~4가마가 나온다.

4가마면 아주 잘 나오는 논이다. 보통은 3가마 반이 나온다.

 

그러면 5,000평이면 (5,000/200)*3.5 = 87.5가마.

 

쌀 한 가마 값이 18만원(20kg 한 포대에 4만5천원)이라 치자.

87.5가마 * 180,000원 = 1천5백75만원.

1천평 쌀농사 지으면 315만원 꼴의 수입이다.

 

우리 농촌에 1만평 이상 짓는 사람,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남의 논을 지어주면 보통 1/3은 주인 주고, 1/3은 이런저런 경비로 나가고, 1/3을 먹는다.

남의 논 5,000평 더 짓는다고 해도 농사짓는 이가 먹을 수 있는 순수익은 525만원.

 

더구나 여기 삼산은 섬이다 보니 임차농의 경우 아직도 7:3, 6:4가 존재한다.

보통은 땅주인이 3을 먹고 농사짓는 이가 7을 먹으면서 경비까지 부담을 하는데,

여기는 보통 5:5이면서도 경비는 농사짓는 이가 부담한다.

실질적으로는 6:4가 넘는 비율에.. 거의 7:3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농사져서 겨우 3~4할 먹고 거기에 경비까지 부담하고 나면

5,000평 농사져야 500은 커녕 300만원 정도 먹고 마는 것이다.

 

내 논 5,000평에 남의 논 5,000평까지 해서 1만평을 농사지어도

내가 먹을 수 있는 수익은 1,575만원 + 1,050(525*2) = 28,000만원 --- 경비 제하기 전 수익이다.

 

1년 죽어라 농사짓고 가을 수확까지 물 대랴, 큰 바람 불까, 큰물 질까, 가뭄들까, ...

몸과 마음이 고생한 보상이다.

 

여기서 경비 제하고 진짜 순수익이 얼마나 되나?

시중가가 18만원이지 농민이 내는 값은 지금 15만~16만원선 아닌가.

실제 수익은 더 작다.

 

여기 강화 삼산면 같은 경우는 1만평 이상 농사를 지으면 삼산면 전체에서 30위 안에 든다.

내 논이든 남의 논이든 가리지 않고.

전체농가수는 420여 농가.

그들중 대부분은 년 3천만원 내외의 수익에서 경비를 제하고 나면

년 2천만원 조금 넘는 수익을 가지고 애들 가르치고, 결혼시키고.. 그러고 산다.

 

또, 애들 크면 도시로 내보내 공부시키느라 보통 두 집 살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모습은 여기뿐만이 아니다.

전국 거의 모든 농가가 그러고 산다.

 

지금 저 남녁 일부농민들은 인천, 서울, 수원까지 올라와선

쌀 80kg짜리 한 가마에 심지어는 12만원에도 팔고 있다고 한다.

원가라도 건져보겠다고.

 

1년 농사져서 한 가마 12만원 받아서 왔다갔다 기름값 제하고 나면 뭐 남나?

인건비는 그만두고라도말이다.

 

 

소위 정치하는 분들,

금뱃지 달고 있는 분들,

중앙정부에서 정책 수립하고 있는 일부 분들,

 

이런 농민들의 사정을 얼마나 헤아리고 있을지?

얼마나 내 일처럼 생각해서 고민을 하고들 계신지?

 

세비나 올리고 자신들 봉급이나 생각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론 이 얘기는 내 스스로의 울분의 표출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4.

난 개인적으로 '농업인'이라는 말보다는 '농민'이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농업인'이라고 불러주면 그들의 사회적인 입지, 지위 같은 것이 올라간다든가??

 

다만, 법적으로는 '농민'이라는 말은 없어졌고

'농업인'이라는 말이 공식용어이기에 공적인 때는 '농업인'이라고 나도 그렇게 쓰기는 한다.

 

지난 11월 11일은 정부에서 정한 "농업인의 날".

 

그러나 농업인의 날인 줄 아는 이가

도시엔 과연 얼마나 될까?

그날도 신문 방송에선 쌀개방 관련 이런저런 얘기 쬐끔 비치다 말았던 것 같다.

 

오히려 애들에게만 상식(?)이 되어 버린 '빼빼로 데이'라는 것에 대한 얘기만이

더 많았던 같다.

대중매체의 역기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날.

일부 청소년이 그렇다고 해도,

장사하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해도,

신문 방송에서 그렇게 해마다 '얄팍한 상혼', '국적불명의 기념일', '기원이 어느 나라'...

이런 거 얘기 안해주면 오히려

지금처럼 전국적인 행사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문, 방송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을까?

시청률이, 발행부수가 자기네들 밥 먹여주니까?

 

지난 11월 11일,

강화에서 안양까지 다니는 나는 금요일 저녁이니까

당연히 집에 가는 날.

 

중고등학생들마다, 심지어는 초등학교 학생들 일부까지도,

작고 큰 선물을 안고 버스를 타는 애들이 적지 않음에 적지 않이 놀랐다.

청소년들에게 그 날이 그렇게 대단한 날인가?

그런 날 선물 못받으면, 선물 못 주면 큰일 나는 날인가?

소위 '시골'에 사는 청소년들도 그럴진대...

그들은 그 날이 "농업인의 날"인줄을 알았을까?

혹시 아는 애들이 있었다면(아는 애들도 있었겠지요, 당연히), 그 수는 얼마나 될까?

 

논리의 비약이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쌀산업이 처한 위치가

그 날의 청소년들 모습에서도,

그 날이 농업인의 날임을 대중매체에서도 거의 취급해 주지 않았던 모습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농업에 관련된 많은 이들은 그런다.

아니, 농업에 관련된 말을 하는 때는 비관련자라도 그런다.

"농업은 생명산업"이라고.

 

그러나 각자 자신의 현실로 돌아오면

20kg 짜리 쌀 한 포대의 값이 얼마인지를 따진다.

어디서는 특판행사로 3만원 짜리도 팔았는데

5만원이면 비싸지 않은가 라고.

더구나 5만원을 넘어 6만원을 넘는 쌀도 있음에랴.

 

'쌀맛, 요즘에야 압력밥솥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밥해보면 거기서 거기지' 하는 이들도 많다.

 

이것이 우리가 느끼는 생명산업의 하나인,

더구나 주곡이라고 불리는 쌀산업 - 우리가 하던 말로는 "쌀농사" - 의 현주소다.

 

 

5.

내년부터는 일반가정에서 밥을 지어 먹는 쌀까지 수입이 된다.

그러면 쌀값은 얼마나 떨어질 것인지?

어느 농민단체에선 올해보다 15~20%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도 생산지인 시골의 살값은 작년에 대비해 많이 떨어졌다.

작년에 수매할 때 보통 여기 같은 경우 17만원 정도는 됐다.

올해는 보통 15만 몇 천원 선.

작년 대비 10% 정도가 하락 된 셈.

 

물론..

정부에서는 WTO체제 하에서 용인해주는 범위 안에서 "시중가" 85%선까지는 보전해준다니까,

쌀 1가마에 16만 7천원선 소득은 될 것으로 예상하고는 있다.

 

그런데 우리가 도시에서 사먹는 쌀값도 그렇게 많이 싸졌나?

산지 값만 떨어졌지, 도시에서의 소매가격은 그렇게까지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럼 그 차액은 누가 먹나?

올해 같은 경우, 미곡유통 과정에 있는 사람들은

작년대비해도 전혀 수익이 줄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줄어도 아주 작은 폭일 것이다.

결국 농사짓는 이만 수익이 줄어든 것 아닌가 싶다.

 

 

 

해도 해도 할 말이 많지만...

쌀협상 국회비준 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아주 착잡하다.

 

대책강구도 없이,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명시적인 말도 없이,

동의안만 통과시켜 놓으면 어쩌자는 건가?

 

오늘 점심에 동네 형님들 몇과 식사를 하면서도

내년엔 어떻게 해야 할지..

농사를 짓긴 짓지요.

아는 게 그것 뿐이니까.

배운 게 그것 뿐이니까.

 

도시민들과의 직거래를 추진하고 있고

한 아파트 단지와는 거래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그건 미봉책일 뿐.

 

나마저 이렇게 답답해만 하면 안되는데,

소위 나도 농림분야의 준공직잔데,

나도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답답하다.

정말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