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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서서

쌀 1가마 20만원? 비싼가요?

by 아름다운비행 2005. 11. 1.

1.

오늘은 동네 형님이

숭어 5Kg을 2만원에 사선

사무실로 내려보냈다.

 

중학교에서(여기는 중학교가 하나 뿐이지요)

학예횐지.. 교내행사를 히면서

초청장을 보내

삼산면 사람들이 많이들 오는 날.

 

거기에 숭어를 팔러 누가 왔댄다.

그걸 사서 내려 보낸 것인데.....

 

오늘은 동네 형님들

 (여긴 주로 애들이 인천에 많이 나가 산다. 그래서 두 집 살림하느라 힘겨워 하고 있다.)

애한테 간다고 쌀 몇 푸대, 고구마, 찬거리.. 해서

들고 나가는 분,

어머님 외지 병원에 입원하신데 가본다고 나가계신 분,

동지규합이 잘 안될 여건인데.

 

그래 이리저리 연락해 몇 분이 모여선

회 떠서 먹고

희희낙낙하며 다들 헤어진 후엔

말 그대로

공적만이 남는다.

 

올해는 소출도 줄어데다

쌀금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기름값을 비롯한 모든 물가는 올라

비용은 더들어갔는데..

 

그래도 소주 한 잔을 앞에 놓곤

잠시나마 그 시름을 잊고 사는 사람들.

 

누가 이 순박한 사람들을 몰아세우는가?

누가 경제원리를 앞세워

이 땅밖에 모르는 이들을 절망케 하는가?

 

물론

세계 각국이 모여 합의한 사항을 번복하거나 거부할 수는 없는 일.

우리가 먹을 양식시장마저도 완전공개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임에야

누가 이를 부인하겠는가.

 

 

2.

지난 주말

그동안 여기 농민단체중 하나를 맡고 있는 형님과 얘기한 것중 하나를

시도해 볼 요량으로

우리 집 주변의 아파트 부녀회장님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한 곳은

마침 토요일에 임원모임이 있다길래

모임 후 10분 정도만 할애를 해 달라고 부탁드려

저녁 8시에  자치센타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었다.

 

10분전에 가서 기다리는데

안오시네.

 

임원들과 얘기중에 하지 말자고 논의가 된 것은 아닌가

불안해 견딜 수가 없었다.

 

옛날에 가정방문하면서 책세일도 해봤고

좀약장사도 해봤지만

그 때야 학생신분일 때고

정히 안되도 집에서

밥이야 먹었으니까.

 

그런데 그날은 상황이 상황이니만치

쌀금은 떨어지고

팔 곳은 여의치 않아

남는 쌀 처분에 다들 고민하고 있는 걸

좀 도와주고 싶어

내가 먼저 꺼내서

대단지 아파트를 한 번 뚫어보자고 제의해

동의를 구한 상황인데

부녀회서 안만나주면

어떻게든 한 번 시도는 해봐야 할 상황이었으니까.

 

입술이 바작바작 타들어갔다.

담배냄새가 날까봐

첫 인상이 않좋을까봐

피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아도

참다가 참다가

두 대나 피웠다.

 

한 대 피곤 껌을 두 개나 씹고..

그래도 안오니 또 한 대 피곤

또 껌을 두개 씹고..

 

만약에 필요없다고 하면서

필요하면 지가 또 전화하겠지 하고 연락도 안주시는 거면 어쩌나.

 

15분 정도 지난 뒤

전화를 다시 드렸다.

조바심 내면서 전화를 드리니 지금 걸어가고 있으니 곧 도착한다고.

 

만난 시간이 8시 30분.

주부들이, 특히나 주말에 나를 위해 시간을 내주신 것만도

일의 성사를 놔두고라도 얼마나 황송한가.

 

가면서 일부러 석류음료를 사갔다.

석류가 여자들한테 좋은거니까.

 

음료수 한 병 드시는 시간 정도만 말씀드리겠노라 얘기하곤

이런저런 연유로

나도 준공직자로서 국가의 녹을 먹고 사는 사람이니

뭔가 지역주민들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잠시 시간 내주실 것을 부탁드리게 되었노라고 운을 뗐다.

 

좋은 취지라고 그래서 얘기는 한 번 들어보자고 해서 왔다는

부녀회장님의 말씀이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강화 석모도의 고시히까리라는 쌀에 대해 말씀드리고

몇 가지 더 말씀을 드리곤..

그래서 석모도와 쌀 직거래를 해보시라고 권유를 했다.

 

그 분들의 우선 첫 관심사는 쌀값이 비싸다는 것.

시중에는 14만원짜리 쌀도 있고 16만원 정도면 사는데

20만원이면 비싸다고.

 

 

3.

우리가 먹는 비용중에 가장 싼 것이 쌀값이다.

 

4인가족이 보통 한 달에 20Kg을 먹는다.

어떤 집은 20Kg 한 포를 갖고 한달을 넘겨 먹기도 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1년에 쌀 두 가마를 먹기가 쉽지 않다.

자녀들이 크면 애들도 아침 한 끼나 먹는 경우가 많고

남편도 그런 경우가 많고.

 

 

4인 가족이 년 평균 하루 2.5끼를 집에서 먹는다고 가정할 때

그 소비되는 쌀값을 따져본 이가 멀마나 될까?

 

 

쌀 1가마에 16만원이라고 했을 때

   2가마 * 16만원 = 32만원

   32만원 / 365일 = 876원/1일

   876원 / 2.5끼   = 350원 / 1끼

   350원 / 4인      = 87원 / 1인.1끼

 

    한 식구가 1끼에 87원이면 해결된다.

    1달이면 26,301원.

    하루에 876원이면 온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라면 하나에 500~700원, 시중의 자판기 커피 한잔에 300~400원인데.

    쌀값이 얼마나 비싼지 싼지가 바로 대조된다.

 

그럼 쌀 1가마에 20만원이라고 치자. 그러면 얼마나 드나. 

   2가마 * 20만원 = 40만원

   40만원 / 365일 = 1,095원/1일

   1,095원 / 2.5끼 = 438원 / 1끼     -----  1가마 16만원일 때랑 1끼에 88원 차이가 난다

   438원 / 4인      = 109원 / 1인.1끼

 

    한 식구의 1끼 비용이 109원. 껌 한 통 값도 안된다.

    1달이면 32,876원.                    -----  1가마 16만원일 때랑 1달에 6,575원 차이가 난다.

                                                          통닭 한 마리 값도 안된다.

 

이것이 우리가 느끼는 쌀값의 차이다.

1가마 4만원.

 

큰 차이라고 느껴지지만,

먼저 밥맛의 차이가 있고

하루, 한 달의 차액을 따져보면 큰 차이가 없다.

적어도 먹고 사는 데 큰 애로사항이 없는 도시민의 경우는 그렇다.

물론, 어려운 이들이야 한 푼이라도 싼 값의 쌀을 먹어야 하고

한 달 2만여원의 돈이 없어 그나마도 못먹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다.

 

부녀회 임원 분들과 얘기하면서

그분들도

"맞아.. 쌀값이 젤 싼거야" 하신다.

살림을 하는 여자분들의 감은 실물경제를 그대로 반영하는 현장감이기 때문에

절대 틀림이 없다.

"그런데 쌀값이 자꾸 떨어지니 농민들 어떻게 살아" 하면서도

1가마 20만원이라는 데서는 비싸다고 하신다.

농촌현실은 이해하지만,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갈 때는 또 내 살림살이를 걱정해야 하니까.

 

 

4.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올해 10월 14일 현재 쌀값의 현지시세가 「평균」14만1천원이라고 농림부는 발표했다.

 

「평균」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모호한 개념인가.

100, 50, 0점의 평균은 50점이다.

50, 50, 50점의 평균도 50점이다.

40, 50, 60점의 평균도 50점이다.

 

「14만1천원」이라는 숫자는 과연 10월 14일 현재의 농촌 쌀값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걸까.

불안해 하고 있는 농심을 얼마나 감안한 통계수치일까.

 

문제는, 곡류유통을 담당하는 일부 업자들이

산지에서의 수매값을 더 떨어뜨리려고 한다는데 있다.

 

여기의 경우를 보면

정부의 추곡수매제도가 올부터 없어지고

공공비축미제도가 시행되면서

비축미로 내거나 동네 정미소로 내는 값이

16만원.

그들은 그 쌀을 도정해서 20만원~ 22만원에 판다.

 

얼마나 미련한 농민들인가.

돈 빌려서 정미소를 먼저 차리면 연중 이리저리 얼렁설렁 살다가

가을 추수 전후해서만 일하면

1가마에 4만원 이상 남는데.

 

미련하게 1년을 논에 나다니면서 

못자리 앉히곤

잘 자라는지

모내기 하고 나선

혹시 얕게 심어져 물에 떠버린 모('뜬모'라고 한다)는 없는지

비가 안오면 안와서 걱정

많이 오면 논둑 터져 벼가 쓸려나갈까 걱정

벼의 개화기 때 날씨가 않좋으면 또 걱정

초가을볕이 쨍쨍해야 벼가 잘 익는데 해는 잘나야 하는데 하고 또 걱정

봄부터 가을까지

3시 반, 4시면 일어나 후라쉬 들고 논둑부터 나가보는 게 그들인데.

 

그 미련함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는 이들,

"농민" 그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미련함으로

우리의 땅을, 우리의 쌀산업을, 우리의 주곡을 해결해주고 있다.

 

 

5.

그들의 불안은

올해는 쌀값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가정에서 해먹는 밥용 수입쌀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얼마나 쌀금이 떨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정부에서도 곡류유통업자들의 가격담합을 단속한다지만,

 

동네 정미소만 가도

농민들은 『약자』이다.

 

판로가 없는 쌀,

그마나 거기서 안받아주면 어디다 파나.

쌓아두면 쥐가 파먹는데. 

 

너무 많은 이익을 남겨먹는다고 돌아서서는 얘기해도

앞에서는 말 할 수가 없는게 농민이다.

이 얼마나 여린 사회적 약자인가.

 

 

 

 

정말 제발이지

우리 집 주변 아파트 단지 몇 군데라도

직거래를 틀 수 있으면 좋겠다.

우선 첫 거래로 한 300가마 정도 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고

다만 100가마라도 거래가 트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 쌀의 밥맛에 대해서는

나도 인정한다.

그래서 자신있게 추천한다고 말씀 드리곤

여러분들이 잘 협의 하셔서 직거래가 성사되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말씀을 끝으로 일어섰다.

주말 늦은 시간에 가족들과 함께 하셔야 할 시간을 내주신데 대한 감사의 말씀과 함께.

 

꼭 성사가 되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