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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서서

들밥을 먹고 돌아서서

by 아름다운비행 2005. 10. 11.

오늘도 옆집 사시는 분이

오늘은 진료소 앞에서 벼베니까

12시쯤 나오라고.

 

밥 공짜로 얻어 먹으러 가는 손엔

들고 가는거야

1500원짜리 막걸리

한 두병인데..

그래도

그들은

함께 점심을 먹어주는(?) 것을

아주 즐거워 한다.

 

물론

불러주는 것 자체가

아주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할 일이나,

그렇게 먹는 밥은

얼마나 맛있는지.

 

숟가락 놓자마자

서둘러 콤바인 다시 돌리고

경운기에 매단 트레일러에

벼 받을 쌀자루 다시 매고

볕이 기울기 전에 일을 마쳐야 하니까

점심 먹는 것도 바쁘다.

 

벼를 다시 실어와선

건조기에 집어넣고

뽀얀 먼지 속에

그래도 그들의 표정은 행복하다

 

작년엔 여기 고시히까리 22만원까지 냈다는데..

올해는 16만원에도 못미칠 것 같다.

 

수확도 작년 대비할 때 다소 줄었다.

1,000평 기준으로 약 쌀 한 가마 정도 덜 난다고 한다.

 

여기는 소작하는 논은 아직도 5:5.

거기에 농사짓는 비용, 종자, 농약, 비료, 기름..

모두 소작인 부담이니

실제로는 6:4정도 되는 셈.

 

쌀값은 떨어진다 하고

수확은 줄고

이런저런 비용은 오르고

 

진짜 우리나라 쌀농사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과연 살아날 수는 있을지

 

예산을 담당하는 일부 공무원이라는 분들,

값 싼 외국쌀 사다 먹으면 되지 하는 말까지 하더라고 전해 들었는데

그런 말 여기선 못한다

내가 직접 들은 말도 아니고,

아마 그런 말을 한 사람은

고향이 농촌이 아닐 것은 분명할 터.

 

올해부터는 정부의 추곡수매도 없어지고

대신에 농협 또는 RPC를 통한 비축미 수매제가 시행되는데,

그 물량이라는 게 너무 적다

 

오늘 웃는 그들의 그 얼굴 속엔

이 쌀을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하는 그늘이 숨어 있다.

수매하고 남는 물량은 어떻게 팔아야 하나.

 

산지 쌀값 떨어진다고

도시에 사는 서민들이 먹는 쌀값도 떨어지나?

과연 얼마나 떨어질까?

 

 

시골의 한 모습.

당장 눈 앞에 벼 낟알이 수북히 쌓이는 모습엔

웃음지으면서도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그 모습들.

 

또, 앞으로 5~10년 후면 시골엔

과연 벼농사 짓겠다고 남아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금도 60~70대 분들이 반이 넘는데,

그들이 더 이상 농사지을 기력이 안되면

그나마 한 10년이라도 젊은 이들에게 그 논이 다 돌아올 수 있을까?

정말 단순계산으로 짐작할 수 있는 내일이 아니다.

 

지금도 전국 어디나 부재지주의 논이 이미 거의 반을 넘은 상태에서

농사지을 사람이 얼마나 될 지,

벼농사로 살아갈 수 있다고 남아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될 지.

 

* RPC : 미곡 종합처리장. 벼를 농민들에게서 사들여 쌀로 도정해서 상품화시켜 유통시키는 곳.

            정부지원으로 만든 대규모 정미소라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