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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모습

끊임없는 변신, 연기자 설경구, 이휘향

by 아름다운비행 2005. 8. 21.

연기자는 고무줄인가?

쉬운 말로 변신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극중 배역으로 녹아들어가는 과정은 상당히 어려운 것일텐데.

연기자중에서도 잘한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역시 뭔가 다르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꾸준히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설경구, 이휘향 두 사람에 대한 기사를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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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멜로영화 찍는 설경구

 

 

 울먹이던 어린애가 엄마 얼굴을 보자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듯 시종 찌푸려있던 하늘이 전주 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거센 소낙비를 토해냈다.

 

산수 수려한 이곳 동상 저수지에서는 한폭의 수채화 같은 멜로영화 '사랑을 놓치다'(감독 추창민, 제작 시네마서비스)의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제목이나 로케이션 장소, 여주인공(송윤아) 등 전체적으로 멜로영화다운 조건이 고루 갖춰진 듯 하지만 한가지 어색해보이는 '요소'가 있었다. 바로 남자 주인공 설경구(37)의 모습이었다.

 

'역도산' '실미도' '공공의 적'의 바로 그 설경구였다. 이 남자, 갑자기 180도 '돌변'한 이유가 뭘까. 도대체 어울리는 옷을 입기나 한 것일까. "어깨의 힘을 빼고 싶었다"는 그와 저수지에 퍼붓는 비를 피하며, 감상하며 대화를 나눴다.

 

 

 

▲디테일을 다시 한번 따지고 싶었다

 

설경구가 멜로영화를 찍고 있다. 그것도 아주 감성적이고 잔잔한 느낌의 작품이다. 한동안 강도 높고 센 캐릭터들만을 파고들었던 그 아닌가.

 

"몇년 새 덩어리가 크고 선 굵은 영화들을 많이 했더니 디테일이 살아있고 아기자기한 짜임새가 있는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최근작들이 대의나 개인이 짊어지기 버거운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라 마음에 들었다. 아마 내가 찍은 영화 중 가장 예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말 그대로 어깨의 힘을 빼고 싶었던 것이다. 남들이 하기 힘든 '거창한' 작품들에서 '독하다'는 소리를 들어가며 연기력을 뽐냈던 그이지만 그 사이 자신을 돌아볼 여유는 없었던 것.

 

"연기자로서 디테일을 다시한번 따지고 싶었다. 강한 연기는 오히려 쉽다. 연기를 안 하는 것이야말로 어려운 것이다. 이런 일상적인 연기는 감정 조절이 어려운 법이다."

 

그는 덧붙여 한가지 농담을 했다.

 

"'공공의 적2' 인터뷰 때 만난 모든 기자들이 나더러 '멜로영화 안 찍냐'고 물었다. 그래놓고 이번에는 왜 멜로영화 찍냐고 묻고 있다."

 

 

▲사랑은 나이와 상관없다

 

그는 극중 고등학교 조정코치다. 촬영을 앞두고 미사리에서 한달여 동안 1대 1 조정강습을 받았다.

 

"내가 조정을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너무나 낯선 스포츠이고 쉬운 운동이 아니다"는 그는 "극중 조정은 잔잔한 영화에 역동성을 가미하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꽤 거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이 말하는 까닭은 2000년 전도연과 함께 찍은 멜로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와 비교하기 위해서다. 이 영화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설경구는 "일상적인 연기라는 점에서 그때와 비슷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남자 캐릭터는 이번이 훨씬 매력적인 것 같다"며 웃었다.

 

'사랑을 놓치다'는 대학동창인 우재와 연수의 10년에 걸친 사랑의 줄다리기를 그린다.

극중 20대에서 30대까지의 사랑을 표현한 그는 "사랑은 나이와 상관없다. 돌이켜보면 오히려 20대가 더 보수적이다. 이제 막 어른이 됐다고 그러는 것 같다. 반면 30대 사랑은 그에비해 어려진다. 영화 속에서는 그 두 사랑을 섞어서 표현했다"고 밝혔다.

 

▲7개월간의 탈출

 

설경구는 지난 1월말 '공공의 적2'를 개봉시킨 후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자기만의 시간을 가졌다. '역도산'에 이어 곧바로 '공공의 적2'에 출연하면서 그야말로 연료가 바닥났던 것.

 

그 사이 그는 사이판 티니안섬, 미국 시카고, 일본 홋카이도 등지를 두루 여행했다. 또 골프에도 입문했다.

 

'어울리지 않게 왠 골프냐'며 핀잔을 줬더니 "골프 치면서 '신동'이라는 소리도 들었다"며 껄껄 웃은 그는 "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친구가 한번 해보라며 연습장 등록까지 해버리는 바람에 시작했다. 그런데 영화 시작하니까 골프채를 잡아보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쉬면서 그 좋아하는 술도 많이 마시는 바람에 한때 86㎏까지 살이 붙었던 그는 독한 성격답게 '사랑을 놓치다' 크랭크 인을 열흘 앞두고 감량에 돌입 78㎏을 만들었다.

 

꿈 같은 휴가를 보내고 촬영장에 돌아온 소감을 물었더니 천상 배우다운 소리를 늘어놓았다. .

 

"7개월간 휴가를 지냈는데 도무지 쉰 것 같지가 않다. 그렇다고 쉬면서 촬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역시 재충전은 영화를 찍으면서 해야하는 것 같다." (전주=연합뉴스)

2005.08.19 13:46 입

 

* 기사출처 : http://ilgan.joins.com/enter/200508/19/200508191346275132070000070100070107.html

 

 

 

 

'시골 촌부역' 이휘향, 썬탠하고 영화 데뷔

 

 

 

베테랑 중견 탤런트 이휘향이 멜로영화 '사랑을 놓치다'(감독 추창민, 제작 시네마서비스)를 통해 처음으로 스크린에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그 출연 배경이 흥미롭다. 시골 촌부 역이라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다. 출연을 결정한 후 그는 바로 선탠을 '지독하게' 했다.

설경구, 송윤아 주연의 '사랑을 놓치다'에서 이휘향은 송윤아의 엄마 역으로 시골에서 양식장을 경영하는 아낙네다. 볕에 그을린 새까만 피부의 순박한 캐릭터. 드라마 '봄날' 등에서 보여준 그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지극히 화려하고 강렬한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캐릭터인 것.

 

 드라마 <봄날>중에서

최근 전주 촬영장에서 만난 이휘향은 "내 도시적인 화려함과는 전혀 다른 면을 봐준 감독의 시선이 너무 고맙고 좋았다. 그래서 시나리오나 영화 내용도 듣지 않고 출연을 결심했다"며 웃었다.

그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역이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늙은 창녀이고 또 하나는 대자연 속 인물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것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사랑을 놓치다'에서 그는 그야말로 대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인물이다. 경관이 수려하고 고요한 시골 양식장을 바라보며 호흡하는 촌부. 뒤늦게 찾아온 중년의 사랑에 가슴 설레어하기도 한다.

"영화 현장이 너무 마음에 든다. 대자연 속 촬영이 무척 마음에 들면서도 감당하기 힘들다. 작은 세트가 아니라 대자연 속에서 촬영하자니 연기 하나하나가 새롭고 어렵다."

사실 이휘향의 선택에 앞서 추창민 감독의 선택이 더욱 눈길을 끈다. 추 감독은 '사랑을 놓치다'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여주인공 엄마 역을 처음부터 이휘향에게 제안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추 감독은 "몇년 전 TV 문학관에서 이휘향씨가 보여준 자연 속 연기가 너무 좋았다. 기존의 도회적인 이미지와는 상반된 모습에 끌렸고 그래서 다른 사람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휘향의 캐스팅에 주연배우 설경구 역시 놀랐을 정도니 그의 촌부 연기는 확실히 이례적인 일.

설경구는 "나 역시 선입견을 깨지 못했던 것이다. 처음에 선생님의 캐스팅 소식에 '진짜야?'라며 놀랐는데, 막상 촬영을 같이 하니 정말 어울리신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과 같이 영화에 출연하는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출연을 앞두고 자연 선탠과 인공 선탠을 독하게 병행한 탓에 거뭇거뭇 주근깨와 기미가 올라온 실제 촌부 같은 까만 피부를 만든 이휘향은 "내가 좀 무식한 구석이 있다.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이렇게 태웠다. 피부를 회복하는 일은 그 다음에 생각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전주=연합뉴스) 2005.08.21 11:24 입력

* 기사출처 : http://news.joins.com/et/200508/21/200508211124482702a000a300a31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