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모습
[세계의 직장인들 8] 프랑스 - 초과근무 모아 휴가로
by 아름다운비행
2005. 8. 13.
2005년 7월 15일 (금) 17:50 미디어다음
초과근무 ‘모아모아’ 휴가로, 프랑스 직장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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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직장인들 8 - 프랑스] 법정근로시간 주 35시간, 초과근무 땐 유급휴가 여름휴가 대부분
4~5주…“주말과 휴가는 직장 생활의 가장 큰 즐거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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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17구에 있는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크리스텔(32, 여)은 매일 아침 걸어서 출근한다.
걸어서 15분이면
회사에 도착할 수 있다. 파리의 출퇴근시간 교통혼잡은 서울 못지않다. 이런 교통혼잡을 피하기 위해 크리스텔은 회사 근처에 집을
얻었다.
집이 가까운 만큼 크리스텔의 아침은 여유로운 편이다. 8시 30분쯤 일어나 씻고 커피 한잔을 마신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통해 아침 뉴스를 확인하고 난 뒤 9시 10분쯤에 집을 나선다.
이때 출발하면 출근 시간인 9시 30분 전에는 회사에 도착할 수
있다. 출근시간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 8시 30분과 9시 30분 사이에 회사에 도착하면 된다.
9시 30분에 회사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이메일 확인부터 한다. 간단히 메일 확인을 끝내고 나면 동료들과 함께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본격적인
업무의 시작은 10시다. 그는 잡지출판사 ‘지지’에서 잡지의 배포와 홍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정기구독 담당 부장을
돕는 일을 주로 하고 있는데 정기 구독자들의 정보를 전산화하고 각 잡지사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오전 업무는
12시 반 정도에 끝나고 점심시간은 업무량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보통 1시간 정도다. 그는 집이 가까워 주로 집에 가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물론 잡지 발행일이 가까워 올 때는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기도 한다.
법정근무시간 주 35시간, 초과근무 땐 유급휴가 직장인들 여름휴가 대부분
4~5주
![](http://photo-media.hanmail.net/daum/news/200507/15/d188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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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니스 해변에서 일광욕 즐기고 있는 사람들. 프랑스 직장인들의 여름휴가는 대부분 4~5주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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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면 동료들과 삼삼오오 모여 커피 한잔을 마시고 오후 2시부터 오후 일과를 시작한다. 오후 일과를 마치고 오후 6시 반이 조금
넘으면 퇴근이다.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 주당근무시간은 40시간 정도 되는 셈이다.
이는 프랑스의 법정근무시간인 주당 35시간을
초과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2000년부터 의무화된 일명 오브리법에 의해 주당 35시간 업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에 따라서 주당
35시간 이상 근무를 할 수도 있다.
35시간 이상 근무를 할 경우에는 노동자들에게 한 달에 이틀의 유상휴가(RTT:
Recuperation de temps de travail)가 주어진다. 프랑스 직장인들은 이 RTT 제도를 선호하고 있다.
한
달에 이틀씩 주어지는 RTT는 누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대부분은 RTT를 모아서 한꺼번에 사용하고 있다. 크리스텔 역시 마찬가지다.
RTT를 모아서 휴가를 가는 즐거움에 직장생활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는 RTT를 모아서 올해에만 벌써 두 번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3월에는 일주일 동안 아일랜드에 다녀왔고, 6월에는 네덜란드로 일주일 동안 여행을 떠났다.
이렇게
RTT를 모아 다녀왔다고 해서 여름휴가를 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RTT와 여름휴가는 완전 별개다. 프랑스의 직장인들은 대부분 7월이나 8월에
4~5주간의 휴가를 떠난다.
크리스텔의 회사 역시 8월 한 달 동안 대부분의 직원이 휴가를 떠난다. 8월에는 잡지가 발행되지 않기
때문에 여유롭게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그는 요즘 보름 뒤에 떠날 여름 휴가에 무엇을 할지 계획을 짜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이미
두 번 해외에 나갔다 왔기 때문에 이번 여름 휴가에는 프랑스를 여행할 생각이다.
고향인 그르노블에 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리용에
가서는 대학 친구들도 만나볼 생각이다. 관광지로 잘 알려진 아르데슈와 남부의 휴양도시 액상 프로방스에도 가볼
예정이다.
대학생들 인턴십 통해 진로 찾아, 졸업 뒤 받는 월급
256~295만원 남녀 대부분 결혼 안 하고 동거…집세는 매우 비싸
![](http://photo-media.hanmail.net/daum/news/200507/15/d190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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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샹젤리제 거리. |
크리스텔은 프랑스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 그르노블 출신이다. 리용 대학에서 경제학부를 졸업했고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마케팅으로
고등전문연구학위 (DESS, 프랑스에만 있는 석사와 박사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학위) 과정을 마쳤다.
작은 도시 출신인 그가
파리에서 직장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DESS 과정 중 경험했던 인턴십 덕분이었다. 그는 파리에 위치한 한 통신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다가 같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 그 뒤 회사를 옮겨 현재 회사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는 모든 대학과 회사에서 인턴십 제도가
보편화돼있다. 연구분야가 아닌 실용분야의 학과인 경우에는 인턴십 과정을 마쳐야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강의가 많고 일정 기간 이상의 인턴십을
해야 졸업을 할 수 있는 대학도 적지 않다.
대학생들은 인턴십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각 회사들 역시
인턴십을 관리하는 담당자를 배치해 우수한 인재를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등 효율적으로 인력을 관리하고 있다.
퇴근을 하고 나면
크리스텔은 일주일에 한 번 네덜란드 문화원을 찾는다.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 네덜란드어를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문화원에
가지 않는 날은 평범하게 저녁시간을 보낸다. 저녁으로 스파게티나 스테이크를 간단히 해먹고 음악을 들으며 집안일을 한다. 그러고 나서는 인터넷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본다.
올해로 만 32살이 된 크리스텔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의 주변에도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 중 절반 정도는 동거 중인 사람들이다. 프랑스에서는 동거가 상당히 흔하다.
프랑스의 동거문화는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독립해야 한다는 의식, 결혼과 육아에 대한 부담, 비싼 집세와 생활비, 개방적인 성의식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독특한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크리스텔과 같이 고등전문연구학위 과정을 마치고 파리에서 직장을 다니는 경우에 받는 월급은 평균적으로
2000~2300유로(약 256~294만 원)정도다.
독립해서 살고 있는 대부분의 프랑스 직장인들은 적어도 월급의 3분의 1 이상을
매달 집세로 내야 한다. 집세를 절약하기 위해 동거한다는 핑계가 생길 법도 한 셈이다.
주말에 그녀는 가까운 몽소공원에 가서 조깅을
한다. 종종 친구와 파리의 중심지인 샹젤리제 거리에 나가 영화를 보기도 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크리스텔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극장을 찾는다. 매달 3만 원 정도의 월회비를 내면 특정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에서 무제한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텔에게 주말과 휴가는 직장 생활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그는 “여유롭게 일하며 삶을 즐길 수 있는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며
“다음달에 떠날 여름휴가가 너무나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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