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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모습

[세계의 직장인들 5] 영국 - 가정이 최우선

by 아름다운비행 2005. 8. 12.
2005년 7월 4일 (월) 10:17  미디어다음
가정이 최우선, 영국 직장인의 하루

[세계의 직장인들 5-영국] 20분 만에 점심 끝내, 6시 퇴근 뒤 집안일
“일 년에 두 번씩 아내와 해외여행,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

미디어다음 / 김면중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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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TV가 켜진다. BBC 아침 뉴스는 그날의 주요소식을 소개한다. 3분 만에 샤워를 마치고 야채주스 한잔을 마신 뒤 집을 나선다. 스티브 필립스(33)는 이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가 집을 나서는 시간은 오전 7시 20분. 필립스는 출근할 때 주로 자전거를 이용한다. 일주일에 3~4회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런던의 교통 체증 때문이다.

비가 오거나 정말 급할 때만 지하철을 이용한다. 특히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는 지하철 타는 게 너무나 싫다. 영국 지하철에는 냉방시설이 없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지하철을 타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일터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8시. 원래 출근 시간은 9시이지만 필립스는 항상 가장 먼저 회사에 도착해 직원들을 기다린다. 필립스는 영어학원의 원장. 전 세계에 지부를 두고 있는 이 영어학원의 런던지부를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학원에 비해 규모는 작다. 강사 4명을 포함해 전 직원이 단 10명뿐이다. 이렇게 작은 조직이기에 필립스는 비교적 빨리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올해 33세인 그는 28세부터 이 학원의 원장을 맡아 총 관리를 하고 있다. 요즘엔 강사 한 명이 휴가를 떠나 직접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필립스는 도착하자마자 건물 안의 전등을 모두 밝힌 뒤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그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메일 확인이다. 그리고 밤새 들어온 팩스를 정리한다. 또 그날 수업 내용에 관련한 자료를 준비해두기도 한다.


사무실에 도착한 스티브 필립스. [사진=UKLIFES.com]


오전 8시50분이 되자 직원들이 출근하기 시작한다. 필립스는 오전에 전체 회의를 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적어 일대 일로 얘기하는 편이다.

필립스는 직장에서 그야말로 1인 다역을 맡고 있다. 학원장으로서 직원들을 통솔하면서도 요즘엔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기까지 한다. 특히 여름 방학을 맞아 어학연수를 오는 학생이 늘어나는 7~8월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그래서 요즘 필립스의 생활은 그야말로 눈코 뜰 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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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는 보통 오후 12시쯤 한다. 식당에 가서 20분 만에 식사를 해결하고는 곧바로 사무실로 돌아온다. 점심 메뉴는 보통 샐러드다.

그러나 바쁜 일과 중에도 오후 시간 중 짬이 날 때는 가끔 근처 커피숍에 가서 커피 타임을 즐기기도 한다. 필립스는 이날 근처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읽었다. 영국인들에게 티타임은 일상적인 일이다.


점심시간은 20분 정도로 짧다. 그러나 오후에 짬이 나면 근처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티타임을 갖는다. [사진=UKLIFES.com]


퇴근 시간은 저녁 6시다. 그러나 저녁 수업이 있는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7시가 돼야 모든 일과가 끝난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직원들과 다음날 계획을 간단히 조율하고 곧바로 퇴근한다.

그리고 정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직원들은 5시 30분에 퇴근하게 한다. 필립스는 “일과시간에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며 "직원들이 늦게까지 남으면 야근 수당을 줘야 하는데 이건 정말 쓸데없이 돈 쓰는 일"이라고 말했다.

퇴근 후에는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곧바로 집으로 향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필립스는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리젠트 파크에서 학생들과 축구를 즐긴다.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필립스는 “최근 한 한국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축구광답게 신나게 축구 얘기를 했다.

퇴근을 하고 난 뒤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1순위다. 필립스는 “퇴근한 뒤에는 무조건 가정에 최우선 순위를 둔다”며 “그러나 매일 같이 집으로 곧장 향하는 것은 아니고 가끔 펍(pub)에서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필립스는 이어 “우리 학원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에게 한국 직장인들은 의무적으로 술자리에 참석해야 한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나는 일주일에 한번쯤 내가 원할 때 마신다”고 덧붙였다.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보통 저녁 7시다. 음악을 상당히 좋아하는 필립스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주방 냉장고 위에 있는 FM 라디오를 켠다. 그리고는 커피나 차를 끓여 마시며 여유 시간을 갖는다. 웃자란 잔디를 깎는 등 정원을 관리하기도 한다. 영국 가정에는 대부분 정원이 있다. 영국인들은 정원을 가꾸는 일에 지극한 정성을 쏟는다.

정원 손질을 마친 뒤에는 3층에 있는 공부방에 올라가 다음날 수업 준비를 한다. 이때도 역시 잊지 않고 하는 일은 음악 듣기. 영국 밴드인 ‘콜드플레이’와 ‘킨’을 좋아하는 필립스는 공부를 마친 뒤에도 거실에서 위성방송을 통해 콜드플레이 공연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퇴근 시간은 보통 6시.바로 집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끔식은 펍(Pub)에 들려 맥주 한 잔을 마시기도 한다. [사진=UKLIFES.com]


밤 9시부터는 천천히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밤 10시쯤 집에 돌아오는 아내 아냐(32)를 위해 손수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아냐는 위성방송 스카이 TV에서 근무한다. 결혼 4년차인 이들 부부에게는 아직 자녀가 없다.

필립스는 “너무 바빠서 아이를 가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올해 말쯤에는 아이를 가질 계획이다”고 말했다.

아내가 돌아오면 함께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고 함께 TV를 시청하거나 책을 읽는다. 필립스가 요즘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빅 브라더'다. 마치 영화 '트루먼 쇼'처럼 보통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필립스는 “난 참가자들 중 데릭이 가장 맘에 든다. 그의 모든 행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내와 함께 휴식을 취한 후 밤 12시쯤 잠자리에 든다.

서로 일이 바쁘다 보니 평일에는 아내와 함께할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하지만 주말만큼은 철저히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영화를 보거나 콘서트장을 찾는다. 일요일에는 교회에 나간다.

필립스는 자신의 일과 가정 모두를 중시한다. 그는 그러나 “만약 회사일과 가정일이 겹칠 경우에는 무조건 가정 일을 우선시한다”며 “언제나 최우선 순위는 가정이다”고 말했다.

필립스는 매년 두 번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주로 5월과 12월 말에 2주씩 해외여행을 한다. 지난 5월에도 아내와 인도에 다녀왔다. 필립스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축은 가정, 일, 그리고 여행이다”며 환하게 웃었다.

※ 동영상은 UKLIFES.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