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29일 (수) 14:40 미디어다음 | ||||
13년차 중국 ‘중견’ 직장인의 하루 | ||||
[세계의 직장인들 3-중국] 월급 78만원·저축 13만원, 출퇴근시 전문서적 암기 “나는 야심 없는 사람”…“아기 바르게 키우는 게 인생의 목표” | ||||
미디어다음 / 온기홍 프리랜서 기자 | ||||
지난 27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시내 남서쪽 양챠오 근처에 사는 쟝이쥔(37)은 아침 7시에 하루를 시작했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7시
뉴스를 보면서 잽싸게 출근준비를 했다.
쟝이쥔은 올해 직장경력 13년째에 접어든 ‘중견’ 직장인. 대학에서 특허 분야를 전공한 그는 1992년 전공을 살려 특허 관련 회사에 취직했다. 그러다가 2002년에 회사 내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해 창업할 때 동참했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특허 및 상표의 등록, 지적재산권 인가, 지적재산권 분쟁 해결, 저작권 등록, 기술 이전 지원 서비스를 하는 전문업체. 직원들 대부분이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이고, 가장 나이가 많은 사장도 40세일 정도로 회사가 ‘젊고’ 활기차다. 고객 기업들은 대부분 외국 회사들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로부터 중국 내 자사 기술·제품의 특허 획득 대행 수요가 늘면서 회사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매출도 해마다 100%가량씩 증가하고 있다. 회사설립 초기 6명에 불과하던 직원 수는 3년 만에 30여명 규모로 크게 늘면서 중견급 특허 회사로 자리를 잡았다. 회사에서 쟝이쥔의 직책은 ‘행정총감’. 회사의 행정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특허 전문업무를 제외한 모든 행정업무를 도맡아 관리한다. 컴퓨터와 전산장비 관리도 그의 업무이다. 그는 대학 때 특허 분야를 전공했지만, 컴퓨터에 흥미를 갖고 스스로 기술을 익혀 전산 전문가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 요즘은 프로젝트가 늘어나는 만큼 쟝이쥔의 업무량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바지런히 뛰면서 업무를 하나하나 꼼꼼히 챙긴다.
쟝이쥔이 매달 손에 쥐는 월급은 약 6000위안(78만원) 정도. 기본급 3700위안 외에 2000~3000위안을 인센티브로 받는다. 교사인 부인이 받는 월급은 2000위안가량. 생활비와 딸 양육비, 장인께 드리는 용돈을 빼고 매달 1000위안(13만원)가량을 저축한다. 회사의 정식 퇴근 시간은 6시이지만, 그는 지금까지 6시에 퇴근해본 적이 거의 없다. 이런저런 잔무를 처리하고, 전산 시스템을 직접 점검해서 다음날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전산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날이면 밤 11시를 넘겨 집에 들어가기 일쑤다. 회식이나 고객과 약속이 없는 날은 7시에 사무실을 나선다. 수요일 저녁에는 정기적으로 회사 동료들과 함께 탁구를 하면서 체력을 다진다. 틈틈이 자기계발에도 열심이다. 그는 매주 금요일 오후 회사에서 열리는 특허 전문 세미나에 참석해서 특허 관련 전문지식을 넓히고 있다. 이해가 안 되거나 새로운 부문은 집에 돌아가서 따로 공부한다. 출·퇴근시 시내버스 안에서는 ‘중국 특허 실시 법·규칙’이라는 전문서적을 꺼내 ‘암기’하고 있다. 하지만 쟝이쥔은 항상 “외국 고객들이 많아 외국어 공부도 필수인데 좀처럼 여유가 안 난다”며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데 맘처럼 되지 않는다”고 푸념을 하곤 한다. 차량들로 혼잡한 베이징 시내의 도로사정 때문에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를 조금 넘겼다. 저녁식사 시간은 오후 8시 30분에서 9시 사이. 회사에서 오후 5시쯤 과자 같은 간식을 먹기 때문에 그다지 허기지지 않다. 그의 부인도 학교에서 퇴근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 정도로 비슷하다. 이번 학기에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맡아 더 바쁘고 덩달아 귀가 시간도 늦다. 밥은 장인이 미리 준비해 놓기 때문에 몇 가지 반찬 정도만 아내가 요리한다. 저녁 식사를 한 다음 쟝이쥔은 딸아이와 함께 놀아줬다. “어린 딸아이와 놀다 보면 밖에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하지만, 그는 중국 정부의 출산제한 정책 때문에 둘째를 낳을 계획은 없다. “나는 야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겸손을 표한 쟝이쥔은 “오로지 아기를 건강하고 바르게 키우는 게 내 인생의 목표일 뿐”이라고 말했다. |
'사람 사는 모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의 직장인들 5] 영국 - 가정이 최우선 (0) | 2005.08.12 |
---|---|
[세계의 직장인들 4] 중국 - 자신만만 중국 미시 직장인 (0) | 2005.08.11 |
[세계의 직장인들 2] 알젠틴 - 우리나 거기나 머.. (0) | 2005.08.11 |
[세계의 직장인들 1] 미국 - 5시 칼 퇴근 (0) | 2005.08.11 |
가던 길 멈춰 서서/ 윌리엄 H. 데이비스 (0) | 2005.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