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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모습

[세계의 직장인들 3] 중국 - 중견 직장인의 하루

by 아름다운비행 2005. 8. 11.
2005년 6월 29일 (수) 14:40  미디어다음
13년차 중국 ‘중견’ 직장인의 하루

[세계의 직장인들 3-중국] 월급 78만원·저축 13만원, 출퇴근시 전문서적 암기
“나는 야심 없는 사람”…“아기 바르게 키우는 게 인생의 목표”

미디어다음 / 온기홍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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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시내 남서쪽 양챠오 근처에 사는 쟝이쥔(37)은 아침 7시에 하루를 시작했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7시 뉴스를 보면서 잽싸게 출근준비를 했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은지는 이미 오래다. “아내가 챙겨주지 않아서 못 먹는 게 아니라 대학 다닐 때부터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아 습관이 돼버렸다”고 그는 말했다.

그가 부랴부랴 정장을 차려 입고 집을 나선 시간은 7시 20분. 중고등학교 물리 교사인 아내도 같이 출근하기 때문에 두 살짜리 딸을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장인에게 맡긴다.

쟝이쥔의 사무실은 ‘IT밸리’라고 불리는 베이징 시내 북서쪽의 중관춘에 있다. 시내버스에서 내린 다음 잠시 걸어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은 8시 45분. 집에서 회사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린 셈이다.

그는 근무시간이 시작되기 전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자기 사무실이 있다. 그는 뜨거운 녹차를 마시면서 전자우편을 열어 확인하고, 직원들이 올린 서류들도 훑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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쟝이쥔은 올해 직장경력 13년째에 접어든 ‘중견’ 직장인. 대학에서 특허 분야를 전공한 그는 1992년 전공을 살려 특허 관련 회사에 취직했다. 그러다가 2002년에 회사 내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해 창업할 때 동참했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특허 및 상표의 등록, 지적재산권 인가, 지적재산권 분쟁 해결, 저작권 등록, 기술 이전 지원 서비스를 하는 전문업체. 직원들 대부분이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이고, 가장 나이가 많은 사장도 40세일 정도로 회사가 ‘젊고’ 활기차다.

고객 기업들은 대부분 외국 회사들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로부터 중국 내 자사 기술·제품의 특허 획득 대행 수요가 늘면서 회사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매출도 해마다 100%가량씩 증가하고 있다. 회사설립 초기 6명에 불과하던 직원 수는 3년 만에 30여명 규모로 크게 늘면서 중견급 특허 회사로 자리를 잡았다.

회사에서 쟝이쥔의 직책은 ‘행정총감’. 회사의 행정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특허 전문업무를 제외한 모든 행정업무를 도맡아 관리한다. 컴퓨터와 전산장비 관리도 그의 업무이다. 그는 대학 때 특허 분야를 전공했지만, 컴퓨터에 흥미를 갖고 스스로 기술을 익혀 전산 전문가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

요즘은 프로젝트가 늘어나는 만큼 쟝이쥔의 업무량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바지런히 뛰면서 업무를 하나하나 꼼꼼히 챙긴다.


27일(현지시간) 중국의 13년차 직장인 쟝이쥔이 자신의 회사에서 올라온 보고서류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온기홍 기자]


토·일요일 이틀을 쉬고 출근한 월요일이기 때문에 새로운 보고서류들이 올라오고 오후에 임원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분주하다. 그의 책상에는 각종 제품 사진과 도면이 실린 특허 신청서류들이 쌓여 있다. 대부분 외국고객들이 의뢰한 것들이다.

직원들이 올린 업무보고서와 고객들의 요구서를 검토하는 사이 벌써 정오가 됐다. 점심식사 시간은 1시까지. 그는 평소 절친하게 지내는 회사동료 2명과 함께 식당을 찾아다니며 식사를 한다.

대개 회사 사무실 주변의 음식점에서 면류나 간단한 요리를 먹는다. 금요일 낮에는 동료들과 함께 ‘생활을 개선한다’는 명목 아래 ‘양 꼬치’ 등을 곁들인 별미를 먹으면서 기분 전환을 한다.

식사 후 사무실에 돌아온 쟝이쥔은 인터넷에 들어가 경제와 전기전자·화학 분야 뉴스를 찾아 읽고는 특허 관련 웹사이트에서 자료를 검색했다. “새로운 특허 취득 분야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업무시간 동안 사무실은 조용하다.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와 서류 넘기는 소리만 들린다. 업무시간에는 사무실 내에서 개인적인 전화나 불필요한 사담을 하지 않도록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 흡연도 사무실 밖에 나가 해야만 한다.

다소 엄격한 근무 태도와 달리 회사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다. 일감이 계속 늘고 매출도 증가하면서 월급이 오르고 인센티브도 많아지기 때문에 직원들의 사기가 높다는 것이 쟝이쥔의 설명.

오후 1시께에는 한 부서에서 신입사원 채용 요청 서류를 가져왔다. 오후 2시에는 서류들을 챙겨서 정기 임원회의에 참석했다. 6월 마지막 주 월요일인 이날은 전기·기계·정보기술·생명공학·화학·제약 분야별로 나눠 6월 중 업무 진행 상황을 점검한 뒤 다음달 계획을 세웠다. 고객들의 요구나 불만 사항도 체크했다.

주위에서 ‘살림꾼‘이라는 소리를 듣는 그는 사장부터 직원들까지 두루 관계가 좋다. 직원들은 그를 ‘삼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직원들은 회사 일이나 개인적인 고민이 있으면 그를 찾아가 부담 없이 얘기를 나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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쟝이쥔이 매달 손에 쥐는 월급은 약 6000위안(78만원) 정도. 기본급 3700위안 외에 2000~3000위안을 인센티브로 받는다. 교사인 부인이 받는 월급은 2000위안가량. 생활비와 딸 양육비, 장인께 드리는 용돈을 빼고 매달 1000위안(13만원)가량을 저축한다.

회사의 정식 퇴근 시간은 6시이지만, 그는 지금까지 6시에 퇴근해본 적이 거의 없다. 이런저런 잔무를 처리하고, 전산 시스템을 직접 점검해서 다음날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전산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날이면 밤 11시를 넘겨 집에 들어가기 일쑤다.

회식이나 고객과 약속이 없는 날은 7시에 사무실을 나선다. 수요일 저녁에는 정기적으로 회사 동료들과 함께 탁구를 하면서 체력을 다진다. 틈틈이 자기계발에도 열심이다.

그는 매주 금요일 오후 회사에서 열리는 특허 전문 세미나에 참석해서 특허 관련 전문지식을 넓히고 있다. 이해가 안 되거나 새로운 부문은 집에 돌아가서 따로 공부한다. 출·퇴근시 시내버스 안에서는 ‘중국 특허 실시 법·규칙’이라는 전문서적을 꺼내 ‘암기’하고 있다.

하지만 쟝이쥔은 항상 “외국 고객들이 많아 외국어 공부도 필수인데 좀처럼 여유가 안 난다”며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데 맘처럼 되지 않는다”고 푸념을 하곤 한다.

차량들로 혼잡한 베이징 시내의 도로사정 때문에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를 조금 넘겼다. 저녁식사 시간은 오후 8시 30분에서 9시 사이. 회사에서 오후 5시쯤 과자 같은 간식을 먹기 때문에 그다지 허기지지 않다.

그의 부인도 학교에서 퇴근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 정도로 비슷하다. 이번 학기에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맡아 더 바쁘고 덩달아 귀가 시간도 늦다. 밥은 장인이 미리 준비해 놓기 때문에 몇 가지 반찬 정도만 아내가 요리한다.

저녁 식사를 한 다음 쟝이쥔은 딸아이와 함께 놀아줬다. “어린 딸아이와 놀다 보면 밖에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하지만, 그는 중국 정부의 출산제한 정책 때문에 둘째를 낳을 계획은 없다.

“나는 야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겸손을 표한 쟝이쥔은 “오로지 아기를 건강하고 바르게 키우는 게 내 인생의 목표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