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모습
[세계의 직장인들 1] 미국 - 5시 칼 퇴근
by 아름다운비행
2005. 8. 11.
직장인의 삶은 세계 어느 나라나 대동소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문화의 차이에 따른 형태의 상이함이야 있겠지요.
그리고 이렇게 기사화 되는 이들은 평균적이면서도 비교적 모범적인 분들 아닐까요?
하여튼 그런 세계의 모습을 한 자리에 모아보고, 나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불어넣고자 미디어다음의 기획씨리즈를 읽어봤습니다.
--------------------------------------------------------------------------------------
2005년 6월
15일 (수) 17:12 미디어다음 |
5시 칼퇴근 미국 직장인의 하루
|
세계의
직장인들 1 - 미국, 바쁜 근무 시간 단 저녁 주말은 가족과 함께 |
미디어다음 / 윤준호 프리랜서
기자
|
미국 직장인의 하루는 어떨까? 물론 모든 미국 직장인의 생활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국의 평범한 샐러리맨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미국
직장인들의 특징적인 단면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 직장인들과 비슷한 모습도 있고 전혀 다른 모습도 있다. 한 미국 직장인의 하루 일과를
따라가봤다.
8시 15분 출근, 30분 단위로 스캐줄
빽빽
지난 14일 화요일 오전 7시30분. 미국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시에 사는 폴 페이스(35)는 집안 차고에 세워 놓은
승용차에 올랐다. 한 손에는 커다란 서류가방이 다른 한 손에는 미국인들이 출근길에 애용하는 자동차용 머그잔이 들려 있다.
출근길에
즐겨 듣는 아침 토크쇼에 라디오 주파수를 맞춘 그는 차를 몰아 도로로 나선다. 직장이 있는 워싱턴 DC까지는 약 15마일(약 24km) 정도.
미국인들의 출근길로는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지만 대부분의 미국 대도시가 그렇듯 이 지역의 출퇴근 교통체증도 예측을 불허한다. 폴은 토크쇼 중간
중간 전해지는 교통안내정보에 귀를 기울인다.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은 8시15분. 고속도로에 사고가 없어서인지 그다지 힘든 출근길은
아니었다. 그는 동료들에게 ‘굿모닝’이라는 짧은 인사를 한 뒤 자리에 앉는다.
그는 워싱턴 일대에 30여 개의 지점을 가진 중견
은행에서 일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투자 및 재정 자문을 하는 재정전문가를 지원하는 사무팀의 팀장이다. 고객들의 문의에 대해 답변하는 등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고 재정전문가를 대신해 복잡한 금융관련 서류 및 파일을 작성하는 팀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의 하루 일과는
낭비하는 시간이 없이 촘촘한 스케줄로 짜진다. 이날도 오전 8시30분 전체회의로 시작해서 오후 5시 퇴근할 때까지 30분 단위로 스케줄이
빽빽하다.
5시 '칼퇴근', 퇴근 뒤 동료들과 술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어
미국 직장인들은 대부분 매우 철저한 시간관리를 통해 근무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간단한 커피 휴식을 갖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체회의 역시 군더더기 없이 진행된다. 새로운 투자상품소개와 판매 전략, 강화된 금융관련
법규와 규정에 대한 안내, 최근 실적 발표와 목표 설정 등이 1시간 30분 동안 일사천리로 이어진다.
오전 10시, 본격적인
일과의 시작이다. 고객이나 직원에게서 온 메일 확인 및 답장, 전화메시지 점검, 싸인 서류 정리 등을 하다 보면 시간은 눈코 뜰새 없이 빠르게
지나간다. 고객들에게 전화도 수시로 걸려온다. 지금 가지고 있는 펀드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지적에서부터 특정 주식의 매매 심지어 주소변경까지
요구도 다양하다.
폴은 가능한 정오에서 오후 1시 사이에 점심시간을 가지려고 하지만 늦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점심
휴식(lunch break)’이라고 불리는 점심시간은 30분을 넘기는 경우가 드물다. 1시간이 넘게 점심을 먹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것도
대부분 집에서 싸온 샌드위치를 먹거나 근처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햄버거, 감자튀김, 콜라 등을 먹는다.
그래도 점심 시간이 직장에서
보내는 하루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다. 동료들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거나 스포츠, 시사 등에 대한 대화를 하는 것도 사실상 이 시간뿐이다.
오후도 비슷한 일과의 연속이다. 하루종일 업무와 씨름하다 보면 어떻게 시간이 흐르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폴의
퇴근시간은 보통 오후 5시. 퇴근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사무실에 남아있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급한 업무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일을 하거나 주말에 일을 하는 경우에는 시간 외 근무비(overtime)를 받는다.
저녁과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일 때문에 가족과의 시간 희생하지 않아
퇴근 후 저녁시간은 거의 가족과 함께 보낸다. 저녁을 밖에서 먹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퇴근 뒤 동료들과 술자리’라는 개념도 없다.
동료들과 어울리는 시간은 일 년에 한두 번 있는 회사 행사와 연말파티 정도다.
4월 초 서머타임이 시작된 다음부터는 낮 시간이
길어져서 오후 7시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면 아내 제인과 6살, 4살짜리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하러 나간다. 폴과 마찬가지로 일찌감치 저녁을 마친
이웃들이 아이들이나 애완견을 데리고 나와 산책을 즐기고 있다.
일과에 쫓겨 아침에 운동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나와 조깅을 하는
모습도 많이 눈에 띈다. 달리기는 많은 미국인에게 매우 중요한 일과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운동복 차림의 미국인들이 동네를 달리는 모습은 일
년 내내 볼 수 있다.
폴은 달리기를 하는 대신 5년 전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집 근처 대학운동장에서 저녁 농구 모임을 갖고
있다. 친구 서너 명과 시작했지만 코트에서 알게 된 다른 모임과 합쳐져 지금은 7~8명으로 늘었다. 이 운동모임의 참가자들은 폴 이외에도
변호사, 공무원, 엔지니어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
폴은 주말에도 대부분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정원의 잔디를 깎거나
페인트칠을 하는 등 평소에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가끔씩 친구 가족과 함께 근처 공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직업과 일을
매우 사랑한다. 하지만 일 때문에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하지 않는다. 그는 항상 직장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미디어다음은 전 세계 직장인들의 삶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는 세계의 직장인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우리 나라 직장인은 물론 전 세계에서 땀
흘리는 직장인 여러분의 체험담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좋은 사연을 엄선해 기사화하고 우리와 세계의 직장 문화의 차이점, 장단점을 고찰해 보는
기회로 삼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