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 사는 모습

[세계의 직장인들 4] 중국 - 자신만만 중국 미시 직장인

by 아름다운비행 2005. 8. 11.
2005년 6월 30일 (목) 14:41  미디어다음
‘자신만만’ 中 미시 직장인의 삶

[세계의 직장인들 4-중국] 25살 여성팀장, 맞벌이하며 여유로운 생활
“회사가 좋은 기회 많이 준다”, “출산 뒤에도 직장생활 계속할 것”

미디어다음 / 온기홍 프리랜서 기자



세계의 직장인들?


5시 칼퇴근 미국 직장인의 하루

아르헨 직장인, 한국 직장인과 비슷?

13년차 중국 ‘중견’ 직장인의 하루

‘자신만만’ 中 미시 직장인의 삶

가정이 최우선, 영국 직장인의 하루

‘7월 한 달 내내 휴가’, 스웨덴 직장인의 삶

‘수당 없는 야근 10시까지’, 러시아 직장인의 하루

초과근무 ‘모아모아’ 휴가로, 프랑스 직장인의 삶

‘남편과 정육점 하다 은행원 돼’, 호주 직장인의 삶







지난 29일 오후 5시(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시내 총원먼 와이따지에 근처에 있는 한 회사 사무실. 10여명의 직원들이 갑자기 한 여직원의 컴퓨터 주위로 모여들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중국·홍콩 배우들의 최근 사진을 보기 위한 것. 평소 업무 시간에는 잡담을 삼가도록 하고 있지만 사장도 직원들 사이로 끼어들어 같이 사진을 보며 얘기를 나눴다.

이 사진들을 인터넷에서 찾아 동료들에게 보여준 쳔치(25)는 ‘신세대’ 여성 직장인이다. 나이로는 ‘새내기’ 사원에 속할 것 같지만, 회사에서는 직장 경력 3년의 어엿한 ‘팀장’이다. 그래서 때로 다른 사람들한테서 오해를 받을 만큼 자신감으로 꽉 차있다.


29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총원먼의 한 회사에서 직장 동료들이 모여 인터넷 연예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 가운데 검은색 상의를 입은 여성이 쳔치. [사진=온기홍 기자]


쳔치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마케팅·이벤트 전문 대행업체. 주요 고객은 오락(영화)·자동차·제약·정보통신 분야 국내외 회사들이다.

전체 직원 14명이 20~30대로, 2명의 사장도 30대다. 그는 이 회사에서 팀 리더를 맡아 디자이너, 엔지니어, 전시담당자 등과 함께 한 팀을 이루고 있다.

쳔치는 영화 투자회사들과 자동차회사들을 전담하고 있다. 따라서 영화 시사회와 자동차 신차 발표회 등의 이벤트가 있을 때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얼마 전에는 외국계 자동차회사의 신차 발표회 때문에 무척 바빴다. 이런 이벤트들은 베이징 외에 상하이·광저우·선전·청두 등 중국 내 주요 도시들에서도 열리기 때문에 가끔 지방 출장도 간다.

'직장생활' 토론방 바로가기

쳔치에게 이 회사는 첫 번째 직장이 아니다. 베이징공업대학 공업설계과 4학년 때 광고회사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해 본 그는 졸업 뒤 광고회사에 들어가 디자인 부서에서 근무했다.

1년 정도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디자인 일을 하던 그는 회사를 옮기며 마케팅·이벤트 기획자로 과감히 인생의 항로를 바꿨다. 이 같은 이직에 대해 그는 매우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 회사 분위기가 좋아요. 직원 간에 관계도 좋고요. 사적인 일도 서로 얘기할 수 있을 정도에요. 가정적인 분위기라고 할 수 있죠.” 그는 직원들이 주말에는 종종 사장 집에 모여 놀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 결혼해 ‘새댁’이기도 한 그와 남편은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맞벌이 부부다.

베이징 푸청먼 근처에 신혼살림을 차린 그는 평소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 남편과 함께 빵과 우유로 식사를 한다. 평소 식사 준비는 그와 남편이 번갈아 가며 한다. 마케팅·이벤트 회사에 다니다 보니 출근하면서 옷에 한 번이라도 더 신경을 쓴다.

쳔치는 8시에 집을 나서 근처에 있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여섯 정거장 떨어진 회사에 출근한다. 지난해 결혼 전에 구입한 베이징현대차의 ‘엘란트라’는 남편이 몰고 출근한다. 그의 회사는 대형 백화점들과 대형 공연장, 패스트푸드점들과 나란히 들어선 오피스빌딩에 있다.

이날은 8시 30분쯤 사무실에 들어섰다. 회사 출근시간은 고정적이지 않다. 외부에서 고객들의 이벤트 행사가 있거나 고객회사 방문이 있는 날이면 곧장 현장으로 가기 때문이다.

그의 자리는 사무실 안쪽에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있다. 쳔치의 자리에는 이달 초 3박4일 일정으로 쑤저우에 야유회를 가서 동료들과 찍은 사진이 붙어 있다.


29일 오전 회사에 출근한 쳔치가 노트북컴퓨터를 켜고 전자우편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온기홍 기자]


쳔치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부터 그야말로 산적한 업무 속으로 빠져든다. 출근해서 그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노트북컴퓨터를 켜고 새로운 전자우편을 확인하는 것. 고객들이 어떤 새로운 요구사항을 보냈는지를 점검한다.

9시 30분이 지나자 그는 고객들에게 전화를 건다. 행사 준비 상황을 보고하고 다음 달에 있을 새로운 행사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서다. 그 뒤 협력회사 관련자들과의 통화가 이어진다. 전시장비나 행사도우미, 통역사를 준비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협조를 부탁한다.

쳔치는 그러고 나서 곧바로 업무 미팅과 제안서 검토에 들어간다. 특히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날이면 고객들에게 제출할 제안서 작성과 프로젝트 수행 계획서 수립에 매달린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재빨리 동료들과 함께 회사 근처 패스트푸드점에 갔다. 주변이 번화가이지만 사무실들도 많아 조금만 늦게 가면 자리 잡기가 힘들다.

1시 전에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남편이나 친구들과 대화를 주고받기도 한다. 즐기는 음악도 듣는다.

'직장생활' 토론방 바로가기

이날 오후에는 회의실에서 전체 직원회의와 팀 미팅이 잇따라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앞으로 개최될 고객회사의 신제품 발표회에 대한 전체적인 순서를 체크하고 각 부문별 준비상황에 대한 점검이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직원들이 보고하는 동안 사장은 미흡하거나 의문이 생기는 부문을 조목조목 되묻고 재검토를 지시했다. 직원들 간에도 발표내용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이 오갔다.

3시가 넘어 회의실에서 나온 그는 회의에서 사장이 지적한 내용을 제안서에 다시 반영했다. 그러고는 인터넷에서 이벤트와 마케팅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도 찾아 봤다.

쳔치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운 좋게 팀장을 맡아 일이 많고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과 재미를 느끼고 있다. “회사가 좋은 기회를 많이 주죠. 회사와 직원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맘에 들어요.” 쳔치의 말이다.


29일 쳔치가 자신의 회사에서 업무에 몰두해 있다. 그는 “회사가 좋은 기회를 많이 준다”며 회사생활을 흡족해 했다. [사진=온기홍 기자]


남편한테서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벽에 걸린 시계로 눈을 돌렸다. 오후 6시. 그는 노트북컴퓨터를 끄고서 동료들과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이른바 ‘칼 퇴근’이다.

“6시에 퇴근한다고 해서 사장님 눈치를 살피거나 하지 않아요. 지난주에 큰 프로젝트가 끝나서 이번 주는 조금 숨을 돌리고 있거든요.” 외부에서 행사가 있을 때는 출퇴근 시간이 들쭉날쭉하다. 저녁 행사가 대부분이어서 한밤중에 귀가하기도 한다.

사무실을 나온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베이징시내 동쪽의 산리툰으로 향했다. 저녁 7시쯤 도착한 곳은 고교 시절의 친구가 운영하는 서구식 바. 이곳에서 남편과 만나 맥주를 곁들인 저녁식사를 하면서 얘기꽃을 피운다.

“이곳에 일주일에 한두 차례는 와서 남편과 함께 식사를 하고 집에 들어가죠.” 토·일요일에 그는 남편과 함께 붙어 다니며 쇼핑도 하고 베이징 시내에 있는 시댁과 친정에 들러 어른들을 찾아뵙는다.

그가 한 달에 받는 월급은 4000위안(52만원). 이전에 있던 광고회사에서는 2500위안을 받았다. 동종 업체들의 급여와 견줘 적지 않은 수준이다. 미국계 부동산 회사에서 전기 엔지니어로 일하는 그의 남편(28)은 연봉 11만 위안(약 1400만원)을 받는다.

같은 베이징 출신인 이들 신혼부부는 같은 또래에 견줘서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한다. 지금 사는 아파트도 시아버지가 준 것이어서 집세 부담도 적다.

아기는 당장 갖지 않고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에 낳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자신을 여성이라는 테두리에 가둬놓기를 싫어하는 그는 물론 아기를 낳은 뒤에도 직장생활을 계속할 작정이다.

미디어다음은 전 세계 직장인들의 삶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는 세계의 직장인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우리나라 직장인은 물론, 전 세계에서 땀 흘리는 직장인 여러분의 체험담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좋은 사연을 엄선해 기사화하고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직장 문화의 차이점, 장·단점을 고찰해 보는 기회로 삼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