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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이래..

by 아름다운비행 2005. 9. 21.

1.

두 달도 더 된 오른 팔 인대 늘어난 건

아직도 아프고

쏘주병 하나도 못 따니..

 

 

2.

추석 연휴

한가위라 달덩이 같은

푸근함에 몸을 뉘고 잘 쉬다가

나와선

오늘도 또 밤을 새네

 

하긴, 내가 도와준다고 먼저 말을 한거지

나한테 도와달라고 한것두 아니니

머라 할 말이야 없지만..

머리 속은 수세미같이 엉클어지기만 하고

생각이 정리가 안되네

낼 9시까지 읍내 지사에 가지고 들어가 준다곤 해놨는데..

 

 

3.

술에 쩔은건지

소주잔에 망가진건지

맥주 2차에 간건지

오른쪽 옆구리는 또 왜 이리 뻐근해..

나두 이제 다 됐나?

 

 

4.

그래두

오늘 한 일은 하나 있다

 

동네 형님이

소라 잡아와선

빨랑 오라고 부르는데 가선

몇 잔 먹고

술이 안깨

화단에 나가선

그동안 해야지 해야지 맘만 먹고 있던

화단 정리 다 했다

 

코스모스는 키가 크니까 뒤에 심고

공작화는 키 작으니까 앞에 심고

두어달 전 몇 그루씩 간격을 넓혀 옮겨 심어 놨던 놈들을

다시 좀 더 넓게 펼쳐놨다

삽이랑 호미랑 들고.

 

이러니 팔이 낫나..

 

어쨌든

이제 내년엔 저절로 떨어진 씨앗들이

모두 아름답게 피어나겠지.

그럼 내년엔

잡초만 잡으면 된다.

 

올해는 심을 게 마땅찮아

뿌린 꽃 외엔 민들레, 질경이, 토끼풀만 키웠는데.

내가 볼 땐 민들레도 꽃인데

남들은 풀이라네

그래도 내가 키우는 꽃들중 하나니깐..

 

 

5.

아니다.

또 하나 한 일이 있다

 

추석 전에 딸까 지나고 딸까 하다가

놔뒀던

올해 씨앗 사다 심은 해바라기,

먼저 따놨던 큰 놈 두개는 씨앗을 다 떨어냈고

아직도 매달려 있던

두어 놈을 오늘 잘라내서

신문지에 널어 말렸다.

 

한 봉에 열 서너개 들은 놈을 500원씩 주고 사온 게

8그루가 잘 자라주어

따냈더니

물컵으로 서너개 정도는 더 되겠다.

올 가을엔 동네 집집마다 조금씩 다 나눠줘서

내년엔

집집마다 해바라기를 피우게 해야지.

 

울타리마다

골목마다

노란 키다리들이 날 보겠지

내가

내년까지 있을 순 있을래나.. 여기에..?

내가 가드래도

해가 넘어가도

날 기억은 해주겠지?

해바라기를 볼 때마다.

 

 

올 가을엔

과실수 묘목 하나 사다가

울타리 옆에 심어야지.

앞마당 포장할거라고

대추나무 베어냈더니

콘크리트가 모자라 포장도 못하고

나무만 없앤 꼴이 되었으니

또 한 그루 사다 심어야지.

 

나중에 내가 다시 와보면

내가 심은거라 생각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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