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 달도 더 된 오른 팔 인대 늘어난 건
아직도 아프고
쏘주병 하나도 못 따니..
2.
추석 연휴
한가위라 달덩이 같은
푸근함에 몸을 뉘고 잘 쉬다가
나와선
오늘도 또 밤을 새네
하긴, 내가 도와준다고 먼저 말을 한거지
나한테 도와달라고 한것두 아니니
머라 할 말이야 없지만..
머리 속은 수세미같이 엉클어지기만 하고
생각이 정리가 안되네
낼 9시까지 읍내 지사에 가지고 들어가 준다곤 해놨는데..
3.
술에 쩔은건지
소주잔에 망가진건지
맥주 2차에 간건지
오른쪽 옆구리는 또 왜 이리 뻐근해..
나두 이제 다 됐나?
4.
그래두
오늘 한 일은 하나 있다
동네 형님이
소라 잡아와선
빨랑 오라고 부르는데 가선
몇 잔 먹고
술이 안깨
화단에 나가선
그동안 해야지 해야지 맘만 먹고 있던
화단 정리 다 했다
코스모스는 키가 크니까 뒤에 심고
공작화는 키 작으니까 앞에 심고
두어달 전 몇 그루씩 간격을 넓혀 옮겨 심어 놨던 놈들을
다시 좀 더 넓게 펼쳐놨다
삽이랑 호미랑 들고.
이러니 팔이 낫나..
어쨌든
이제 내년엔 저절로 떨어진 씨앗들이
모두 아름답게 피어나겠지.
그럼 내년엔
잡초만 잡으면 된다.
올해는 심을 게 마땅찮아
뿌린 꽃 외엔 민들레, 질경이, 토끼풀만 키웠는데.
내가 볼 땐 민들레도 꽃인데
남들은 풀이라네
그래도 내가 키우는 꽃들중 하나니깐..
5.
아니다.
또 하나 한 일이 있다
추석 전에 딸까 지나고 딸까 하다가
놔뒀던
올해 씨앗 사다 심은 해바라기,
먼저 따놨던 큰 놈 두개는 씨앗을 다 떨어냈고
아직도 매달려 있던
두어 놈을 오늘 잘라내서
신문지에 널어 말렸다.
한 봉에 열 서너개 들은 놈을 500원씩 주고 사온 게
8그루가 잘 자라주어
따냈더니
물컵으로 서너개 정도는 더 되겠다.
올 가을엔 동네 집집마다 조금씩 다 나눠줘서
내년엔
집집마다 해바라기를 피우게 해야지.
울타리마다
골목마다
노란 키다리들이 날 보겠지
내가
내년까지 있을 순 있을래나.. 여기에..?
내가 가드래도
해가 넘어가도
날 기억은 해주겠지?
해바라기를 볼 때마다.
올 가을엔
과실수 묘목 하나 사다가
울타리 옆에 심어야지.
앞마당 포장할거라고
대추나무 베어냈더니
콘크리트가 모자라 포장도 못하고
나무만 없앤 꼴이 되었으니
또 한 그루 사다 심어야지.
나중에 내가 다시 와보면
내가 심은거라 생각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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