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밤9시 경부터 내린 비가
10시경까지 24.0mm,
11시까지 3.8mm,
12:10까지 6.3mm
01:30까지 13.0mm
02:30까지 2.0mm 총 49.1mm.
이 정도면 거의 충분하긴 한데.
어제도 물을 일찍 끊었다고 어김없이 몇 군데서 전화가 왔지.
밤에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하니 일단은 반나절 정도라도 미리 물을 끊은 건데..
물 내리다가 비오면 그 때 끊으면 되지 왜 오전 일찍 물을 끊느냐고 항의다.
어제까지 내린 물로도 낮은 곳은 물 좀 줄여라, 논둑 터진다고 몇 명은 전화 오고
또 한쪽에선 물 왜 계속 내리지 않느냐고 항의고.
물론 100만평 넘는 땅을 경지정리하면서
어찌 그 구배(기울기)를 다 맞출 수야 있었겠냐만..
더구나 '70년대 후반, 지금보다는 기술이 덜 익어있을 때니까.
지금이야 레이저로 쏘면서 기울기를 맞춰 구배를 잘 맞추지만.
들판을 보면서는 모르지만,
제3자가 보면 파랗게 벼가 잘 자라 탐스럽게만 보여도
기울기가 거의 "0"인 들판에서 저수지 물을 내리면
흐름이 아주 더디다.
저수지 복통(물 내리는 커다란 터널)에서 간선수로 2Km 정도까지 가는데만 1시간 30분 정도,
거기서 支線수로로 가는 길이 또 2~3Km,
그 지선에서 잔뿌리 뻗듯이 지거支渠수로로 각각의 논에 물을 대는데까지는 또 시간이 걸리고
1,200평 정도 되는 논 2~3배미, 많아야 4배미 정도 대고나면 하루가 지난다.
결국 250만평 전체에 물을 대는데 일주일 정도 걸린다.
예전에는 수로 앞 부분에 있는 사람들은 먼저 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기 논에 물을 대고 나면 뒷사람을 위해서
자기 논의 물꼬를 막고 자기 논 옆의 수로(지거 부분이다)의 풀도 베고 흙이 많이 쌓이면 퍼내고
그렇게들 살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게 없어졌다.
물론 아직도 여러 분들은 그렇게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간다.
내 논에 물꼬 터놓고, 물이 적정량만큼 들어오고 나면 배수로로 떨어지게 해놓곤 끝이다.
다음 사람이야 물을 받던 말던..
일단 배수로로 떨어진 물은 다시 논에 물을 대는 용수지거로 물을 돌릴 수 없다.
용수간선에서부터도 물 흐르는 속도가 사람 걷는 것보다도 훨씬 느리다 보니
끝 부분, 우리가 수말이라고 하는 부분에 위치한 논의 주인들은
항상 물 때문에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다.
앞의 논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보곤
언제쯤 나가서 저 논 막아주면 우리 논에 물 댈 수 있겠구나 계산해선
밤이든 낮이든 그 시간쯤 나가선 앞에논 물꼬를 내가 막아야 내 논까지 물이 온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지거를 통해 물을 받는 논들중
다른 논들보다 조금 높은 논이 있다.
논바닥이 옆의 다른 논들보다 조금 높은 논은 내 논까지 물이 와도
물이 시원하게 잘 들어가질 않으니 자기 논 앞에서 수로를 막곤 물을 댈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수말에 있는 논들중 배수로와 가까운 논들은
아예 배수로에다가 경운기를 대고 물을 퍼올려 급수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논이 벌판 중간에 있는데다 다른 논보다 바닥이 조금 높은 논들의 경우,
거리가 멀어 배수로에서 물을 끌어댈 수도 없고
천상 앞의 논들 물 다댄 후에야 내 논에 물을 대줘야 하는데,
약을 주던 비료를 주던 줘야 할 시기는 거의 비슷하고
이런 경우 물을 제 때 댈 수 없으면 난리가 나는 거다.
아까 물 왜 빨리 끊었느냐고 온 전화도 그런 경우다.
비가 오늘 흡족하게 왔으니
한 2~3일은 별 말 없이 잘 지나갈 것이고..
역시 하늘 인심이 최고다.
그나저나..
나야 여기 사무실서 이러고 있다지만
간식거리도 못챙겨 양수장 나가 있는 우리 직원들,
이 시간이면 배 무척 고플텐데.
이제 비는 더 이상 올 것 같진 않고
좀 쉬어도 될 것 같은데
30분 전쯤 전화가 왔었으니
지금쯤 눈이라도 좀 붙이고들 있으면 차라리 날텐데..
혹시 의자에 앉아 선잠이라도 들었을까 싶어 전화로 자라고 하기도 그렇고
양수장 안에는 대형 펌프가 돌아가기 때문에
바로 옆 사람 말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럽다
그래서 양수장 안에서는 도저히 오래 있기 어렵고
그래서
한 친구는 쉴 곳도 없어
자동차 안에 앉아 밤을 새우고 있는데.
나 여기 앉았어도 마음이 편치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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