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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생각한다

[세계의 초등학생들 3] 중국 - 소황제들의 치열한 경쟁

by 아름다운비행 2005. 7. 14.

미디어다음   2005.7.10(일)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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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황제’들의 치열한 경쟁…中 초등생의 삶
[세계의 초등학생들 3-중국] 등하교 모두 부모와 함께, 방과 후엔 엄마와 숙제
주말·방학엔 학원서 보충수업…“가엾어도 어쩔 수 없어요”
미디어다음 / 글, 사진=온기홍 프리랜서 기자
세계의 초등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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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메이! 그만 자고 일어나라. 학교가야지!” “조금만 더 자고요.”

매일 아침 6시 45분. 중국 베이징 북서쪽의 하이덴취에 있는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 4학년 메이쉬에칭(10)은 엄마와 작은 ‘전쟁’을 벌인다.

집에서 ‘메이 메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쉬에칭은 아침에 좀 더 자고 싶어 엄마에게 애교 섞인 ‘투정’을 부리지만, 엄마는 항상 정해진 시간에 딸을 깨운다.

침대에서 빠져 나온 쉬에칭은 세수를 하고 식탁에 앉아 엄마가 차려 준 달걀, 빵, 요플레로 아침식사를 한다.

책가방은 전날 밤에 미리 챙겨놓기 때문에 아침에 그다지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마르고 자그마한 체구인 쉬에칭에게는 책가방이 결코 가볍지 않다.

가방 속에는 교과서와 노트, 시험지 자료, 필통 따위가 빼곡히 들어 있다. 가방 옆쪽에는 날마다 챙기는 물통도 끼어있어 무게를 더한다.

‘소황제·소공주’ 초등생들, 등교는 부모와 함께
반 학생 수는 48명, 남녀 비율은 7대 3
‘소황제’, ‘소공주’로 불리는 중국 초등학생들이 할아버지·할머니·아버지의 삼륜자전거 뒤에 올라탄 채 등하교를 하고 있다.
‘소황제’, ‘소공주’로 불리는 중국 초등학생들처럼 외동딸인 쉬에칭도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다른 초등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등교를 부모와 함께 한다. 직장에 나가는 아빠 대신에 가정주부인 엄마가 매일 학교에 그를 데려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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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의무교육을 받는 중국 초등학생들은 부모나 할아버지·할머니가 운전하는 자전거·오토바이의 뒤에 올라타고 등교한다. 하지만 쉬에칭은 엄마와 다정히 걸어서 학교에 간다.

학교는 집에서 걸어 15분 거리에 있다. 7시 25분쯤 집을 나서 혼잡한 도로를 건너 나무가 우거진 베이징린예대학 캠퍼스를 가로질러 걸으면 아담한 3층 건물의 한 초등학교에 닿는다.

‘베이징 린예대학 부속 소학교’이다. 각 학년별로 두 개 반씩 모두 12개 반이 있다. 쉬에칭은 이 학교의 4학년 2반 학생이다. 교실은 2층 복도 끝에 있다. 반 전체 학생 수는 48명. 남녀 비율은 7대 3 정도로 남학생이 많다.

쉬에칭이 매일 7시 40분쯤 교실에 들어설 때면 반 학생의 절반 정도가 와 있다. 학생들 대부분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곧바로 담임선생님도 교실에 들어온다.

쉬에칭은 교실 중간 자리에 앉자마자 어문과 영어 교과서를 꺼내서 급우들과 함께 큰소리로 읽기 시작한다. 이른바 아침 자습시간이다. 7시 50분쯤 잠시 쉬었다가 8시에 종이 울리면 운동장으로 나간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이 모여 체조를 한다.

아침 체조를 마치고 교실로 돌아와서는 물을 마시고 숨을 돌린 다음 곧바로 8시 20분에 1교시 수업에 들어간다. 수업은 어문·수학·영어·사회·과학·체육·음악·미술·도덕 과목으로 짜여 있다. 컴퓨터 수업은 금요일 마지막 시간에 한 번 들어있다. 수업은 40분을 하고 10분 쉰다.

선생님 질문에 손 번쩍…“영어 수업이 가장 재미있어요”
선생님 수업 태도 안 좋은 학생에 엄해, 귀 잡아당기기거나 면박도
초등학교 4학년인 메이쉬에칭의 수업시간표. 매일 5~7교시의 수업을 받는다. 방과시간은 2시40분에서 4시30분으로, 요일마다 다르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질문을 할 때 쉬에칭은 재빨리 손을 번쩍 든다. “메이쉬에칭은 선생님이 질문하면 손을 자주 들고, 맞든 틀리든 상관없이 자기 생각을 말해요.” 같은 반의 한 학생은 쉬에칭이 급우들을 의식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답변한다고 말한다.

특히 쉬에칭은 영어 수업 시간만 되면 신이 난다. 영어 시간에는 손을 들고 발표하는 횟수도 많다. “영어 과목을 가장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수학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라고 쉬에칭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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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에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발표를 많이 시킨다. 틀려도 혼내지 않는다. 하지만 딴 짓을 하다가 질문해서 틀리면 벌을 세운다.

‘평범한 모범생’인 쉬에칭도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을 때가 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손을 허리 뒤로 하고 반듯하게 앉아 있어야 하지만 쉬에칭은 가끔 필통 따위를 만지작거린다.

일부 학생들의 경우, 손을 가만히 두지 않고 머리를 만지거나 턱을 괴기도 한다. 선생님이 안 볼 때는 장난을 치고 졸기도 한다. 쉬에칭의 담임을 맡고 있는 선생님(40, 여)은 학생들이 말을 잘 들을 때는 칭찬을 하지만 수업태도가 좋지 않은 학생에 대해서는 엄하다.

어떤 선생님들은 졸고 있는 학생에게 다가가서 귀를 잡아당기거나 등을 흔들어서 깨운다. 잘못을 저지르면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학생들을 때리는 일은 없다.

한 학기 급식비는 7만2000원…집에 가서 점심 먹는 학생도
방과시간은 2시40분~4시30분, 금요일에는 보충 과외수업
초등학교 교실에 눈과 목의 피로를 지압으로 푸는 방법을 안내하는 그림이 붙어 있다.
2교시가 끝난 10시부터 5분 동안 쉬에칭은 급우들과 함께 눈, 목 주위를 눌러 피로를 푼다. 당번이 가져온 우유도 마신다. 어느덧 오전 수업은 끝난다. 11시 35분. 오후 2시까지는 점심 및 휴식시간이다.

쉬에칭은 재빨리 복도로 나가 줄을 섰다. 점심 식사를 타기 위해서다. 학교에서는 점심급식 희망 학생들에게 1학기 550위안(7만2000원)가량을 받고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급식 메뉴는 만두, 밥, 국, 반찬이다.

같은 반의 몇몇 학생들은 집에 가서 점심 식사를 하고 온다. 저학년 학생들 중에는 집에 가서 점심 식사를 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대부분 학교에서 급식을 한다.

쉬에칭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교실에 남아 책을 펼쳤다. 담임선생님이 나가 놀지 말고 교실에서 책을 보라고 했기 때문. 선생님이 교실에서 식사를 한 다음 자리를 비우자 학생들은 신나게 떠들며 얘기를 나눈다.

쉬에칭은 잘 웃고 성격이 활달하다. 체육도 잘하는 축에 든다. 구르기나 재주넘기도 잘한다. “메이쉬에칭은 성격이 좋아서 반에서 제법 인기가 있어요. 그래서 다른 여학생이 시기를 하기도 해요.” 같은 반의 여학생이 귀띔해준다.

월·수·목요일에는 학교 수업이 오후 4시 30분에 마친다. 화요일에는 3시 30분, 금요일에는 2시 40분에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난다.

쉬에칭은 금요일 방과 후 학교에 남아 1시간 반 동안 수학·작문·미술 보충수업을 듣는다. 480위안(6만2500원)을 내고 듣는 보충 수업은 희망자에 한해 실시하는데, 정규수업이 아닌 일종의 과외 수업이다.

학부모들 하루 두 차례 학교 오지만 선생님 찾아가지 않아
“담임선생님에게 돈·선물 드릴 필요도 없고, 소용도 없어요”
초등학교 정문에 학교 측에서 칠판에 적어 놓은 통지문이 놓여 있다. 중국에서는 학부모들이 하루 두 차례 자녀와 함께 학교에 오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통지문을 전달하기도 한다.
쉬에칭은 수업이 모두 끝나자마자 한 걸음에 정문으로 달려간다. 등교 때와 마찬가지로 엄마가 학교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다. 매일 하교시간 때가 되면 초등학교 정문 주위는 학생들을 데리고 가기 위해 자전거·삼륜자전거를 끌고 온 어른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하루에 두 차례씩이나 학교 정문까지 오지만 학교로 들어가 선생님을 찾아가지는 않는다. 선생님에게 선물을 줘야 하는 부담을 느껴서가 아니다.

“담임선생님에게 돈을 주거나 비싼 선물을 드려야 할 필요도 없고, 소용도 없어요. 선생님도 부담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죠. 그래서 새해에 몇 위안 하는 연하카드를 사서 아이가 편지를 써서 드리는 것 말고는 따로 없어요.”

그 대신 쉬에칭의 엄마는 매 학기 초에 실시되는 ‘가장회의’에 참석, 쉬에칭을 2학년 때부터 맡아온 담임선생님과 만나 고마움을 표시한다.

쉬에칭은 하굣길에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들려준다. 선생님한테 칭찬을 받은 날에는 더욱 신이 나서 자랑한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과일·채소가게에서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서는 과일을 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운다.

쉬에칭은 과일을 먹고 곧장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방문에는 종이가 여러 장 붙어 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시험성적일람표’, ‘성적비교표’. 성적비교표에 적힌 다른 학생들의 어문·영어·수학 점수는 대부분 100점이다.

쉬에칭은 “같은 반에서 공부 잘하는 친구 3명의 성적과 내 점수를 비교하면서 더욱 분발하기 위해 이 표를 만들어 붙여 놨다”며 쑥스러워한다.

쉬에칭은 지난주 이틀에 걸쳐 2학기말 시험을 치렀다. 시험 과목은 어문·영어·수학 세 과목. 각각 90점 안팎의 성적을 거뒀다.

집 방문에 다른 학생과 점수 비교하는 ‘성적비교표’
방과 후엔 엄마와 함께 숙제…친구 집에 놀러가는 일 거의 없어
방문의 성적비교표를 보여주고 있는 쉬에칭. 성적비교표에 있는 다른 급우들의 점수는 대부분 100점이다.

학교에서는 학생의 성적과 품행에 따라 산하오(三好)상·진보상·영어우수상·작문상·미술상 등을 주는데 쉬에칭은 아직 상을 많이 받아보지 못했다. 대신 쉬에칭은 노래를 무척 잘한다. 1학년 때부터 선생님들이 개인교습을 해서 노래대회에 내보내주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쉬에칭의 책상에는 교과서와 노트, 영어 교재(Side by Side)와 테이프, 카세트, 동화책, 스탠드, 수업시간표, 연필깎이, 달력 들이 가지런하면서도 빼곡하게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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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에칭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놀이터에 나가 놀고 싶지만, 숙제를 다 하기 전에는 나갈 수 없다. 숙제는 어문·영어·수학 과목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단어를 쓰거나 영어 테이프를 듣고 받아쓰고 연습 문제를 풀어야 한다.

숙제는 스스로 하지만 모를 때는 엄마가 도와준다. 잘사는 집 초등학생들의 경우 과외교사를 두고 교육을 받지만, 그 같은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게 엄마의 얘기다.

한 시간 반 동안 숙제를 하고 나면 좋아하는 동화책을 읽는다. 텔레비전에서 만화를 보고 싶지만 엄마가 허락하지 않는다.

집에는 컴퓨터가 없어 컴퓨터나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다. 대신 금요일 오후 컴퓨터수업 시간에 학교에서 ‘칭와궈허’, ‘따라오슈’ 따위의 컴퓨터게임을 즐긴다.

쉬에칭은 매일 저녁식사를 6시~6시 반에 한다. 식사를 마치고는 못 다한 숙제를 하거나 잠깐 엄마와 함께 집 앞 놀이터에 나가 바람을 쐰다. 하지만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부모들이 서로 폐 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아이들을 보내지 않아요. 아이들 부모끼리 친한 경우에도 대부분 바깥 공원에서 만나 얘기 나누는 것을 편하게 여기죠.”

저녁에 아빠가 직장에서 돌아오면 쉬에칭은 아빠를 반갑게 맞는다. 쉬에칭은 “엄마는 ‘공부, 공부’ 외치며 못 놀게 하지만, 아빠는 잘 놀아주시고 원하는 것 잘 사주시니까 좋다”고 말한다.

숙제를 마친 메이쉬에칭은 다음 날 수업시간표에 따라 책가방을 싸놓고 시계가 밤 9시 반을 가리킬 때쯤이면 꿈나라로 빠져 든다.

주말·방학엔 학원서 보충수업…“이 정도는 보통”
“가엽죠. 하지만 중학교 입시경쟁이 치열해 어쩔 수 없어요”
초등학교 정문에서 포즈를 취한 쉬에칭과 엄마. 쉬에칭의 장래 꿈은 통역사다. 장래 꿈을 이루기 위해 쉬에칭은 방학 때 피서도 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다.

주말에는 학교에 가지 않지만, 쉬에칭은 친구들과 맘껏 놀거나 쉬지를 못한다. 주말 시간 대부분을 학원에서 보내기 일쑤다.

토요일 오후에는 영어학원에 가서 2시간가량 수업을 듣는다. 영어학원 수업이 끝나면 서둘러 가방을 챙겨서 다른 학원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는 외국인으로부터 영어 듣기와 말하기를 집중적으로 교육받는다. 한 학기에 영어 교육비로 들어가는 돈만 2000여 위안이다.

엄마는 “이 정도는 보통 수준”이라며 “다른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영어교육을 더 많이 시킨다”고 말한다. 지난 9일 시작된 50일간의 여름 방학 동안에도 숙제와 학원으로 일과가 꽉 짜여 있다.

엄마는 오는 9월이면 5학년으로 올라가는 메이쉬에칭에게 여름 방학 때 영어와 수학 공부를 집중적으로 시킬 거란다. 여름 방학이면 ‘신나는’ 게 당연하지만, 중국 초등학생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쉬에칭은 방학 중 오전에 숙제와 영어 복습을 하고, 오후에는 영어학원에 가서 3시간씩 수업을 받을 계획이다. 하루에 배우고 외워야 하는 영어 단어는 100여 개나 된다. 오는 9월에는 처음으로 전국영어등급고시도 치를 계획이다.

이 때문에 메이쉬에칭은 여름 방학 동안에 부모와 함께 피서나 여행을 떠날 계획이 아직 없다. “아이가 가엽죠. 하지만 중학교 입시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영어와 수학 실력이 안 되면 베이징의 좋은 중학교에 들어갈 수 없어요.” 엄마의 말이다.

이처럼 초등학생임에도 이미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쉬에칭의 장래 꿈은 통역사이다. “영어 학원의 선생님들이 제가 영어 듣기, 말하기 실력이 뛰어나다고 자주 칭찬하거든요.” 쉬에칭은 영어 선생님과 수업이 좋다면서 “꼭 통역사가 될 것”이라고 야무지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