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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생각한다

[세계의 초등학생들 1] 미국 - 어린이야구 풍경

by 아름다운비행 2005. 7. 14.

미디어다음   2005.5.18(수)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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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코치, 엄마는 외야수…美 어린이야구 풍경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여가활동, 체계적인 사회스포츠의 본보기
미디어다음 / 글, 사진=김현 미국 통신원
“나이스 캐치!” 상대팀 타구를 힘껏 점프하며 단번에 잡아낸 자이언츠 팀 유격수 샘 해리스를 향해 환호와 박수가 쏟아진다. 만 아홉 살. 초등학교 3학년. 키 120cm의 자이언츠 팀 최단신. 그러나 샘의 유격수 수비는 일품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시카고 북서부 교외 레먼힐파크에서 어린이야구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버팔로그로브타운에는 이같이 각종 스포츠 시설을 갖춘 공원이 37곳이나 있어 누구나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야구는 샘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다. 가을에는 럭비, 겨울에는 농구를 하지만 4번 타자와 유격수로 맘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야구시즌이 샘에겐 가장 신나는 때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북서부 교외의 한 공원. 자이언츠 팀은 샘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다저스 팀에 5-6으로 아쉽게 졌다. 하지만 승패는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상대편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눈 뒤 엄마들이 준비해온 스낵을 받으러 달려가는 그들은 천진난만한 아홉 살 어린이들일 뿐이다.

지난 15일 오전 시카고 제이존스 야구장에서 열린 투수 클리닉에 참가한 9살 리그의 각 팀 대표선수들이 아빠 코치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샘 해리스의 아빠이자 자이언츠 팀 헤드코치, 그레그 해리스는 변호사다. 그는 샘이 다섯 살에 야구를 시작한 때부터 줄곧 아들의 야구팀 헤드코치를 맡아오고 있다. 그 역시 어린 시절부터 대학 때까지 야구를 했다.

“일주일에 두 번 야구 코치로 변신하기 위해 다른 날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지만, 일하는 목적을 정확하게 깨닫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 야구 코치로 시간과 열의를 투자하는 일은 아들뿐 아니라 나 자신이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수단”이라고 해리스는 말했다.

요즘 미국은 어린이야구가 한창이다. 5월의 푸른 하늘, 끝없이 펼쳐진 잔디 공원마다 연일 유니폼을 갖춰 입은 리틀리거들이 들어차고 지켜보는 가족들의 흥겨운 함성으로 요란하다.

주중에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이들은 방과 후 부지런히 숙제를 끝내고 야구장으로 향한다. 아빠들도 서둘러 퇴근한다. 미국은 출근시간이 이르고 8시간 근무제가 잘 지켜지기 때문에 오후 3시가 지나면 퇴근차량 행렬이 시작된다.

두 가지 삶을 살 수 있는 기본요건이 충족되어 있는 셈이다. 주말이면 더 느긋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온 가족이 공원에 모여 아이들 야구도 응원하고 이웃끼리 친목도 다진다.

라살뱅크 시카고 본점에 근무하는 아놀드 브라운은 “어려서는 내가 직접 야구를 했지만 지금은 아들 마이키의 팀을 응원하며 야구를 즐긴다”고 말했다.

세 아들을 둔 엄마 메리 맥그레이디는 아이마다 주 2회씩, 일주일에 여섯 번이나 되는 야구경기를 따라다니는 일이 분주하지만 즐거운 일이라고 한다.

“주말이면 경기가 겹쳐 모든 경기를 제대로 지켜보지 못해 아쉽다. 아이들의 야구경기가 메이저리그 경기보다 더 재미있지 않느냐”고 그녀는 반문했다.

지난 14일 다저스전을 마친 자이언츠 선수들이 그레그 해리스 헤드코치한테서 경기평가를 듣고 있다.

미국의 사회스포츠는 매우 체계적이다. 어린이 스포츠는 여러 사설기관에서도 운영하지만 각 타운의 파크 디스트릭이 가장 보편적이다. 파크 디스트릭은 우리식으로 구청 혹은 시청 문화센터라 할 수 있다.

타운이나 카운티의 세금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사설기관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 또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조직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3세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이용률과 참여율이 상당히 높다. 파크 디스트릭에서 만 5~6세 때 시작한 스포츠는 중·고등학교 과외활동으로, 대학 이후 취미생활로 이어진다.

지난 13일 올드팜 파크에서 열린 5학년 리그 트윈스-화이트삭스 경기. 주중에 열린 이날 경기는 오후 5시 30분에 시작됐다.

시카고 북서부 교외 인구 4만3000명의 버팔로그로브 파크 디스트릭의 경우 스포츠는 아예 BGRA(Buffalo Grove Recreation Association)라는 별도의 조직을 갖고 있다. 야구, 축구, 농구, 풋볼, 하키, 소프트볼 등 계절별로 다양한 종목에 걸쳐 체계화된 조직을 갖추고 운영한다.

야구의 경우 만 5세부터 만 15세까지 나이별로 11개의 리그가 있고 리그별로 6개부터 24개까지 총 132개 팀이 운영된다. 각 팀 선수는 평균 12명으로 총 1500여 명의 어린이가 인근 37개의 공원에서 봄부터 여름까지 야구를 즐긴다.

“야구의 경우 타운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4월 말부터 시작되는 시즌 등록이 전 해 12월 초면 마감한다. 어린이 선수 등록 때 부모들도 각 팀의 코치 후보로 등록을 하는데 코치 경쟁은 생각보다 치열하다”고 BGRA 코디네이터 제프 윌크는 말한다.

각 팀 헤드코치가 정해지고 나면 코치들이 모여 드래프트 형식으로 선수를 선발한다. 잘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고루 섞기 위함이다. 이후 팀별 부모 모임을 갖고 보조코치, 기록원, 재정 매니저 등도 선출한다.

3월 말부터 팀별로 연습에 들어가 4월 말이면 시즌 개막을 하고 7월 초까지 일주일에 두 번씩, 주중 한 번 주말 한 번 경기를 갖는다. 특히 5학년 이상 고학년들은 라이트 시설이 잘 갖춰진 경기장에서 야간경기도 한다. 야간경기는 축제분위기가 한층 더하다.

경기시작 30분 전. 하나 둘 야구장에 도착하는 리틀리거들이 연습을 시작한다. 아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타격연습과 투구연습을 돕고, 엄마들은 외야수를 자청한다.

자이언츠 팀의 홍일점 캐서린 펠리셀리의 엄마가 외야수를 자청해 경기 전 연습을 돕고 있다.

경기가 시작되면 아빠들은 덕 아웃과 각 베이스에서 작전지시를 하고, 잔디 위에 간이의자를 놓고 앉은 엄마들은 응원단이 된다. 형들은 배트 보이가 되어 주고, 동생들은 동생들끼리 야구장 한쪽 놀이터에 모여 즐겁다.

아이들이 안타를 치든 못 치든 그건 그리 중요해보이지 않는다. 헛스윙으로 3진 아웃을 당해도 멋진 시도였다고 크게 칭찬해준다. 아이들은 친구의 이름을 서로 외치며 격려한다.

안타 하나에 공원 전체가 떠들썩해지고, 경기에 지든 이기든 서로 나이스 플레이, 굿 게임을 외친다. 야구시즌이 한창인 지금 파크 디스트릭에서는 이미 가을 축구 시즌 접수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