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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생각한다

[세계의 초등학생들 1] 미국 - 놀고, 놀고, 놀면서 배운다

by 아름다운비행 2005. 7. 14.

미디어다음   2005.7.8(금) 11:40
‘극과 극’, 아르... 다음기사 - ‘극과 극’, 아르헨 공립·사립초등생의 삶
‘놀고, 놀고, 놀면서 배운다’, 美 초등생의 하루
[세계의 초등학생들 1-미국] 풋볼로 시작하는 하루, 시뮬레이션으로 역사 공부
마지막 수업은 생일파티, 방과 후엔 야구경기, 여름방학 땐 캠프
미디어다음 / 글, 사진 = 김현 미국 통신원
세계의 초등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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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오전 8시5분. 집 앞 농구대에서 슈팅연습을 하던 잭 노보는 스쿨버스가 골목으로 들어서는 소리에 바닥에 놓아두었던 책가방을 메고 엄마와 입맞춤을 했다.

스쿨버스가 잭의 집 앞에서 정지신호 날개를 양 옆으로 펼치고 정차하면, 도로 위의 양쪽 방향 차들이 모두 제자리에 멈춰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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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은 차에 올라 운전기사 팸에게 인사한 후 뒷자리에 앉아있는 단짝친구 크리스 옆으로 가 앉았다. 팸은 잭이 자리에 앉아서 좌석벨트를 착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정지 신호 날개를 접고 다시 차를 운행한다.

잭은 시카고 북서부 교외에 있는 트립초등학교 4학년이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직선거리로 1km 정도. 그러나 스쿨버스가 골목골목을 돌아 아이들을 태우고 학교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 25분쯤이다.

스쿨버스 마중 나오는 교감선생님
풋볼로 시작하는 하루
트립초등학교 아이들이 이용하는 스쿨버스.

주차장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교감선생님 모얼랜이 환한 웃음으로 아침인사를 하고 아이들을 학교 놀이터로 이끈다.

잭은 자기반 자리에 책가방을 내려놓고 친구들과 어울려 풋볼을 시작한다. 다른 동네를 돌아온 스쿨버스들도 하나둘 학교에 도착하고 아빠 엄마가 차로 직접 태워다 주는 아이들, 걸어서 학교에 오는 아이들도 도착한다. 학교 놀이터는 점점 시끌벅적해진다.

오전 8시 55분. 각반 담임선생님들이 놀이터로 아이들을 데리러 나오면 아이들은 반별로 줄을 선다. 그리고 9시가 되면 차례차례 교실로 들어간다.

교내 방송을 통해 교장선생님 브루아가 아침인사를 하고 난 뒤 오늘 생일 맞은 친구들을 호명한다. 잭과 같은 반 친구 매튜 기든스는 이날 생일을 맞았다. 친구들은 모두 박수를 치고 노래하며 축하해준다.

담임선생님 앤더슨이 오늘 선택할 수 있는 점심메뉴 두 가지를 불러주면 아이들은 손을 들어 메뉴를 정한다. 이날 메뉴는 치킨 너겟과 더블 크러스트 피자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야채샐러드와 배, 프리츨이 서브메뉴로 나온다. 두 가지가 다 싫은 아이들은 피넛버터와 젤리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다. 선생님은 결정된 메뉴를 런치룸으로 보낸다.

수학·국어는 수준별 학습, 전문수업 비용은 지자체·교육청서 부담
체육시간은 많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
1교시 수학시간. 아이들은 수학책을 챙겨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각 교실로 흩어진다. 수학 수업은 아이들 수준에 따라 분반돼 실시된다. 잭은 트립초등학교에서 수학을 가장 잘 하는 아이 중 하나. 잭은 커민스 선생님의 교실로 가서 수학수업을 받는다.

2교시는 솅크 선생님과 함께 하는 체육시간. 야구, 농구, 다지볼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체육시간은 잭을 비롯해 많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3교시는 랭귀지 아트, 우리식으로 국어시간이다. 이 시간 역시 몇몇 친구들은 다른 교실로 자리를 옮긴다. 프랑스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니콜은 ESL 클래스로, 아직 아기처럼 발음하는 애슐리는 말하기 클래스로, 읽기 장애가 있는 데렉과 제러드는 읽기 클래스로 간다.

이 특별수업들은 일리노이주에서 직접 파견하는 전문가 선생님들이 3~4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하는 수업이다. 특별수업에 드는 고가의 비용은 모두 지방자치단체의 세금과 교육청의 지원금으로 부담한다.

그리고 점심시간이다. 아이들은 식당으로 가서 아침에 정한 메뉴의 급식을 받고 우유와 주스도 골라 먹는다.

오늘 생일을 맞은 친구들은 점심을 받은 뒤 교장실로 가서 교장선생님 브루아, 교감선생님 모얼랜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교장·교감선생님은 매일 그날 생일 맞은 아이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셈이다.

점심을 먹고 나면 놀이터로 나가 놀아야 한다. 이건 정해진 규칙이다. 비가 오는 날이나 너무 추운 날에는 체육관으로 간다. 바깥 놀이터로 나간 아이들은 삼삼오오 떼를 지어 다니며 논다. 잭도 친한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공놀이를 한다.

생일 맞은 아이들은 교장·교감선생님과 점심식사
역사수업은 식민지 시뮬레이션 하며 체험 학습
학교는 공부를 하는 곳일 뿐 아니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즐거운 놀이터 중의 한 곳이다.

호각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은 놀이를 마무리한다. 차례차례 교실로 들어가는 아이들. 잭은 음악수업에 들어가야 한다. 잭은 2층 교실로 가지 않고 1층에 있는 음악실로 간다. 음악선생님 레이튼이 땀 흘린 아이들을 위해 신나는 여름노래를 틀어놓았다.

다음은 과학과 컴퓨터 시간. 여학생들은 담임선생님 앤더슨과 함께 과학 실험실로 가고, 남학생들은 컴퓨터선생님 펑크와 함께 컴퓨터실로 간다. 과학과 컴퓨터 시간에는 20명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수업을 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여학생 10명은 과학실험실로 남학생 10명은 컴퓨터실로 나뉘어져 수업을 받는다.

이후 역사시간. 요즘 청교도들의 초기 이민사를 배우고 있는 앤더슨 선생님 반 아이들은 2주에 걸친 식민지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그룹을 나누어 미니게임을 통해 땅을 사고, 물물교환도 하고, 다른 팀을 공격하는 등 역사를 게임으로 만들어 직접 체험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마지막 시간은 매튜의 생일축하 파티다. 케이크를 먹으며 매튜의 엄마 셔를 기든스가 준비해온 재미난 게임으로 수업을 대신하는 것이다.

마지막 수업은 생일파티, 또는 담임선생님의 동화 읽어주기
3시30분 방과 뒤에는 계절 따라 야구, 풋볼, 농구…
트립초등학교 앤더슨 반 매튜 기든스의 엄마 셔를 기든스가 아들 매튜의 생일을 맞아 케이크와 게임을 준비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생일파티가 없는 날은 교실 바닥에 모여앉아 담임선생님이 읽어주는 동화를 듣는 것으로 마지막 시간 수업을 한다. 수업이 다 끝나는 시간은 3시 30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모든 학년이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이 불러주는 오늘의 숙제를 공책에 받아 적고 부모님께 전달해야 할 통신문을 받아 챙긴 다음 책가방을 싸서 교실을 나선다. 중앙현관까지 담임선생님이 배웅하면 학교 바로 앞에 사는 아이들은 걸어가고 엄마가 차로 데리러 온 아이들과 스쿨버스 타는 아이들이 각각 다른 주차장으로 나뉘어 진다.

스쿨버스 전용 주차장에는 동네별로 코스가 나누어진 노란색 스쿨버스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교감선생님 모얼랜이 스쿨버스에 오르는 아이들과 스쿨버스 기사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잭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3시50분. 중학교에 다니는 형 알렉이 먼저 집에 와있다. 중학생들은 일찍 학교에 가는 대신 더 일찍 집에 돌아온다.

잭은 엄마가 준비해 놓은 간식을 먹으며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난 뒤 숙제를 한다. 숙제는 많지 않다. 오늘 배운 범위의 수학 문제를 풀고, 어린이를 위한 시사 잡지에 나온 문제를 풀면 된다.

계절별 스포츠는 미국 아이들의 일상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엔젤스 야구팀 1루수인 잭은 팀에서 키가 가장 크다.
그리고 잭은 야구경기를 하러 갈 준비를 한다. 계절에 따른 스포츠는 잭은 물론 미국 어린이들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잭은 봄부터 여름까지는 야구, 가을에는 풋볼, 겨울에는 농구를 한다.

경기는 5시30분에 시작이다. 잭은 엄마 차를 타고 형 알렉과 함께 경기가 있는 에머리치 야구장으로 간다. 아빠 브렌트도 퇴근 뒤 곧바로 야구장으로 온다.

키가 커서 1루수를 맡고 있는 잭은 가끔 경기 도중 빠르게 날아오는 볼에 배를 맞아 눈물이 찔끔 나기도 하지만, 1루 베이스에 도착한 상대팀 타자에게 외려 좋은 타격이었다고 어깨를 쳐줄 정도로 마음씨가 좋다.

야구경기가 없는 평일 오후에 잭은 형 알렉과 함께 농구연습을 한다.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앞마당 잔디에 물을 주는 스프링클러 사이를 돌아다니며 물장난을 하기도 한다.

금요일 저녁 학교서 아이스크림 파티나 빙고 나잇
여름방학 땐 야구·농구·골프·수영 즐기는 즐거운 캠프
트립초등학교 4학년 잭과 친구들이 금요일 밤 학교에서 열린 아이스크림 파티를 마치고 포즈를 취했다. 뒷줄 오른쪽이 잭 노보.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엔 가족과 함께 뒷마당에서 바비큐 그릴을 한다. 특별한 날엔 가까운 이웃과 함께 저녁을 즐긴다. 학교에서 아이스크림 파티나 빙고 나잇 등 학생가족들이 함께 모여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하면 잭과 가족은 산책을 가듯 학교에 가서 금요일 밤을 보내기도 한다.

토요일 오전에는 아빠가 잔디 깎는 것을 돕기도 하고 형 알렉과 함께 엄마 차를 세차하기도 한다. 그리고 토요일 오후엔 친한 친구 집에 가서 함께 잠을 자기도 한다. 이 ‘슬립오버’는 잭을 비롯한 또래 아이들이 너무나 즐거워하는 또 하나의 문화다.

일요일에는 리글리 필드로 야구경기를 보러가기도 하고, 가까운 미시간 호수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엄마를 따라 쇼핑을 가기도 한다. 잭은 쇼핑몰에 가는 게 기껍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만 12세까지는 항상 성인 보호자와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잭은 물론 중학생인 형 알렉도 혼자 집에 남아 있을 수 없다.

요즘 잭은 여름방학이다. 그러나 아침 8시에 집을 나서는 것은 학교 다닐 때와 마찬가지다. 잭은 스쿨버스 대신 엄마 차를 타고 인근 윌로우그로브 스쿨로 간다. 지자체에서 마련한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아이비홀 여름캠프장.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각종 캠프에 참여한다.
 
윌로우그로브 스쿨에서 열리는 여름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

야구와 농구는 물론 골프와 수영 등 잭이 좋아하는 온갖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캠프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교와 마찬가지로 오전 8시 30분에 시작해 3시 30분에 끝나는 캠프. 일주일에 두 번은 미니골프장, 워터파크로, 놀이공원 등으로 소풍도 간다.

하루 종일 신나게 뛰어노는 캠프를 마치고 돌아오면 잭은 무척 피곤해진다. 그래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소파에 파묻혀 조용히 책을 읽는 일 이외엔 하고 싶은 게 별로 없어진다.

여름방학이 끝나면 새 학년으로 올라가는 잭은 방학 전 이미 반 배정을 받고 새 학년 교실로 가서 담임선생님 파일과 새 친구들을 만나 인사했다. 파일 선생님이 여름방학 숙제로 내 준 것은 새 학년 준비를 위해 읽어야 할 책 목록과 여행지 지형에 관해 보고서를 쓰는 것이 전부다.

잭의 가족은 잭의 여름캠프가 끝나고 아빠 브렌트가 휴가를 받는 다음 달 초에 위스콘신 주 북단 도어카운티로 여행을 갈 계획이다. 미시간 호수와 아름다운 베이를 즐길 수 있는 멋진 휴양지다. 미국의 여름방학은 3개월에 이르지만 잭에게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미디어다음은 세계 각국 초등학생들의 생활을 밀착 취재해 전달하는 ‘세계의 초등학생들’을 연재합니다. 이 기획을 통해 미국, 영국, 중국, 아르헨티나 등 많은 나라 어린이들의 삶을 깊이 있게 관찰함으로써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누리꾼(네티즌) 여러분들께서 이와 관련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주시면 우리 초등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더 잘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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