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7.12 (화) 08:41 조선일보 조선일보 기사보기 |
함양고의 기적 |
3년만에 장학금 35억·우수학생 기숙사 고향 탈출 스톱… 정부서 우수고 지정 [조선일보 안석배 기자] 경상남도 함양군. 남쪽으로 지리산, 북으로는 덕유산을 끼고 있는 산간이다. 인구 4만1000여 명 가운데 60%가 농사를 짓는다. 재정자립도 10% 미만이라는 수치는 이곳의 영세함을 웅변해 준다. 함양군은 수년 전부터 인구 감소를 겪어 왔다. 번듯한 공장 하나 없다 보니 해마다 1000명 이상이 이곳을 떴다. 이탈 행렬에는 학생들도 끼어 있다. 중학교만 졸업하면 인근 진주시나 거창군 소재 고교로 진학하기 바빴다. 이 열악한 지역에 ‘교육’이 꿈틀거리고 있다. 주민, 군청, 학교가 힘을 모아 ‘학교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002년 3월, 함양고 박기주 교장은 부임하자마자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학생들이 함양에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공장 유치도 좋지만 교육이 살아야 지역이 삽니다. 교육이야말로 최첨단 산업이며 우리 군에 인구를 유입시키는 길입니다. 학교를 살립시다….” 박 교장의 말대로 학교 상황은 열악했다. 함양읍 내에 2개 고교가 있었지만 학생들은 타지역으로 유학가지 못한 일종의 열등감에 휩싸였다. 그렇다고 타지로 유학간 학생과 학부모들이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학생 한 명 유학보내는 데 연 1500만원 가까이 들었다. 자녀가 염려스러워 부모가 같이 지역을 뜨는 일도 빈번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박 교장의 제안이 나오자 맨 먼저 함양군청이 반색했다. 천사령(千士寧) 군수는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군수가 나서자 군청직원 100여 명은 매년 10만원씩을 ‘함양군 장학회’에 기부하는 회원이 됐다. 동창회와 학부모, 지역주민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주민 이태식씨는 “아이들이 함양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하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 절박감이 모두 뭉쳐 학교 살리기에 나서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학교에 조금씩 생기가 돌았다. 2004년 봄, 군청의 도움으로 함양고에는 지상 3층의 현대식 기숙사가 들어섰다. 열람실, 강의실, 휴게실, 체력단련실을 갖춘 기숙사에는 성적순으로 선발된 76명이 생활한다. ‘함양군 장학회’는 2001년 1억3400만원에서 2004년 35억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늘어난 재정은 함양고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돌아갔다. 2003년 전교생 448명 중 장학금 수혜 학생은 41명이었지만 2004학년도에는 216명으로 뛰었다. 학비 감면자(183명)까지 합하면 83.5%가 금전 지원을 받은 것이다. 시설과 장학제도를 마련한 군청과 학교는 이제 면학 분위기 살리기에 나섰다. 수준별 수업을 도입하고 방과 후 학생들의 실력향상을 위해 사교육 강사를 초빙했다. 우수학생들을 모아놓은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 학생들은 치열하게 공부했다. 그러자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던 학생 수가 줄기 시작했다. 2003년 함양읍 내 2개 중학교에서 타지 진학생은 졸업생 289명 중 49명(16.9%)이었지만 2004학년도에는 졸업생 283명 중 19명(6.7%)으로 줄었다. ‘탈(脫)함양’ 현상이 주춤해진 것이다. 지난 겨울 마침내 함양에서는 잔치가 열렸다. 함양고가 인문계로 전환한 이후 첫 서울대 합격자가 나온 것이다. 박 교장은 “수업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올해 입시에서도 기대를 한다”고 말했다. 인근 산청군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이 학교에 진학한 서필선(1학년)양은 “기숙사 시설이 좋고 공부를 많이 시킨다고 해서 함양고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함양고 교장실. 주민과 학부모들이 참석한 이날 학교운영위원회에서는 함양고가 최근 정부에서 선정한 ‘1군 1우수고’에 선정된 것이 화제였다.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지역이라는 인식은 이제 사라졌지요?” “이참에 일류학교로 한번 키워 봅시다” “여학생 기숙사를 별도로 짓고, 원어민 교사도 채용하고요”…. (함양=안석배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sbahn.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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