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을 생각한다

아이는 밥상머리에서 말을 배운다

by 아름다운비행 2012. 10. 11.

* 출처 : http://bbs.miznet.daum.net/gaia/do/mizmom/baby/care/magazine_special/read?sbjCate2=152&bbsId=MM022&searchValue=A&articleId=1805&t__nil_hottopic=miznet_txt&nil_id=4

 

[연재] 나무발전소 김명숙 대표의 워킹맘의 독서 생존기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 가족 식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은 중산층 혹은 학습 자극이 풍부한 아이들의 언어능력을 능가한다는 하버드대 연구진의 연구결과가 있다. 아이들은 밥상머리에서 말을 배우는 것이다. desk@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경제 위기에 빠진 미국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흑인 최초의 대통령 버락 오바마. 그가 백악관에 입성해서 가장 하고 싶은 일로 꼽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오랜 선거유세 기간에 두 딸과 함께하지 못했던 가족식사였다고 한다. 실제로 오바마 부임 후 아이들과 아침 식사를 함께하려고 회의 시간을 조정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그에게 특히 저녁 식사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가족만의 시간이다. 매일 오후 6시 30분이며 집무실을 떠나 식탁에 앉는다. 가족 식사에 참석하려고 잠시 집무실을 떠났다가 새벽까지 일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오바마,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그가 사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을 가족식사에 두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대학은 청소년기 문제행동(약물, 알코올, 담배, 10대 임신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서 가족식사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콜롬비아 대학 약물오남용예방센터(CASA)는 가족식사를 많이 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동급생들에 비해 학업 성적에서 A학점을 받는 비율이 2배 높고, 청소년 비행에 빠질 확률은 1/2정도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100여 개 중고등학교 전교 1등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주중 10회 이상이 가족 식사를 한다는 답변이 40%에 달했다. 1등 학생중 가족식사가 없는 경우는 중간 성적 학생의 1/4 수준으로 적었다.

고작 20분!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의 놀라운 의미를 알려주는 책이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이다. 우리도 밥상머리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중요시하는 전통이 있다. 어른이 수저를 들기 전에 음식에 손을 대지 않고 기다리면서 인내심을 기르고 맛있는 반찬만 먹지 않으므로 남을 배려하는 심성을 배우는 등 인생을 살아가는 덕목을 하나씩 배우는 기초 교육장이었다.

현대 우리의 가족식사 풍경은 어떤가? 아이들은 학원으로 부모들은 생업에 매달려 바쁜 탓에 다 같이 모여 밥 한번 같이 먹기 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아이의 투정을 다 받아주며 TV를 켜놓은 채 아침밥을 겨우 떠먹이고 유치원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 지친 몸으로 일과를 마친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또 시작되는 식사 전쟁…. 밥상머리 교육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빨리 먹자, 밥은 왜 흘리니, 골고루 먹어야지,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등등 잔소리형 대화로 식사시간의 대부분을 채우는 건 아닌지…. 외국 영화에서 보듯 그날 하루 일과를 아빠부터 식구 구성원 차례로 이야기하고 아이는 부모에게 요구 사항을 이야기하고 부모는 그에 대해 묻고 평가하는 토론이 이루어지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아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후자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그는 대통령 재선을 위해 선거 유세를 시작했는데 SNS를 통해 '저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유권자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그때 올라온 질문 중 하나, 가정, 일, 취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매일 오후 6시30분에 가족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주말에는 농구나 골프를 즐긴다"고 답했다. 그는 여전히 가족식사는 하루 일과중 중요한 의식으로 여기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1/3, 세계 0.3%의 인구만으로 전체 노벨상 수상자의 30%를 배출한 유대인. 유대인이 식탁에서 지켜지는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어떤 잘못이 있어도 밥상에서는 절대 아이를 혼내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컵을 깨는 사소한 잘못부터, 평소 같으면 호되게 꾸짖을 일까지도 모두 식사후로 미룬다. 유대인들은 가족의식을 매우 중요시 하고 의식은 음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들의 경전인 탈무드 또한 대화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80년대 미국에서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업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컸다. 중산층 이상 아동의 학업성취도가 높게 나타나는 반면 저소득층 아동은 고교 진학 후 자퇴율도 높았고 학업성취도도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사회경제적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교육에서도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3살 자녀를 둔 미국 보스턴 중·저소득층 85가구를 선정해 아이들의 가정과 어린이집에서 이뤄지는 일상적인 대화를 낱낱이 녹음했다. 자료 수집 기간만 무려 2년. 그러나 실험 결과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아이의 언어능력은 부모가 중산층이냐 저소득층이냐에 따라 나뉘지 않았고, 장난감(교재교구)이나 독서 환경으로도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다른 조건이 같을 때, 아이의 학습 능력의 차이는 가족 식사의 횟수와 식탁에서 의견 개진이 활발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갈렸다. 저소득층이거나 학습적 환경이 풍부하지 않더라도 가족 식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은 중산층 혹은 학습 자극이 풍부한 아이들의 언어능력을 능가했던 것이다.

실제로 가족식사를 자주 하고, 식탁에서 활발한 의견이 오가는 가정의 아이는 책을 읽어주는 부모의 아이보다 훨씬 많은 어휘에 노출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아이가 유치원 다니기 시작하면서 말이 부쩍 느는 이유도 이와 같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말이 늘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부모의 시각에서 벗어나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묘사해야 하는 필요성이 더큰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식사에서 아빠의 존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엄마가 아이의 양육을 전적으로 맡은 경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때문에 말에 대한 갈망이 깊지 않은 반면 낮시간 동안 부재했던 아빠와의 짧은 대화의 시간은 밀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모이는 식탁은 영양만 채우는 곳이 아니라 부모 세대의 지혜와 관심을 아이들과 나누는 시간으로 채울 수도 있고 아이의 관심사를 이해하는 시간이어서 아이들이 기다리는 시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 완벽한 밥상머리 교육에 대한 환상을 버리기만 하다면 그렇다. 아빠의 가사분담은 필수적이지만, 정 시간이 없다면 배달음식도 좋고, 저렴한 외식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함께 식사시간을 어떤 식으로든 마련하는 것이다. 즐겁게 누구나 무슨 말을 해도 괜찮고 아이의 의견을 소중히 받아주는 시간으로 만든다면 말이다.

가족식사를 운영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책들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SBS스페셜 제작팀 지음, 리더스북 발행)



아이들 밥 차리기만도 버거운데 어떻게 정감 넘치게 대할 수 있는냐를 고민하는 부모가 읽어 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하루 일과를 가족식사를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만날 수 있다. 아무리 교육 정책이 바뀌고 새로운 교육이 이론이 나와도 가족이 함께하는 유일한 시간, 가족식사만큼은 지켜야 할 이유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 있다.

 
「집밥의 힘」(SBS스페셜제작팀 지음, 리더스북 발행)



SBS스페셜 '밥상머리 작은 기적'의 실천편에 해당하는 책이다. 세계적인 두뇌음식 권위자 패트릭 홀포드 박사는 두부와 된장, 김치와 나물, 생선, 현미밥 등이 주식인 한국의 평범한 집밥이야말로 '두뇌 음식의 보고'라고 감탄했다. 영양소의 균형이 잘 잡혀있는 집밥의 중요성을 깨닫고 아이들을 위해 어떤 음식을 만들어야할 지 생각해보게 한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안병수 지음, 국일미디어 발행)



유명과자 회사 임원으로 근무하던 저자가 평소 친분이 돈독했던 일본의 한 과자 기술자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16년간 근무했던 과자회사를 그만두고, 식생활과 관련된 세계의 각종 논문, 건강 서적 등을 읽으며 국내외 과학자들의 연구 내용을 탐독하면서 알게된 가공식품의 유해성을 고발한 책. 과자의 달콤한 유혹을 당장 끊게 하는 가장 권위있는 책이다.

 
「아이의 식생활」(EBS아이의 밥상 제작팀 지음, 지식채널 발행)



부모들은 오늘도 아이들과 밥상머리 전쟁을 벌인다. 한쪽에서는 밥을 먹지 않아 문제고, 다른 한쪽에서는 밥을 너무 많이 먹어 문제다. EBS 다큐프라임 '아이의 밥상' 은 이런 아이의 편식과 과식을 과학적이고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조명해 큰 호평을 받았다. 어떻게 먹이는가에 앞서 왜 아이들은 그렇게 먹는가에 집중했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후다닥 아이밥상」(임미현 지음, 미디어윌 발행)



요리꽝이 엄마들도 따라할 수 있는 친절한 요리책이다. 잘 안 먹는 재료로 만든 반짝 아이디어 반찬, 일품요리, 엄마표 건강 간식, 외식메뉴, 아픈 아이를 위한 건강 죽까지 다양하다. 특히 식품첨가물, 트랜스지방, 환경호르몬 등을 배재한 간편 요리법이 이책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