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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생각한다

[세계의 초등학생들 4] 호주 - 여행·운동이 삶의 전부

by 아름다운비행 2005. 8. 13.
2005년 8월 2일 (화) 11:05  미디어다음
‘여행·운동이 삶의 전부’, 호주 초등생의 여름방학

[세계의 초등학생들 5-호주] 방학 땐 유럽·호주 여행, 집에선 축구·크리켓
방학숙제? “없어요!”…“방학은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는 특별한 기간”

미디어다음 / 글, 사진 = 최용진 호주 통신원



세계의 초등학생들?


‘놀고, 놀고, 놀면서 배운다’, 美 초등생의 하루

‘극과 극’, 아르헨 공립·사립초등생의 삶

‘소황제’들의 치열한 경쟁…中 초등생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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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운동이 삶의 전부’, 호주 초등생의 여름방학







호주 애들레이드에 살고 있는 라파엘 하인츠 비숍(8)은 방학이 즐겁기만 하다. 방학 동안 가족들과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친구들과 축구와 크리켓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파엘은 스트레이드브로크 공립 초등학교 3학년이고 형은 중학교 1학년, 누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다. 지금은 방학 기간이라 모두 학교에 가지 않는다.

이번 방학에는 출장을 떠난 아빠가 돌아오는 대로 온 식구가 호주 내륙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래서 요즘 라파엘은 아빠가 돌아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라파엘은 책보다 여행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믿는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여러 나라를 여행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6살 때는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가 살고 있는 영국의 해안 도시 입스위치로 여행을 자주 갔었다.

학기 중에도 여행을 떠날 정도였다. 라파엘 가족은 영국을 방문할 때마다 영국 내 다른 도시들은 물론 근처 유럽 국가까지 자동차로 여행을 하고 호주로 돌아왔다.

“책보다 여행에서 더 많은 것 배울 수 있다” 아버지의 믿음
초등학교 3년생, 영국 비롯한 유럽 각국, 호주 각 지방 여행 다녀와



라파엘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라파엘의 엄마 루이스, 라파엘 누나 소피아의 친구, 라파엘의 누나 소피아, 라파엘, 라파엘의 형 루크.


요즘은 학교 공부도 중요해 학기 중에는 여행을 가지 않지만 방학 때만큼은 꼭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지난해 여름방학에는 호주 퀸즐랜드를 자동차로 4주 동안이나 여행했다. 라파엘의 아버지 피터 비숍은 “골드코스트에서 가서 그곳의 자랑거리인 씨월드와 무비월드를 방문했다”며 “브리비 섬에서부터 북쪽으로 칼로운드라, 마루키도르, 누사까지 150km에 걸쳐 끝없이 이어진 해안가 선샤인코스트도 다녀왔다”고 말했다.

라파엘은 “해안가를 따라 남호주로 돌아오던 중 근처 바닷가에서 낚시를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낚시가 끝나자 아버지는 몇 마리의 물고기만 남겨두고 대부분의 물고기를 놓아 주었는데 고기를 잡을 때보다 오히려 고기를 놓아줄 때가 기분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라파엘 가족은 다음 방학에 떠날 여행 계획도 미리 세워두었다. 다음 방학에는 가족 모두가 남호주 시내에서 약 600km 떨어진 포트링컨에 가서 배를 빌려 바다 낚시를 할 계획이다. 포트링컨은 바다 낚시로 아주 유명한 곳이다.

삶의 나머지 절반은 운동…축구·크리켓·수영 ‘마음껏’
어머니 “공부보다 운동 통해 인간관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형 루트(좌)와 호주 풋불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라파엘(우).


라파엘은 이번 방학의 절반을 여행하는 데 쓸 계획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쓸 생각이다.

라파엘은 날씨가 맑으면 항상 동네 친구들과 축구나 크리켓을 한다. 특히 라파엘은 축구를 좋아한다. 집에서도 틈만 나면 드리블 연습을 한다. 학교에서 대표선수로 뛰고 있을 만큼 실력도 뛰어나다.

라파엘은 “친구들과 몸을 부딪치며 노는 것이 무척 즐겁다”며 “축구를 하다 실수를 해도 친구들끼리 서로 격려해주는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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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뿐만이 아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근처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우고 있다. 수영장에서도 역시 동네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라파엘의 엄마 루이스 하인츠는 라파엘이 공부보다 운동에 열중인 것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루이스는 “어린 나이에는 공부보다는 운동을 통해서 인간관계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린 아이들에게 강제로 공부를 시키는 것은 좋은 교육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이어 “부모는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라며 “라파엘이 운동을 좋아한다면 운동을 더욱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은 개학이 다가오면 밀린 방학숙제를 어떻게 하나 고민하지만, 대부분의 호주 초등학교는 방학 숙제를 내주지 않는다.

방학 숙제 내주지 않은 호주 초등학교
“숙제 내면 아이들 가족과 보내는 시간 줄어들기 때문”



라파엘이 다니는 스트레이드브로크 공립 초등학교 3학년 교실의 모습


방학 숙제를 내주지 않은 이유는 호주의 교사들이 방학을 ‘아이들이 가족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특별한 기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방학 숙제를 내주면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숙제를 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라파엘이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과외를 받지 않는 대신 라파엘의 부모가 아이들의 공부를 돕고 있다. 부모는 아이 공부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아이가 모르는 부분을 그냥 넘어가지 않도록 꼼꼼하게 지도하고 있다.

이처럼 공부보다는 여행과 운동에 더욱 열중하는 호주 초등학생들은 모습은 학기 중의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기 중에도 노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은 마찬가지다.

보통 학교 수업은 아침 9시에 시작한다. 라파엘은 7시 반쯤 일어나 아침을 먹고 텔레비전 만화를 보다가 학교에 간다. 집에서 점심 도시락을 챙겨가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오전 수업은 12시까지 계속된다. 보통 3과목 정도 수업이 진행되는데 대게 영어, 수학, 역사, 사회, 음악 등의 수업이 오전에 있다. 각 과목당 수업시간은 30분 정도다.

학기 중에도, 공부 시간만큼 중요한 ‘쉬는 시간’들
“초등학교의 가장 큰 역할은 함께 어울리는 법 가르치기”



학교에서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은 라파엘(우)

30분 동안 수업을 받고 나면 아이들에게는 20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이때도 아이들은 밖에 나가 신나게 논다.

특히 요즘은 비만 아동이 증가하고 있어 호주 정부는 각 학교의 쉬는 시간을 더욱 늘렸다. 아이들은 늘어난 시간만큼 더욱 열심히 운동장에서 뛰어 논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면 오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목 중의 하나인 체육, 미술 등을 배운다.

목요일과 금요일 오후에는 독서 시간이 있다. 이 시간에는 아이들이 학교 도서관에 찾아가 자신이 원하는 책을 읽는다.

물론 가끔 시험을 보기도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오전에 공부한 내용을 점검하는 시험을 오후에 보기도 한다.

학교는 오후 3시 15분에 끝난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녀를 데리러 온 부모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라파엘은 “나는 지금 운동이 무척 좋은데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마음껏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즐겁다”며 “여행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커서 역사가가 돼 전 세계를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라파엘의 어머니 루이스는 “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있을 정도로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공부만 강요하지는 않는다”며 “초등학교의 가장 큰 역할은 아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