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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생각한다

[세계의 초등학생들 5] 뉴질랜드 - 취미는 요트와 골프

by 아름다운비행 2005. 8. 13.
2005년 8월 9일 (화) 18:30  미디어다음
‘취미는 요트와 골프’, 뉴질랜드 초등생의 삶

[세계의 초등학생들 6-뉴질랜드] 방학 땐 요트 타고 여행 떠나는 배관공의 아들
단돈 1만원에 9홀 골프장 한나절 이용…학비는 1년에 7만원 정도

미디어다음 / 글, 사진 = 전형철 뉴질랜드 통신원 



세계의 초등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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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요트와 골프’, 뉴질랜드 초등생의 삶







요즘 뉴질랜드 초등학생들은 겨울방학을 마치고 3학기 수업을 듣고 있다. 뉴질랜드 초등학교는 한국과 달리 4학기 제도로 수업이 진행된다. 대략 1월과 4월 초순, 7월 하순, 10월 초순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각 학기가 끝나고 나면 2주 동안의 짧은 방학이 주어진다. 단, 12월 중순부터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여름방학은 6주 정도로 다른 방학보다 긴 편이다.

오클랜드 크레이턴파크 초등학교 5학년인 로버트 갈리션의 겨울방학도 2주 정도로 매우 짧았다. 그러나 로버트는 방학 동안 마음껏 쉬면서 뛰어놀 수 있었다. 학기 중에도 그렇지만 방학 때도 학교에서는 숙제를 내주지 않는다.

로버트는 이번 주말에 아버지와 함께 요트를 타고 나가서 바다낚시를 할 계획이다. 이번 겨울방학에 로버트는 아쉽게도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주말에 가까운 바다로 가서 요트와 낚시를 즐기려는 것이다.


맨발로 등교하는 초등학교 5학년인 로버트 갈리션. 앞으로 전기기술자나 경찰관이 되는 것이 꿈이다.

여름방학 때 로버트의 가족들은 보통 2주 정도 일정을 잡아 노르웨이 노스케이프 등지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가족들은 요트를 타고 항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겨울방학 때는 비바람이 치는 날이 많아 요트를 타기 힘들 때가 많다. 비록 날씨는 10~15℃로 따뜻한 편이지만, 요트를 탈 때 바람이 세게 불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버트 가족은 대개 가까운 곳에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 때문에 요트를 타기 힘든 겨울방학에 로버트는 주로 친구들과 함께 동네 공원에서 크리켓이나 럭비 등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마저도 힘든 날씨에는 집에서 해리포터 등 다양한 소설 등을 읽는다.

로버트는 또 골프를 즐기기도 한다. 형 알렉스와 함께 집 근처에 있는 9홀짜리 공립골프장에 나가 골프를 치고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처럼 방학 때마다 요트를 타고 골프를 즐기는 로버트는 상류층의 자녀가 아니다. 로버트의 아버지 제프 갈리션은 배관공이다. 그는 도버해협의 영국령 섬인 건지에서 태어나 17살 때 부모를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 온 평범한 사람이다.

로버트의 어머니는 유치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로버트의 가족들은 아담한 목조 단층집에서 살고 있다.


겨울방학이라 텅 빈 초등학교의 잔디 운동장. 이 잔디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그렇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이런 평범한 가정의 자녀도 요트나 골프를 쉽게 즐길 수 있다. 로버트의 부모는 7년 전 30ft(약 9m)짜리 중고 요트 한 척을 구입했다.

평상시에는 이 요트를 집에서 20km쯤 떨어진 하프문 베이에 정박시켜두고 주말이나 방학 때 온 가족이 함께 요트를 타고 여행을 즐긴다.

골프 역시 직접 손수레에 골프채를 싣고 라운딩하기 때문에 로버트의 경우 골프장에 어린이 입장료 15뉴질랜드달러(약 1만1000원) 정도만 내면 한나절 신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 골프는 일반적인 서민 스포츠 중 하나다. 한국처럼 비싼 돈을 내가며 힘들게 예약해야 하고, 캐디가 뒤따라 다니는 사치스러운 스포츠가 아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자녀가 만 5살이 되면 초등학교에 입학시킨다. 15살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공립학교의 학비는 없다. 기부금으로 1년에 약 100뉴질랜드달러(약 7만1800원) 정도 내는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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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학부모 대부분은 아이들의 교육에 극성스럽게 매달리지 않는다. 학원을 여러 곳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아이도 그다지 많지 않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저학년이나 고학년이나 모두 교과서도 없이 도시락만 하나 가볍게 들고 학교에 간다. 그야말로 내 집 드나드는 것처럼 학교에 다니는 것이다.

로버트는 학교가 집에서 2km쯤 떨어져 있어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다닌다.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 체육시간이 없는 날에는 신발도 신지 않고 학교에 간다.

자전거를 타려면 헬멧을 필히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맨발이어도 헬멧은 쓴다. 과일 샌드위치와 음료수가 담긴 도시락 가방만 하나 달랑 매고 잔디밭 가운데 난 보도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학교로 향한다.

9시까지 등교한 뒤 오후 3시에 집에 돌아온다. 학교에서 좀 멀리 사는 아이들은 부모가 자녀를 차에 태워 등하교시키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걸어 다닌다.

뉴질랜드는 비교적 범죄율이 낮아 초등학생들이 등하교시에 부모나 보호자와 함께 다니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


뉴질랜드 주택가 곳곳에 있는 소공원의 어린이 놀이터. 이 곳 역시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이다.

숙제가 없으니 당연히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고 선생님에게 혼날 일도 없다. 예습·복습을 해오지 않았다고 창피당하는 일도 없다.

오히려 예습을 해오면 불공정한 행동을 한 것으로 취급당하기 쉽다. 또 작은 선행이라도 한 것이 알려지면 과분한 칭찬을 받게 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처음 뉴질랜드에 온 한국 학부모들은 이곳 아이들이 너무 놀기만 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저렇게 빈둥빈둥 놀기만 하면 커서 무엇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구가 한국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뉴질랜드에서는 이미 노벨상 수상자가 3명이나 나왔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이다. 그 중 1908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어니스트 러더퍼드의 초상은 100달러짜리 뉴질랜드 지폐에 그려져 있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마라톤 경기를 할 때 처음부터 전력질주를 하면 후반전에 들어서는 지쳐 쓰러지고 만다. 이들은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뉴질랜드의 학부모들은 자식들이 그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바른 심성을 가진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기만을 바란다. 교육제도 역시 본격적인 전공 공부는 대학에 들어가서 할 수 있도록 짜여 있다.

물론 이렇게 교육받은 아이들이 모두 좋은 심성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뉴질랜드에도 문제아는 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최대한 자율을 주는 대신 기본적인 원칙은 엄격하게 정해 반드시 지키도록 하는 교육을 한다.

말썽을 피운 학생의 사안이 심각하지 않다면 점심시간을 갖지 못하게 하거나 학교가 끝난 뒤에 남아서 반성문을 쓰도록 하는 정도로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급우를 괴롭히거나 때린 학생, 그리고 무단결석을 한 학생은 엄하게 처벌한다. 해당 학생의 부모에게 즉시 통보하고, 사안에 따라 정학 또는 퇴학 조치를 과감하게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