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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서서

오래된 수로 땜질하기

by 아름다운비행 2005. 6. 20.

오늘은 저수지 물을 안내리는 날.

 

이제 논에 모내기했던 벼들은 분얼기(포기나누는 시기)를 지나면서

적당한 포기만큼씩 탐스럽게 잘들 자라나고 있다.

모내기 때 이앙기에서 몇 포기씩 심어졌던 벼들은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한 웅큼씩은 될만큼 포기를 늘리고 파랗게 탐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요즘의 이 시기를 '물 떼기' 시기라 한다.

 

더 이상 포기나누기를 못하도록 하는 의도도 있고, 좀 있으면 장마가 오니까 그에 대비해 뿌리를

잘 내리도록 촉구하는 의미도 있는 것이 물 떼기다. 장마도 견뎌야 하고, 8월의 태풍에도 견디려면 뿌리가 잘내려야 하니까.

 

그래서 얼마전부터는 수로에 물을 삼일에 하루씩은 쉰다. 이틀 내리고 하루 쉬는 식으로.

오늘은 그중 물이 잘 새고 있는 곳중 한 군데의 수로를 둘이 나가서 시멘트를 개서 갈라진 곳을

땜질하고 들어왔다. 2시부터 4시반까지, 처음엔 긴 소매였는데 일하다보니 덥고 땀이나서 긴소매

로는 못하겠기에 또 팔을 걷어 올리고 했다.

 

여기 석모도 상하지구는 '93년도 경지정리 완료된 곳이라 논 한 단지(한 배미라고도 한다)가

보통 1200평 정되 되는 것 같다. 그러면 논의 한 변이 한.. 60미터즘 되나? 잘은 모르겠다.

어쨌든 논 두 배미에 걸치는 수로에 땜질을 하는데 시멘트 반 포대를  다쓰고도 몇 군데는 못하고

들어왔다.

 

93년이면 이제 10년 좀 넘은 곳인데도 왜 그리 새고 터지는 곳은 많은지..

오늘 나간 곳 말고도 손 댈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마음 같아서야 시원시원하게 장비 들이대서 고쳐주고 수로도 정비해 주고 싶지만..

예산지원이 돼야 뭘 하지.

시멘트 땜질도 시멘트는 나오지만 모래는 지원이 안되어 알아서 조달해 쓰는 형편이니.

 

내가 있는 이곳은 우리 회사서 젤 말단인 최일선 기관으로서 지소라고 하는 곳인데,

말만 '기관'이다.

소장은 면단위에선 기관장이라고 다들 불러는 주는데,

직원들과 같이 작업복 입고 장화신고 나가서 삽질 같이하고 하는 거야 당연히 하는 일이라고

해도, 오늘도.. 그래도 한 군데는 일단 미봉책이긴 하나 막았으니 더 이상 물 새진 않겠지..하는

마음에 그래도 개운한 마음에 돌아서긴 했어도 마음 한 구석이 착잡하긴 마찬가지.

어떻게 해야 사업비를 따다가 급한 곳 일부라도 좀 고쳐주나.. 하는 마음뿐.

 

'기관'이면서도 마치 하늘만 바라보고 사는 천수답마냥 예산지원을 기다려야 하는 곳.

확실히 내가 내 역할을 못하고 있다.

우는 애기 젖준다고, 그냥 물고 늘어지고 울어 제껴야 하는데 안해서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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