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 영토 분쟁지역으로 선포해야" | ||||||||||||
[오마이뉴스 2004-07-28 19:12] | ||||||||||||
[오마이뉴스 김태경 기자]
지난 6월 4일 40여명의 학자와 일반인들이 모여 간도학회가 만들어졌다. 국내에 역사 관련 수 십개의 학회가 있지만 북방영토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조직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간도학회는 지난 24일 '간도 되찾기 국민운동 추진위원회'도 출범시켜 지난 2002년 월드컵 때의 열광적인 응원처럼 시민들의 힘을 모을 계획이다. 간도학회 연락처는 (02)2268-8668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6일 간도학회 이일걸(52) 부회장을 만났다. 그는 "중국의 동북공정은 간도 영유권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정부가 이를 순수 학술적 차원의 문제로 생각했던 게 잘못"이라며 "간도학회를 만든 것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미온적인 정부에 대해 간도협약의 무효화를 선포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도록 하는데 있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사람들은 보통 '간도'라고 하면 현재의 연변 조선족자치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이곳은 북간도다. 간도학회에서 볼 때 간도는 요양~심양을 잇는 선을 따라 송화강과 흑룡강이 만나는 곳을 기준으로 그 이남을 말한다. 따라서 현재 러시아의 연해주도 간도에 들어간다.
그는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무효로 선언된 만큼, 당연히 일제가 청나라와 맺은 1909년의 간도 협약도 무효"라며 "우리 정부는 이를 중국 정부에 통보하고 간도가 영토분쟁지역임을 국제적으로 선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더 나아가 "현재 헌법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내용을 '대한민국의 영토는 북방 고토와 한반도 및 그 부속도서로 한다'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외교학을 전공해, 간도 협약을 둘러싼 청일간의 외교정책 결정 과정을 분석하는 박사 논문을 쓴 뒤 계속 간도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다음은 이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간도는 만주 지역의 대부분을 일컬어"
- 간도학회를 만든 목적은? "동북공정은 결국 간도 영유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결코 과거 역사를 연구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학회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한편 미온적인 정부에 대해서도 간도협약 무효화를 선포하도록 촉구할 것이다."
- 국민들은 간도가 현재 연변으로 알고있는데…. "연변은 북간도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요양~심양 이남, 송화강 이남과 연해주를 포함한 흑룡강 이서가 간도다. 즉 오늘날의 만주 지역의 대부분을 포괄한다. 15세기 이후로 1712년 백두산 정계비를 세운 뒤에도 봉황성(압록강 북쪽 120리 지점)의 관할권이 조선한테 있었다. 간도지역은 대단히 넓다."
- 간도학회는 어떻게 준비하게 됐나? "올 3월 초부터 간도에 관심있는 학자들이 모여 동북공정 대응방안을 논의하다가 학회를 발족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24일에는 간도학회 산하에 '간도 되찾기 국민운동 추진 위원회'도 만들었다.
-아직 회장이 미정인데…. "간도 문제의 성격상 학자이면서 정치력도 있고 활동반경이 넓은 분을 모시고자 한다. 8월 초 확정될 것 같다. 회장이 선임되면 오는 9월 중 창립식을 공개적으로 열 계획이다."
- 참여 인사는? "현재 회원은 40여명으로 학자와 일반인들이 고루 섞여있다. 국사 학자보다 오히려 외교관계나 국제법을 전공한 학자들이 훨씬 더 관심이 많다."
-북방 영토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회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맞다. 백산학회가 있지만 이 학회는 고대사부터 근현대사까지 방대한 범위를 다루고 있다. 또 백산학회라는 이름 자체가 일반인들이 한눈에 목적을 파악하기 힘들다. 학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널리 동참시키기 위해 간도학회로 이름을 지었다."
-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한국사에서 고구려를 제외시키는 등 중국의 의도가 노골화되고 있다. "동북공정의 목적이 결국 간도에 있는 만큼, 오히려 중국이 간도문제를 공론화시킬 공간을 만들어 준 것이다. 한국은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간도가 우리 땅임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국제적으로 공론화시켜야 한다."
- 정부는 애초 동북 공정을 순수 학술적 차원에서 대응한다고 했다. "그게 가장 큰 실책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동북공정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북 공정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대책이 180도 다를 수 있다.
동북공정의 궁극적 목적은 간도 지역의 영토 뿐 아니라 재중 동포의 정체성을 뒤흔들고, 동이 문화를 찬탈하려는 것이다. 우리 문화의 시원은 간도지역 등 북방영토에 있다. 중국은 1970년대 홍산문화가 황화 문화보다 훨씬 앞선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만주 지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파악했다."
- 앞으로 활동계획은? "학술대회를 구상중이고 간도 영유권 논리를 더욱 치밀하게 확립할 것이다. 지난 10일 고구려 연구재단에 '근대 한중일러의 국경 획정 과정연구' 연구과제를 신청했다. 국내에 간도에 대한 일부 입장차가 있어 이것도 통일할 것이다. 또 간도 되찾기 국민운동 본부를 잘 운영할 것이다. 육낙현 백산학회 총무간사가 임시 대표를 맡았다. 월드컵 때 열광적인 응원을 했던 것처럼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 간도 영유권에 대해서 국내 학자들 사이에 이견은 없나? "간도가 우리땅이라는데 대해서 국내 학자들 사이에 이견은 거의 없다. 그런데 문제는 학술 발표할 때는 이렇게 말하거나 공감하면서도 돌아서면 다 잊어버린다. 후속 대책이 없는 것이다.
국내 1세대 간도학자들은 백두산 정계비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정하지 않는다. 정계비를 부정하고 압록강 대안 지역과 두만강 대안 지역을 벗어나 청나라의 봉금 지역 전체가 우리 영토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즉 중국의 심양과 요양을 잇는 선 이남이 우리 영토라는 것이다. 심양-요양선은 고구려의 천리장성 선과 일치한다."
- 백두산 정계비는 왜 세워졌나? "서간도 지역은 17~18세기 이전까지 조선이 점유를 해서 통치했다. 1712년 이전에 청나라의 강희제가 프랑스 신부를 시켜 그린 드 알드 지도 등을 보면 명확하다. 프랑스 신부를 그린 지역을 보고 청나라가 이 지역을 탈취할 목적으로 백두산 정계비를 세운 것이다. 중국에서도 백두산 정계비를 기존 처럼 국경을 획정하는 비석으로 보는 견해가 있고, 단순한 시찰비로 보는 견해가 있다."
- 간도가 우리땅이라는 좀 더 먼 역사적 근거가 있나? "윤관 장군이 고려 땅이라는 비석을 압록강 이북 700리 지점의 선춘령에 세웠다. 원나라 말기에 요양 지역의 중국 관리가 이 지역이 애초부터 고려 땅이니 고려에서 접수하라고 말했다. 당시는 명이 북경에서 아직 이 지역에 세력을 미치지 못했을 때다. 그런데 고려가 이를 접수하지 못했다. 후금 시절에 그 지역을 봉금지역으로 명하고 무인지대가 된 것이다."
- 간도에 연해주까지 포함된다면 러시아와의 관계도 문제가 될 터인데…. "청나라가 연해주를 러시아에 넘겨 준 조약이 1860년 베이징조약이다. 당시 열강들의 강압에 의해 맺은 조약으로 국제법상 무효다. 청 나라는 자기 영토로 아닌 땅을 제 마음대로 러시아에 넘겨 준 것이다. 따라서 제3자가 강압에 의해 맺은 조약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러시아는 자기들은 연해주를 자기 땅으로 확보하는 것에만 신경썼지 역사적 배경은 전혀 몰랐다."
"연해주는 청나라가 강압에 의해 러시아에 넘긴 것"
- 국제법상 영토를 점유한 지 100년이 지나면 나중에 무효로 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국제법상 국가간의 영토 문제는 취득 시효가 없다. 또 일제가 1909년 간도협약을 체결한 바탕이 된 1905년의 을사보호조약이 무효다. 을사보호조약이 무효이니까 간도협약도 무효인 것이다."
- 북한과 중국 사이에 맺은 조약에서는 간도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1962년 북한과 중국은 '조중변계조약'(朝中邊界條約)을 맺었다. 그러나 통일 한국 정부가 북한이 맺은 국제조약을 승계하지 않는다는 것을 별도로 규정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조중 변계조약을 승계하지 않고 통일 한국이 중국과 간도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된다."
- 정부에서는 간도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원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 쪽에 문의하면 저리 가보라고 하고 저 쪽에 문의하면 이리 가보라고 하고…. 단 요즘에는 정치권에서 조금 반응이 있다. 김원웅 의원이나 송영길 의원 등이 학술대회 하면 자료도 요청하고 관심이 있는 것 같다."
- 요즘 중국 정부의 태도가 대단히 우려스럽다. "작년에 동북공정 문제가 나왔을 때 한국 정부의 대응논리가 미흡했다. 동북공정은 고구려, 고조선, 발해 등이 한국사임을 부정하고 있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인데 정부는 학술차원의 문제로 축소해 이해했다. 주한 중국 대사를 소환시켜야했다.
그랬더라면 최근 <신화통신> 등 중국의 관영 통신이 공식적으로 고구려사가 중국사라고 보도할 수 있었겠나? 정부의 태도는 대단히 사대적이었다. 우리의 영토 문제 등 국가의 핵심 이익에 대해서는 사대나 굴종은 있을 수 없다."
- 지난 1993년 중국과 수교할 때도 이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1975년 9월에 국회에서 '간도영유권관계발췌문서'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간도가 우리땅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모아놓은 책이다. 박정희 정권 때도 이럴 정도였는데 지난 중국과 수교할 때 간도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당시 노태우 정권이 북방외교의 성과로 한중 수교를 자랑하기 위해 조바심을 낸 결과다."
"한중 수교 때 간도 문제 거론안한 것은 큰 잘못"
-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의 규정도 고쳐야 할 것 같다. "맞다. 제헌 국회에서 식민사학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미처 생각을 못하고 그렇게 만든 것이다. 따라서 헌법도 '대한민국의 영토는 북방 영토를 포함한 한반도 및 그 부속도서로 한다'로 바꿔야 한다."
- 간도 지역에 재중동포가 살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간도 영유권의 가장 큰 핵심 가운데 하나가 재중동포들이다. 이곳에 조선족이 살고 있다는 게 중국한테는 큰 문제다. 그래서 3관교육을 재중동포한테만 시켰지 않은가? 3관교육은 역사관, 민족관, 조국관을 말한다. 즉 역사관은 조선족의 역사는 중국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으로서의 역사다. 민족관은 '조선족은 중국의 다양한 민족 가운데 살고 있는 민족이다', '조국관은 조선족의 조국은 중국이다' 이런 내용이다."
- 현재 우리 정부는 재외동포법의 적용범위에서 재중동포와 재 러시아 동포 등을 제외하고 있다. "간도 영유권의 문제에 있어 앞으로 재중 동포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그 지역에 누가 살고있는가가 핵심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재중동포를 잘 대우해줘야 한다. 현재 중국은 간도 지역에 계속 한족을 이주시키고 있다. 연변만 해도 해방 직후 재중동포와 한족과의 비율이 7 대 3이었는데 지금은 4 대 6으로 역전됐다. 중국 동북 공정의 궁극적 목적 가운데 하나가 조선족 자치주의 해체에 있다고 본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될 때 초대 연변조선족 자치주 주장을 지냈던 주덕해는 원래 상급 행정구역인 '자치구'를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에 의해 거부당했다. 주덕해는 문화대혁명 기간에 지방 민족주의 분열 분자로 몰려 유배당했다가 사망했다.)
- 그러나 과연 우리가 간도 또는 만주 땅을 되찾을 수 있을까? "간도 영유권 문제에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해야 할 것이다. 헤르츨이 시오니즘을 만든 지 50년 안에 이스라엘을 건국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50년째 되던 해 나라를 건국했다. 일단 국제적으로 공론화시켜야 한다. 다시 말하면 한국 정부는 간도 협약이 무효임을 중국에 통보하고 국제적으로
영토분쟁지역이라고 선포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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