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레이디경향 / 2013. 3월호
http://lady.khan.co.kr/khlady.html?mode=view&code=14&artid=201303141642421
비뚤어지기 쉬운 척추 길들이기
내 몸의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
이번 기사는 지난날 숱하게 나온 ‘신체의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에서 그치지 않는다. 운동선수가 아닌 이상 다들 조금씩은 균형이 무너져 있게 마련이니 이런 구태의연한 미끼에 걸려서는 안 된다. 관건은 ‘어떻게’ 무너지고 비틀어졌느냐다. 보기에도 아름다운 균형이 몸에도 좋았다더라. 기우뚱한 내 몸의 중심을 바로잡는 법을 알아본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직립보행을 시작한 이후 우리 몸은 걷기에 최적화됐다. 중력을 견디고 외부 자극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척추는 마디마디 조각났고, 목은 C자형을 완성했다. 교실과 작업실 책상에 앉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몸은 비뚤어지기 시작했다. 하루에 8시간 넘게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는 모든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이야기다.
고백컨대, 이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는 약 4개월 전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았다. 축이 흔들리면서 전체적인 균형을 잃었다고.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오른쪽 어깨는 왼쪽보다 낮았고, 척추는 두 번이나 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물살을 타고 있었으며 심지어 갈비뼈 길이조차 짝짝이였다. 골반까지 언급한다면 너무 놀라실 테니 이 부분은 생략토록 한다. 자신의 몸이 만신창이였다는 것을 서른두 살에 깨달은 셈이다. 우둔하다며 기자를 탓하지 마시라. 당신은 안심할 수 있는가.
신체의 아름다움, 그 이상의 가치
불편한 자세로 앉아 있다가 코에 침을 발라본 경험. 다들 한 번은 있을 것이다. 5분도 안 되는 사이 혈액순환과 근육에 이상이 생긴다. 몸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예민한 존재다. 척추는 더하다. 몸이 바르지 못해 체중이 한쪽으로 쏠리면 예민한 척추는 자극을 받는다. 스트레스 받은 척추의 근육이 뭉치게 되고 이내 통증이 찾아온다. 통증을 무시하고 계속 잘못된 자세를 취하면 척추가 휘거나 비틀어진다. 작은 뼈들이 맞물려 있는 만큼, 한 곳이 비틀리면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곳이 척추다. 여기까지가 척추측만증이다. 만약 잘못된 자세를 고치지 않고 계속 생활하면 디스크에 영향을 미친다. 척추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가 뒤로 밀리면서 목 디스크나 허리 디스크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① 경직된 근육은 피곤의 상징
같은 사무실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 박 대리는 쌩쌩하고 김 대리는 마사지숍을 제 집 드나들 듯한다. 두 사람의 차이는 잘못된 자세에서 찾을 수도 있다. 박 대리는 몸이 유연하고 근육이 잘 발달된 반면 김 대리의 근육은 약하고 굳어져 작은 움직임에도 피로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김 대리들, 당장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가야 할까. 그것도 좋지만 우선 척추부터 곧게 펴보자. 척추를 곧게 퍼는 것만으로도 근육을 발달시키고 보호할 수 있다. 척추 주위에는 척추를 보호하기 위해 인대와 후관절, 근육이 있다. 허리를 곧게 펴면 이들이 제 역할을 하며 보호되는 한편 구부정한 자세는 인대와 후관절, 근육 전반을 쉽게 마모시킨다. 등 근육이 약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쉽게 뻐근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② 혈액순환 장애로 집중력 저하
자세는 신체 균형의 아름다움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우리가 자주 간과하는 일이지만 자세는 통증뿐 아니라 혈액순환과도 밀접하다. 그리고 혈액순환은 곧 집중력과 연계된다. 학생과 직장인들이 책상에 앉아 고개를 숙이거나 비트는 등 바르지 못한 자세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목뼈뿐 아니라 혈관도 구부러지게 된다. 즉, 심장에서 머리로 가는 산소와 영양소 공급 노선이 휘어지는 것. 산소가 부족해진 뇌신경세포는 스트레스를 받고 이내 집중력이 떨어진다. 반면 허리와 목을 바로 세운다면 뇌세포가 산소 부족으로 지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른 자세는 집중력과도 직결되는 일이니 평소에도 바른 자세를 연습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③ 목 1cm 내민다면 2~3kg 무게 더해져
목을 앞으로 내민 거북목.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해 목뼈가 꺾이면 척추 중 목뼈를 구성하고 있는 경추의 디스크가 뒤로 밀리기 시작한다. 일반인의 목뼈가 탄력 있고 두툼한 디스크의 도움으로 완만한 C자형을 이루고 있다면, 거북목 환자들의 디스크는 이미 탄력을 잃고 납작해서 척추가 대나무처럼 뻣뻣한 일자형이 되는 것이다. 뼈의 모양이 변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머리의 무게를 떠받치기 어려워진다. 보통 1cm 앞으로 빠질 때마다 목에는 약 2~3kg의 하중이 가해지며 목뼈는 굉장히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로 이내 두통, 만성피로, 고혈압뿐만 아니라 목 디스크와 같은 합병증으로 번질 우려가 높다.
앞뒤 혹은 좌우로 쏠리거나 비틀어진 원인
자세가 비틀어진 이유는 잘못된 자세나 체질과 관련이 있다.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등이 굽지만 다른 사람은 멀쩡하기도 하다. 과학적인 인과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과학자와 의학자들이 원인을 밝혀낼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현재까지 밝혀진 자세가 뒤틀린 이유들을 알아본다.
① 무신경한 자세
다리 꼬고 앉기, 한쪽 방향으로만 백과 가방 메기, 팔 괴고 누워 있기. 오랫동안 하다 보면 척추와 골반이 틀어지는 대표적인 자세들이다. 척추는 미세하게라도 본래의 정렬 상태가 흐트러지면 비틀리거나 굽은 쪽으로 조금씩 기울어진다. 그런데 다리를 꼬는 건 아예 척추가 틀어진 자세로 앉는 셈이다. 꼬아 올린 다리 쪽의 골반이 위로 들리면서 틀어지면 척추는 휘어지고 자주 꼬아 올린 쪽의 다리는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 무릎 위에 가방이나 책을 올려두면 무심코 다리를 꼬는 동작을 의식할 수 있어 자세 교정에 도움이 된다.
② 비대칭 근육
자세가 비틀어졌다는 것은 뼈뿐 아니라 근육도 약하고 엇나가게 발달했다는 것을 말한다. 근육이 제대로 서 있다면 몸이 심하게 뒤틀리지 않을 것이다. 비대칭한 근육 발달은 현대인의 생활습관과 연관돼 있다. 책상 앞에서 우리 몸의 근육의 운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갈린다. 너무 발달하거나 지나치게 약해지거나. 자주 사용하는 팔이나 어깨 등 움직임이 많은 근육들은 강해지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아 굳어지기도 한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하체 근육은 약해지기 십상이다. 몸의 근육이 균형적으로 발달하지 않고 굳어진 부분과 약해진 부분이 섞이며 몸이 앞뒤나 좌우로 휘어지게 된다.
주말에는 간혹 ‘큰맘’을 먹고 운동을 한다. 성격 급한 현대인은 운동 하면 헬스장에 가서 바벨부터 드는 사람들이 많다. 혹은 골프장으로 직행. 이런 한쪽 몸만 쓰는 운동을 하다가는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커질 수 있다. 척추, 어깨 등 몸의 축을 이루고 있는 근육은 발달하지 않고 팔 다리를 움직이는 관절 근육에 지나치게 힘을 주다가 어깨나 허리 부상을 당하기 쉽다.
매일 운동을 하라는 교과서적인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운동을 하려면 스트레칭 먼저 하라는 것이다. 덜 성급하게 말이다. 특히 부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것. 피부도 상처가 생겼다가 아물면 흉터가 남는 것처럼 인대와 후관절도 마모된 부분이 아물면 울퉁불퉁해지면서 두꺼워져 그쪽 근육이 퇴화될 수 있다.
셀프 체크리스트
척추 전문가들은 자세 점검으로 원인 질환을 추론한 후 엑스레이, MRI, 적외선체열검사 등 정밀한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병명을 확진하는 수순을 밟는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전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자가 테스트법을 소개한다.
▲천천히 목을 움직이는데 어깨와 팔이 아프다
How to 상체를 바로 세운 상태에서 목만 천천히 앞으로 숙였다가 뒤로 젖히면서 통증이 오는지를 확인한다. 목을 움직일 때 뻣뻣하고 무거워 앞, 뒤, 옆으로 충분히 움직일 수 없거나 어깨가 땅기고 결리듯 아프면 근육이 뭉친 탓이거나 일자목증후군일 수 있다. 고개를 뒤로 젖힐 때 어깨와 팔, 때로는 손가락 끝까지 땅기고 저린 증상이 나타나면 목 디스크일 가능성이 높다.
▲양쪽 어깨의 높이가 다르다
How to 어깨의 높이는 평상시 조금만 신경 쓰면 알 수 있다. 가방 끈이 자꾸 흘러내리거나 브래지어 어깨끈을 양쪽 똑같은 길이로 맞췄는데도 한쪽이 흘러내린다면 몸이 한쪽으로 휘어 어깨의 높이가 달라진 것이다. 보통 낮은 쪽의 끈이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또 양쪽 쇄골의 모양이 같은지도 확인해야 한다. 척추와 어깨가 비틀어졌다면 쇄골의 방향이 한쪽으로 기울었을 가능성이 크다.
▲등 높이와 팔 길이가 같은지 확인한다
How to 척추가 옆으로 기우뚱하거나 틀어져 있으면 어깨 높이는 물론 등 높이, 골반의 위치, 다리 길이까지 좌우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를 확인하려면 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린 자세에서 허리를 앞으로 최대한 굽혔을 때 등 높이와 팔 길이가 같은지를 관찰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혼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므로 다른 사람에게 관찰을 부탁해야 하는데, 이때 관찰하는 사람은 허리를 굽힌 사람의 앞쪽과 뒤쪽에서 고루 관찰해야 한다. 등 높이와 팔 길이에 차이가 많이 날수록 척추의 틀어짐이 심하다는 뜻이고, 등이 극명하게 솟아 있는 상태면 척추측만증까지 의심할 수 있다.
▲허리 굴곡이 손바닥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좁거나 넓다
How to 딱딱한 바닥에 베개 없이 눕는다. 고개는 약간 뒤로 젖히고 다리는 자연스럽게 벌린 자세로 허리 밑으로 손바닥을 집어넣는다. 손바닥이 들어갈 만큼의 공간이 생기면 정상이다. 만약 손바닥조차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허리와 바닥이 밀착돼 있으면 일자허리나 척추후만증이 의심되고, 주먹이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넓으면 척추전만증이 의심된다.
▲허리를 앞으로 굽히거나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있다
How to 허리를 앞으로 굽히려고 할 때 통증이 심해 제대로 굽히지 못하면 허리 디스크가, 허리를 뒤로 젖히려고 할 때 통증이 심해 제대로 젖히지 못하면 척추관협착증이나 척추전위증이 의심된다.
▲무릎이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틀어져 있다
How to 다리는 미용적인 문제보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더 신경 써야 한다. 오다리가 되면 우선 무릎에 충격이 많이 간다. 무릎의 내측에 있는 관절과 연골이 잘 닳고 찢어질 수 있다. 관절염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골반도 안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골반 통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
▲ 양쪽 신발 굽을 체크한다
How to 척추의 좌우 균형이 깨지면 골반이 틀어지면서 양쪽 다리 길이에도 차이가 생긴다. 바닥에 똑바로 엎드려 무릎을 붙인 상태에서 뒤꿈치의 높이를 살펴본다. 양쪽 뒤꿈치를 붙였을 때 한쪽이 높으면 척추의 균형이 깨진 상태라고 봐야 한다. 좀 더 간편하게는 신발 밑창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양쪽 다리의 길이가 다르면 상대적으로 다리가 긴 쪽의 신발 밑창이 더 빨리 닳는 특징을 보인다.
무너진 축 되살리는 법
신체 균형을 잡아주는 단기 속성 코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비뚤어진 근력과 에너지를 바로잡는 운동법과 생활습관을 척추외과 전문의 이동엽 박사에게 들어봤다.
① 메모리 운동법
무너진 축을 살리기 위해서는 뼈만큼 근육이 중요하다. 스트레칭은 근육의 피로를 풀고 비뚤어진 체형을 바로잡는 데 효과적이다. 아침뿐 아니라 시간이 될 때마다 의식적으로 허리를 최대한 위로 늘리고 마치 슈퍼맨처럼 기지개를 펴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은 최소 10~30분만 하더라도 효과가 있다. 10~30분씩 매일 해주거나 요가원이나 필라테스 학원에 다니며 약 50분씩 운동할 경우에는 무리하지 않게 1주일에 3, 4회만 하는 것이 좋다.
척추외과전문의 이동엽 박사는 운동 방법 또한 강조한다.
이동엽 박사는 척추 및 관절 질환, 통증치료 분야의 전문의다. 그는 척추 건강을 위해서 1시간 이상 같은 자세를 취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요가원이나 피트니스센터에 가면 강사들이 ‘이 동작을 기억하세요’라고 말하잖아요. 이게 굉장히 중요한 말입니다. 무작정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내 몸에 어떤 근육이 있고, 동작별로 운동이 되는 근육을 제대로 파악했을 때 효과 있는 운동을 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 몸의 근육과 근육의 움직임을 기억하는 것이 똑똑하게 운동하는 방법이지요.”
이외에 근육과 관절,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유산소운동으로는 걷기가 가장 좋다. 골프, 테니스, 야구처럼 한쪽 몸을 많이 쓰는 운동은 전신을 고루 사용하기 어렵다. 유산소운동은 1주일에 3회 이상 해야 척추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② 매일 칼슘과 비타민 D 섭취
뼈가 약해지면 척추 건강도 지킬 수 없다. 뼈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뼈를 구성하는 칼슘과 칼슘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가 풍부한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칼슘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우유, 요구르트, 치즈, 멸치, 뱅어포, 미꾸라지, 미역, 김 등이 대표적이다. 비타민 D는 햇볕을 많이 쬐면 우리 몸에서 저절로 합성되지만 여의치 않으면 고등어, 정어리, 꽁치, 달걀노른자, 햇볕에 말린 표고버섯 등으로도 보충할 수 있다.
③ 좌식보단 입식, 쿠션이나 발 받침대 활용
척추는 서 있는 자세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를 유지한다. 바닥에 앉는 습관이 척추 건강을 크게 위협한다. 바닥에 앉으면 허리도 구부정해지고 골반과 다리도 압박을 받아 척추 변형이나 혈액순환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소파와 의자, 식탁, 침대 등을 사용하는 입식 생활을 하는 것이 척추 건강에 이롭다. 가구를 선택할 때는 의자에 가장 신경 써야 한다. 불편한 의자는 척추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등받이는 10˚ 정도 뒤로 젖혀져 있으면서 등받이 아랫부분은 약간 들어가고 등을 받치는 부분은 볼록하게 나온 형태가 좋다. 엉덩이가 닿는 부분도 엉덩이 모양에 맞춰 둥근 형태로 제작된 것이어야 한다. 소파도 지나치게 크고 푹신하면 바른 자세로 앉을 수 없으므로 허리를 탄탄하게 받쳐줄 수 있는 제품을 고르도록 한다. 가구가 몸에 맞지 않을 때는 발 받침대, 쿠션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비치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획장회정 기자글박은혜(프리랜서)사진안진형(프리랜서)참고 서적 /「평생 바른 몸 만드는 자세 혁명」(이동엽 저, 동아일보사)도움말이동엽(참포도나무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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