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증책임의 분배에는 입법재량이 인정되고, 오래 전에 취득된 친일재산을 국가측이 일일이 입증하는 것은 곤란한 반면 재산의 취득자측은 취득내역을 잘 알고 있을 개연성이 높으므로, 친일재산 추정 규정이 입법재량을 일탈하여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거나 적법절차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진정소급입법이라 할지라도 예외적으로 소급입법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할 수 있는바, 친일재산에 내포된 민족배반적 성격과 우리 헌법 전문의 내용에 비추어 친일재산의 소급적 박탈은 충분히 예상될 수 있었다고 보이고, 재산귀속의 대상을 사안이 중대하고 범위가 명백한 네 가지 유형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친일반민족행위자측은 그 재산이 친일행위의 대가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여 얼마든지 국가귀속을 막을 수 있으므로, 친일재산의 국가귀속 규정이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반된다거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친일재산은 일본제국주의와의 투쟁과 그 극복으로 탄생한 대한민국 헌법상의 ‘재산권’ 조항으로써 보호될 수 없다는 재판관 김종대의 별개의견,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은 현재 진행 중인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작용하는 부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한다는 재판관 목영준의 일부별개의견, 친일행위와 무관한 재산이라 하더라도 1912년경 일제의 토지사정부 작성에 의해 그 시기에 취득한 것으로 간주되므로, 이 사건 추정조항 중 ‘취득’에 ‘사정에 의한 취득’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의 일부한정위헌의견, 친일재산의 국가귀속 규정은 진정소급입법이므로, 진정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반된다는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조대현의 일부위헌의견이 있다.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사건의 개요
[2008헌바141 사건]
○ 망 민ㅇ휘(1852. 5. 15. ~ 1935. 12. 31. 이하 ‘민ㅇ휘’라고 한다)는 한일합병에 기여한 공으로 일본국으로부터 1910. 10. 7. 자작 작위를 받았고, 1911. 1. 13. 은사공채 50,000원을 지급받았으며, 1912. 12. 7. 종4위에 서위된 후 1919. 12. 27. 정4위, 1928.경 종3위로 각 승급되었고, 사망 즈음 정3위로 추서되었다.
민ㅇ휘는 1918. 6. 20. 식민지 경제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설립된 조선식산은행의 설립위원으로 임명되었고, 1923. 5. 21. 황국신민화 교육을 추진하기 위하여 조선총독의 자문기구로 설치된 조선교육회의 부회장으로 선임되었으며, 1920. 3.경 일선(日鮮)융화철저 등을 목적으로 조선실업구락부를 창립한 후 고문으로 활동하였고, 1921. 1.경부터 일선융화단체인 대정친목회의 고문으로 활동하였다.
민ㅇ휘는 위와 같이 식민통치에 협력한 공으로 1928. 11. 16. 쇼와대례기념장을, 1928. 11. 22. 은배 1개를, 1935. 10. 1. 은배 1조를, 사망 즈음 금배 1개를 각 수여받았다.
○ 민ㅇ휘가 사정받은 토지들은 그 후 여러 경위를 거쳐 청구인 민원기 외 19명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이하 ‘이 사건 조사위원회’라고 한다)는 위 토지들이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하 ‘친일재산귀속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이하 ‘친일재산’이라고 한다)인지 여부에 관한 조사를 거쳐, 2007. 11. 22. 민ㅇ휘가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 가목에서 정한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대상인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하고, 위 토지들은 같은 조 제2호에서 정한 친일재산으로 인정된다는 이유로, 친일재산귀속법 제3조 제1항에 의해 그 법 시행일인 2005. 12. 29.자로 취득원인행위시에 소급하여 위 토지들이 국가로 귀속된다는 결정을 하였다.
○ 이에 위 청구인들은 이 사건 조사위원회를 상대로 위 국가귀속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며(서울행정법원 2008구합9034), 위 소송계속 중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내지 제5조가 소급입법으로서 헌법 제13조 제3항, 제23조 제1항에 위반되는 등 위헌적인 법률이라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서울행정법원 2008아1084)을 하였으나, 2008. 10. 14. 기각되자, 같은 해 11. 1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기타 병합 사건들의 사건 개요는 생략. 각 사건의 청구인은 다음과 같음.
- 2008헌바141 사건: 망 민ㅇ휘의 후손 20인
- 2009헌바14 사건: 망 이ㅇ로의 후손 1인
- 2009헌바19 사건: 망 민ㅇ석의 후손 1인
- 2009헌바36 사건: 망 이ㅇ춘의 후손 5인
- 2009헌바247 사건: 망 민ㅇ휘의 후손 27인
- 2009헌바352 사건: 망 조ㅇ근의 후손 9인
- 2010헌바91 사건: 망 서ㅇ훈의 후손 1인
심판의 대상
○ 친일재산귀속법 사건들의 심판대상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호 가목(이하 ‘이 사건 정의조항’이라고 한다), 제2호 후문(이하 ‘이 사건 추정조항’이라고 한다), 제3조 제1항 본문(이하 ‘이 사건 귀속조항’이라고 하고, 이하 위 조항들을 모두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고 한다)의 위헌여부이고, 그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2006. 9. 22. 법률 제7975호로 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대상인 친일반민족행위자(이하 “친일반민족행위자”라 한다)”라 함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가.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6호 내지 제9호의 행위를 한 자(제9호에 규정된 참의에는 찬의와 부찬의를 포함한다). 다만, 이에 해당하는 자라 하더라도 작위(작위)를 거부·반납하거나 후에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한 자 등으로 제4조의 규정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결정한 자는 예외로 한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2005. 12. 29. 법률 제7769호로 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2.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이하 “친일재산”이라 한다)”이라 함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국권침탈이 시작된 러·일전쟁 개전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하거나 이를 상속받은 재산 또는 친일재산임을 알면서 유증·증여를 받은 재산을 말한다. 이 경우 러·일전쟁 개전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한다.
제3조(친일재산의 국가귀속 등) ① 친일재산(국제협약 또는 협정 등에 의하여 외국 대사관이나 군대가 사용·점유 또는 관리하고 있는 친일재산 및 친일재산 중 국가가 사용하거나 점유 또는 관리하고 있는 재산도 포함한다)은 그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시에 이를 국가의 소유로 한다. 그러나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결정이유의 요지
○ 이 사건 정의조항 중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하 ‘반민규명법’이라 한다) 제2조 제6호 내지 제9호의 행위를 한 자’로 규정한 부분이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고,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한 자’ 부분은 ‘일제 강점하에서 우리 민족의 독립을 쟁취하려는 운동에 의욕적이고 능동적으로 관여한 자’라는 뜻이므로 그 의미를 넉넉히 파악할 수 있다.
○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이 해방 이후 오랜 시간이 경과한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 친일재산 여부를 국가측이 일일이 입증하는 것은 곤란한 반면, 일반적으로 재산의 취득자측은 취득내역을 잘 알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또한 이 사건 추정조항이 친일반민족행위자측에 전적으로 입증책임을 전가한 것도 아니고, 행정소송을 통해 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방도도 마련되어 있으며, 가사 처분청 또는 법원이 이러한 추정의 번복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는 처분청 또는 법원이 추정조항의 취지를 충분히 실현하지 못한 결과이지 추정조항을 활용한 입법적 재량이 일탈·남용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추정조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거나 적법절차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 - 이 사건 귀속조항은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지만, 진정소급입법이라 할지라도 예외적으로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와 같이 소급입법이 정당화되는 경우에는 허용될 수 있다. 친일재산의 취득 경위에 내포된 민족배반적 성격,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선언한 헌법 전문 등에 비추어 친일반민족행위자측으로서는 친일재산의 소급적 박탈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친일재산 환수 문제는 그 시대적 배경에 비추어 역사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공동체적 과업이므로 이러한 소급입법의 합헌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계기로 진정소급입법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는 충분히 불식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귀속조항은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나 헌법 제13조 제2항에 반하지 않는다.
- 이 사건 귀속조항은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고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한 3·1운동의 헌법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민법 등 기존의 재산법 체계에 의존하는 방법만으로는 친일재산의 처리에 난항을 겪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귀속조항은 위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된다. 위 조항은 반민규명법이 정한 여러 유형의 친일반민족행위 중에서 사안이 중대하고 범위가 명백한 네 가지 행위를 한 자의 친일재산으로 귀속대상을 한정하고 있고, 이에 해당하는 자라 하더라도 후에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한 자 등은 예외로 인정될 수 있도록 규정해 두었으며, 친일반민족행위자측은 그 재산이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여 얼마든지 국가귀속을 막을 수 있고, 선의의 제3자에 대한 보호 규정도 마련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귀속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고, 과거사 청산의 정당성과 진정한 사회통합의 가치 등을 고려할 때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이 사건 귀속조항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 친일재산은 이를 보유하도록 보장하는 것 자체가 정의 관념에 반하고, 귀속대상을 사안이 중대하고 범위가 명백한 친일재산으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귀속조항이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 이 사건 귀속조항이 친일반민족행위자 후손의 재산 중 그 후손 자신의 경제적 활동으로 취득하게 된 재산이라든가 친일재산 이외의 상속재산 등을 단지 그 선조가 친일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로 귀속시키는 것은 아니므로, 연좌제 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별개의견(재판관 김종대)의 요지
○ 헌법재판소가 헌법 제13조 제2항에 대하여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도 허용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새로운 헌법적 내용을 형성해 내는 것이므로, 타당한 헌법해석이라고 볼 수 없고 권력분립원칙에도 반한다.
우리 헌법의 정신과 법통, 그 제정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친일재산은 일본제국주의와의 투쟁과 그 극복으로 탄생한 대한민국의 헌법에 규정된 ‘재산권’ 조항으로써 보호될 수는 없다. 다만,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이라 하더라도 친일재산의 선별과 국가귀속의 절차 등에 관하여 헌법적인 한계를 준수해야 하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문제가 없다.
일부별개의견(재판관 목영준)의 요지
○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할 것을 규정한 현행 헌법의 전문, 국가에 대한 반역죄 등을 규정한 대한제국의 형법대전 등을 살펴 볼 때, 친일재산에는 취득 당시 반사회적 가치 내지 범죄성이 내재하고 있었고, 과거사 청산절차를 밟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그 반사회성 및 범죄성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고 보이므로,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은 현재 진행 중인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작용하는 부진정소급입법이다.
일부한정위헌의견(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의 요지
○ 우리의 근대적인 토지소유권제도는 일제에 의해 1912년 토지사정부 등이 작성되면서 이루어졌으므로, 사정되기 이전에 친일반민족행위와 무관하게 취득하였던 토지라고 하더라도 위 시기에 취득한 것으로 간주되고, 그 결과 이 사건 추정조항에 따라 친일재산으로 추정된다.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위 추정을 번복하려면, 해당 토지를 1904년 이전에 실제로 취득하였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나, 토지사정부가 작성되기 이전에는 토지소유권에 관한 대세적 공시방법이 마련되지 아니하였고, 100여년전의 사실관계를 입증하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추정조항에 의해 친일재산과 무관한 재산까지도 박탈당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사건 추정조항 중 ‘취득’에 ‘사정에 의한 취득’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
일부위헌의견(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조대현)의 요지
○ 친일반민족행위자를 단죄하고 친일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일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작업은 헌법에 합치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 사건 귀속조항은 진정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의 박탈에 해당된다. 그런데 헌법 제13조 제2항은 4ㆍ19민주혁명과 5ㆍ16군사쿠데타를 거치면서 각종 소급입법에 의한 정치적ㆍ사회적 보복이 반복되어온 헌정사를 바로잡기 위하여 도입된 것으로서 예외를 두지 않는 절대적 금지명령이다. 따라서 이 사건 귀속조항은 별도의 헌법적 근거 없이 진정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하므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반된다.
결정의 의의
○ 지난 세기, 제국주의 국가에 의한 식민지를 경험했던 많은 나라들은 해방 직후 대대적인 과거사 청산 작업을 완료한 바 있으나, 우리의 경우 제헌 헌법 하에서의 반민족행위처벌법이 제대로 된 과거사 청산을 하지 못했다는 사회적 반성에 의해 해방 후 반세기가 지나서야 본격적인 일제 과거사 청산 작업이 이루어지기 시작함. 이 사건은 일제 과거사 청산 문제 중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는 친일재산의 국가귀속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고, 소급입법의 위헌여부에 관한 다양한 법리들이 개진되고 있어 헌법이론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