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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편집자의 5개국어 통달하기

by 아름다운비행 2006.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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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편집자의 5 개 국어 통달하기

 

다수의 일본 만화와 세븐틴의 영어·스페인어 콘텐츠의 번역을 담당하고 있는 Y의 이야기다. 먼저 Y의 이력을 밝힌다.

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학과를 졸업, 독일항공사 루프트한자의 통역 승무원을 거쳐 서울문화사의 만화단행본 편집팀에서 근무했고, 세븐틴의 국제 담당 에디터였다.

영어·일어·스페인어를 번역, 회화까지 수준급으로 구사하고 독어·중국어는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을 수 있을 정도. 혹시 그녀는 어려서부터 언어 천재가 아니었을까? 궁금하다면 이 사실이 도움이 될까? Y도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영어 성적이 좋지 않았고, 토익 점수도 8백 점대였다.

아버지가 외교관이나 대사관쯤이어서 해외를 떠돈 적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거두자. 스페인 1년을 제외하고는 어학연수 경험 전무인 그녀가 5개 국어에 눈뜨게 된 것은 오로지 할리우드 영화와 일본 애니메이션의 마니아였기 때문이니까


공부라면 지긋지긋하지만 영어 성적은 올리고 싶다?

불가능하다고 포기하지 말자. Y 역시 영어 교재를 끝까지 공부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 심지어 “공부하는 걸 싫어해요. 만약 교재로만 영어공부를 해야 했다면 전 아마 실패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녀의 영어 습득 비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으세요. 저는 영화를 좋아해서 비디오와 DVD를 몇 번이고 계속 보는 게 전부예요”라고 말했다. Y가 처음 영어에 관심을 가진 것은 중학교 때 영화 ‘탑건’의 톰 크루즈에 반했기 때문. ‘그에게 영어로 팬레터를 보내볼까?’ 하는 생각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물론 실제로 팬레터를 보내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고, 대신 Y는 톰 크루즈가 나온 영화라면 뭐든 구해서 열심히 보았을 뿐. 일어를 처음 접한 것도 톰 크루즈 때문. 그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으나 한국의 영화잡지는 Y의 욕구를 채우기에 미흡했다. 대신 해외 서적을 파는 명동의 서점에서 일본의 스크린·로드쇼를 통해 톰 크루즈를 알아갔다. 물론 일어의 알파벳인 ‘히라가나’가 뭔지도 몰랐다.

Y의 일어 습득법
역시 문법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 ‘히라가나’를 외우기도 전에 일어로 일상 회화는 가능했다면 짐작이 가는가? 우리말을 배우듯 듣고 말하는 것을 먼저 익히고, 쓰고 읽는 것을 나중에 익힌 것. 그것 역시 CATV의 만화 채널 ‘투니버스’를 통해서다.

‘내 남자친구 이야기’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너무 재미있어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게 된 Y.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일본 만화 세계에 새롭게 눈떴다.
만화책을 볼 때도 한국판을 먼저 읽고 재미있다 싶으면 원판을 구해 보았다.

어렵다 싶으면 다시 한국판과 일본판을 비교하면서 보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이는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너무 재미있어 몇십 번씩 봐도 질리지 않았다.

이때 처음으로 Y는 ‘6일만에 터지는 이규형의 일본어’라는 일어 교재를 구입했다. 5세 아이에게 ‘가나다라’를 가르칠 때처럼 벽에 ‘히라가나’를 붙여놓고 외웠다. 6일 만에 터진다고 해서 시작했지만, 애니메이션 시청을 통해 어느 정도 귀가 트인 Y역시 교재를 2~3개월 공부했고, 그 역시 끝까지 다 보지는 못했다.

“학원을 가본 적도 있었어요. 처음부터 중급반으로 편성이 돼서 부담스러웠는데, 막상 수업을 들으니 다 아는 내용이라 재미가 없었어요. 저는 오히려 만화영화를 보는 게 더 재미있더라고요. 역시 재미있는 걸로 공부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 직성이 풀리는 Y는 애니메이션 세계에 몸담기 위해 독일항공사를 무작정 그만두고 말았다. 애니메이션에 목소리 더빙을 하는 성우가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하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은 그녀에게 ‘실업자’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으아악! 그래서 ‘드래곤 볼’의 번역 출판으로 성장한 서울문화사의 만화 단행본 편집팀에 입사했다. Y의 일어 실력이 급성장한 시기는 바로 이때. 만화 단행본 팀에서 Y가 한 일은 일본 만화 원판을 보면서 재미있는 작품을 선정해 번역 판매를 기획하고, 일어 번역가가 번역해온 대본을 원판과 비교해 틀린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원본과 번역본을 계속 비교하다 보니 일본어가 많이 늘었다. “저는 한 번도 단어를 외워본 적이 없어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이나 인터넷을 통해 뜻을 찾아요.

그리고 다음번에 나오면 또 찾고.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면 저절로 외워지죠. 세븐틴 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어떤 언어든 처음부터 안 외워진다고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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