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다음의 기사를 옮겨왔습니다.
http://feature.media.daum.net/society/article02355.shtm
日 독도도발, '일본해' 단독표기 위한 것" |
[인터뷰] 이돈수 한국해연구소장, "내년 IHO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 가능성 높아" |
미디어다음 / 김준진 기자 / 2006년 5월 19일 (금)
14:00 | ||||||||||||
최근 일본의 독도 도발이 내년 국제수로기구(IHO)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를 굳히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 소장은 "최근 한일 양국간 타협은 한국식 해저지명 상정이 늦춰지는 결과를 낳은 우리 정부의 실패작이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대로 간다면 내년 국제수로기구(IHO) 회의에서 우리나라 동해의 국제 표기는 '일본해'로 굳혀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 같은 지도표기를 통해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한일 신어업협정이 일본의 독도도발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며 "어업협정은 일종의 전세계약일 뿐, 일본이 아무리 돈을 많이 들고 와도 우리 집, 우리 땅을 팔 수 있는 매매계약의 성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소장은 " '한국해' 표기는 대한제국 시절 '대한해'를 계승하자는 것이다"며 "지식 사대주의와 식민지 교육의 영향으로 '쓰시마해협' 표기를 당연시하고 '황해' 표현을 써온 우리의 반성과 성찰도 시급하다"고 충고했다.
최근 일본의 독도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그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본의 포스트모던적 신제국주의 때문이다. 이는 과거처럼 총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세계지도 상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로, 동해를 일본해로 바꾸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도 명칭 표기를 잠식해가면 결국 땅도 맞물리게 된다. 지도의 명칭은 공간적인 힘을 표출한다. 포스트모던적 신제국주의?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일본이 갑작스레 독도주변 수로를 측량하겠다며 덤볐다. 이 과정에서 한일 양국은 '타협'을 했고 한국은 해저지명 상정을 무기한 미뤘다. 바꿔 말하면 1978년부터 일본이 사용해 온 쓰시마분지 표기를 당분간 그대로 인정한 셈이다. 일본은 이를 토대로 내년에 예정된 IHO 회의에서 '일본해' 단독표기를 확정 지으려 할 것이다. IHO의 3차 개정판은 1953년에 나왔고 54년이 지난 내년에 제4차 확정판이 발간될 예정이다. 여기서 일본해 단독표기가 확정된다면 한국은 앞으로 '동해' 표기 주장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꼴이 된다.
독도를 노린 것 같았지만 이건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독도를 건드리면 한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고, 여기서 일본은 원하는 것을 얻었다. 그게 바로 '일본해' 단독표기로 가는 길목이었다. '일본해' 단독표기가 굳혀지면 세계지도 상에서 그나마 병기됐던 '동해'표기가 사라진다. 독도와 다케시마만 분쟁지역이라는 꼬리표가 함께 남게 된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에서도 한국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110년 전 세키자와 아키기요 대일본수산회 간사는 1893년 '일본수산잡지'에서 "일본해란 공칭을 가진 이상 그 해상주권은 우리가 점유한 게 아니겠는가" 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럼 이번 사태에 대한 한일 양국의 타협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식 해저지명 등재를 무기한 연장했다는 점에서 실패작이라고 본다. 가만히 있는 우리를 건드린 것이 일본이고, 실속을 차린 것도 일본이다. 더구나 일본은 한국 내 국민감정을 악화시켜 자연스레 국제사회 공론화로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한일 신어업협정은 아파트 전세 계약 같은 것이다. 언제든 폐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독도 도발을 우리나라가 마치 매매계약처럼 대응한 셈이다. 적어도 우리는 독도 문제에 대해 강자적 입장인 것을 망각한 듯하다. 일본이 돈을 많이 가져온다고 내 집, 내 땅을 위협할 수는 없다. 현재 세계지도에서 '동해' 표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1990년대 이후 10여 년 동안 우리는 '동해' 표기 주장을 해왔고 그 결과 세계지도 가운데 3% 정도에서 성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이후 1년 만에 다케시마 표기 웹사이트가 10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동해' 표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동해'는 국내표준명칭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중국도 국내 표준명칭으로 동해와 남해가 있다. 하지만 이들 바다의 국제표준명칭은 각각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이다. 19세기 이전 세계고지도 대부분에서도 이미 국제적 명칭으로 동해를 '한국해'라고 표기해 왔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10년 이상 '동해'표기가 주장돼 왔던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니었나 싶다. 학계에서는 '한국해'가 외래지명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견해가 주류였다. 유엔에서는 '외래지명보다 당사자 사용명칭을 존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 일본이 외래지명인 '일본해'를 위해 목숨을 거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국만'의 재발견에 대해 일각에서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국내 지도에서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세계 유명 지도제작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뜻밖에 등장한 이 명칭은 ‘우리나라 국력 신장의 수확’이라며 말이다. 이는 무식의 소치다. '한국만'은 원래 있었던 개념이다. 북한의 황해도~평안도 연안을 가리키는 서해만 부분이다. 고지도에서도 이 명칭은 중국 사대주의적 표기인 '황해'에 밀려 바다(Sea) 이름을 달지 못한 수치스러운 이름일 뿐이다. '일본해' 표기가 의미하는 영역은 어디에서 어디까지인가. 현재 세계지도 상에서 '일본해' 표기의 영역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동해'의 영역과 다르다. 지금 '일본해'는 우리나라의 남해와 대한해협, 동해를 전부 아우르고 있다. 이 영역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명칭이 바로 '한국해'다. '한국해' 표기의 의미를 정리한다면. 국제표준명칭으로서 '한국해' 표기는 대한제국의 정통성을 잇는 것이다. 대한제국 시절의 '대한해'를 계승하는 일이다. 19세기 이후 조선의 '동해'는 이미 '일본해'로 표기됐었다. 대한제국이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사용한 표기가 '대한해'였다. 일제 강점기하에 처음 열렸던 1929년 IHO 회의에 대한제국이 참가했다면 어땠을까. 당연히 국호가 들어간 바다명칭, '대한해'를 주장하지 않았겠는가. '한국해'의 사용은 지식 사대주의와 일제 강점기 교육의 잔재를 떨쳐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황해'는 중국 사대주의의 산물이고 '쓰시마해협'은 일제의 잔재다. 특히 원래 대한해협 동수로 자리였던 곳에 '쓰시마해협'이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자리잡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한국 정부와 학계 주류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국제표준명칭으로서 '동해'를 끝까지 고집하면 안 된다. 월드컵에 나서는 축구대표팀도 수차례 평가전을 치르고 본선에 임한다. 마찬가지다. '동해'와 '한국해' 표기를 놓고 충분한 논의와 여론 수렴을 거쳐 '대표선수'를 뽑아야 한다. 국제 사회에서 어느 명칭이 더 호소력이 있는지, 무엇이 더 합리적인지 다시 판단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런 과정을 통해 무엇을 선택하든 우리 주장의 근거는 튼실해질 것이다. 그렇게 내년 IHO 회의를 준비해야 한다. 추가로 하고픈 말이 있다면 해달라. 우리가 지난 이천 년 이상 사용해 왔다고 믿는 동해(東海) 명칭과 달리 East Sea는 불과 15년 전에 만들어진 이름이다. East Sea라는 표기가 어떤 이유와 논리에서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과정은 전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비슷한 해결 방법이 이어진다. 정치계에서 관심을 보이고, 갑작스레 예산 편성과 집행이 이뤄진다. 장기적 안목은 애초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느 누구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부디, 한국 정부가 장기 계획으로 책임감 있게 독도와 동해표기 문제를 다뤄가길 바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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