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렸을 때,
한밤중에 변소를 가고 싶으면
꼭 엄마를 깨웠다.
무서우니까.
누이들한테 들은 말,
손이 쑥 올라와선
빨간종이 줄까
파란종이 줄까
물어본다는 말이
깜깜할 때는 왜 그리
머리 속을 가득 채웠는지.
***
지난 12월 초,
서울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던 날,
지하수를 썼었는데,
수도가 얼어버렸다.
보일러도 얼어버렸다.
마침 형수님이 인천 애들집에 가신
영규형님네서 일주일,
그 담주엔
또 형수님이 수술 후 인천에 계시는
덕휘형님네서 일주일,
저녁 때 가서 자고 아침 얻어먹고.
그 담주부턴 일단 보일러는 녹인 터라
숙직실로 복귀하곤
물은 마을회관에서 한 양동이씩 길어다 쓴다.
화장실도 마을회관을 쓴다.
설겆이 할 것도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집으로 퇴근들 하신 후에
마을회관에 가서 한다.
마을회관엔 따듯한 물이 나오니까.
ㅎㅎ~~
< 내가 먹고 자는 숙직실. 웃풍이 세서 어깨는 시려도 다행히 방바닥은 뜨끈뜨끈.. >
물을 길을 땐
아침 일찍, 아니면 저녁 때 어두워진 후에
길어온다.
기왕이면 남들이 보지 않을 때.
남들이 보고
물어보면
물이 안나와 길어다 쓴다고 답하는 나는
더 처량해 질 것 같아서.
김포대학 앞에 숙소도 있지만,
거기서 다녀도
어차피 아침 6:30분엔 나와야 하고
차비들고..
더 싫은 것은,
칼바람 부는
추운 아침
배터에서 기다리는 것이
정말이지 싫어서.
귓가엔
마치 고장난 LP판 전축마냥
'지하철을 타고'에 나오는
"언제쯤 지겨운 방황 끝나나.."
그 말만 자꾸
들리는 것 같아서.
왜 나는 집에서 다니지 못하고
이 추운 겨울날
여기 서 있어야 하나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
지금도
축구본다고 불 쓰고 있다가
깜빡 잠들었는데
경기는 이미 끝나고
김포 숙소 동기들이 전화를 했다.
시무식 해야 할 것 아니냐고.
안그래도
잠들기 전부터 화장실 가고 싶은 걸 참고 있다가
할 수 없이 다녀왔네.
주섬주섬 옷 다시 껴입고.
아래 위 내복까지 입고 지내는 요즘이니
입을 옷가지 수도 많다.
< 석모2리 마을회관의 야경 >
깜깜한 밤,
추운 데 나갔다 오니
잠은 다 달아나고
오늘도 또 밤 새는 거 아닌가 몰라.
아까 읍내 나갔다 들어오며 들은
어느 형님의 말,
아직도 쌀 300여 가마를 찧지도 못하고
쌓아놓고 있다는 말이
귓가에 맴도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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