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가 낳은 손자

고려왕조 내용이 담긴 책을 보다 보면 근친상간의 혼인이 고려시대에 존재했었단 기록을 보게 된다. 요즘에 근친 간에 성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도덕적, 사회적 규범에 어긋나는 일로 비난 받을 것임이 분명한 일인데 그런 일이 존재했었다는 것이 놀라워 보다 자세히 알아보았다.

 

우선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의 골품제도는 철저한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계급 내에서 혼인을 장려했다. 그렇다면 가장 인구가 적었던 왕실의 왕족은 성골과 진골인데 동성(同姓) 간의 혼인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사촌과 육촌, 삼촌과 조카딸 사이에도 혼인이 이루어졌다 한다. 결국 왕족의 혈통을 지키려는 의도이지만 유교적으로 볼 땐 경멸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근친간의 결혼이 안 되는 이유는 불임과 기형아 출산 등의 위험이 크고 같은 피를 나눈 사람끼리 혼인을 하는 것 자체가 인륜을 저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놀랄 만한 일이 있는데 고려 초기 손녀가 손자를 낳았다고? 어떻게? 방법은? 그것이 가능하려면 예를 들어 내 아들과 내 손녀가 성행위를 하는 일인데 이런 불륜이 고려왕실에 존재하였고 실제로 그 손자가 왕이 된 기록이다. 고려 8대 임금 현종이 주인공인데 그의 아버지는 태조 왕건의 여덟 번째 아들이고 어머니는 왕건의 손녀딸 헌정왕후이다. 즉 태조의 일곱 번째 아들의 딸이 태조의 여덟 번째 아들과 간통하여 현종이 태어났다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고려의 5대왕 경종의 왕비가 헌정왕후인 것이다 사촌과 혼인한 것도 부족해서 왕비의 몸으로 삼촌과 간통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는 엽기적이고 말도 안 되는 일이 고려에 존재했다. 왕건의 아들 중 2대가 혜종, 3대가 정종, 4대가 광종, 5대부터는 왕건의 손자들이 왕이 되는 데 5대 경종이 일찍 죽자 경종의 아내 헌애왕후와 헌정왕후가 있었는데 둘은 자매간이었다. 이도 놀랍다.

 

사촌과 결혼해서 그것도 두 자매가 한꺼번에 왕비가 되다니,,,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두 자매 중 헌애왕후가 김치양이란 자와 바람을 피우자 6대왕 성종(헌애왕후의 오빠)이 김치양을 귀양 보낸다. 또 헌정왕후도 왕건의 여덟 번째 아들 성종의 삼촌과 바람을 피워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대량원군이다. 그런데 성종이 죽자 경종과 헌애왕후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7대왕 목종이 되고 어린 목종을 대신하여 헌애왕후가 섭정을 하면서 자신을 천추태후라 부르게 하면서 오빠 성종이 귀양을 보낸 김치양을 다시 불러들인다. 이는 오빠 성종이 죽어 자신에게 권력이 있으니 가능했다. 그러나 헌애왕후는 자신의 아들 목종이 왕이 된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김치양 사이에 태어난 아들을 목종의 뒤를 잇게 하려고 계획을 세우는데 헌애왕후와 김치양 사이에 아들은 적통 왕손이 아니지 않는가?

 

마침 목종에게 아들이 없자 헌애왕후는 눈의 가시인 동생 헌정왕후가 삼촌과 간통을 해서 낳은 아들을 강제로 출가시킨다. 그것도 모자라서 자신의 아들 목종까지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다 이를 눈치 챈 목종은 대량원군을 불러드려 자신의 후계자로 삼고 제8대 경종에 등극한다. 더 놀라운 것은 제9대 덕종은 배다른 여동생을 왕비로 맞았다. 이렇게 고려왕조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근친간에 왕실 적통 보존이란 명목 하에 죄의식 없는 결혼을 하면서 족보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결국 문종 때 사촌간의 혼인금지령인 금혼령이 내리고 1096년 숙종 땐 육촌간의 금혼령이 내렸으며 고려 충선왕 1309년엔 同姓 간의 금혼령.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동성동본 이성동본 이성이본의 사이까지도 금혼령이 내려졌다.

 

고려 초기의 왕족들의 혈통보전이 얼마나 큰 폐단을 저지른 것인가? 인간은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윤리와 규범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한다. 사람과 동물의 다른 점은 절제가 아닌가? 우리는 사람으로서 지킬 것은 지키면서 살아야 한다.

<남녀의 성과 사랑> - LJ 비뇨기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