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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감상문

로미오와 줄리엣,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by 아름다운비행 2005. 8. 25.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4대 비극,

햄릿, 리어왕, 오델로, 맥베드.

그외에도, 세익스피어의 작품중 비극을 꼽으라면 위에 든 4대 비극 외에 가장 많이 연극, 영화화된 작품이 아마도 로미오와 줄리엣일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비극을 꼽으라면 Antony and Cleopatra, Coriolanus, Hamlet, Julius Caesar, King Lear, Macbeth, Othello, Romeo and Juliet, Timon of Athens, Titus Andronicus를 꼽는다.

가장 서정적이면서 젊은이들의 사랑의 비극을 말하는 작품이기에 로미오와 줄리엣은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젊은이들의 열정적이고 순수한 사랑의 본질을 꿰뚫은 작품,

셰익스피어의 37편의 장막 희곡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화, 연극으로 50여편 이상이 제작되었다. 그중에서도 1968년에 제작괸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 감독의 작품은 가장 원작을 잘 살렸다고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며, 특히 중세의 의상을 가장 흡사하게 잘 살렸고 대사도 중세어 그대로를 썼다는 점에서도 제피렐리 감독의 독창성을 엿볼 수 있다. 아래는 1968년작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평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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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 연극의 영화화

 

제피렐리의 [로미오와 줄리엣](1968) 

                                                   

                                                                              건국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이형식

 

      [말괄량이 길들이기], [로미오와 줄리엣], [오델로], [햄릿] 등 셰익스피어 작품뿐만 아니라 [나사렛 예수]와 같은 텔레비전 시리즈도 제작한 제피렐리는 오페라와 연극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주의의 계열에 놓을 수 있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이름은 모차르트의 오페라의 아리아에 나오는 "산들바람"이라는 뜻의 "제피레티"(Zeffiretti)였으나 호적 기록 과정에서 "제피렐리"라는 이름으로 잘못 기록이 되었다. 그는 원래 건축학도였던 그는 로렌스 올리비에의 [헨리 5세]를 본 후 오페라와 연극의 고전에 매료되어 연극의 길로 들어섰다. 충실한 역사적 고증에 의거한 웅장한 세트과 섬세한 세부의 묘사, 많은 엑스트라의 동원과 화려한 의상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그의 영화들은 매우 사실적인 이런 면이 바로 그의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하였다.

 

     셰익스피어 각색영화 중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 중의 하나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당시 17세 15세난 레너드 화이팅과 올리비아 허시를 주역으로 맡겨 화제를 뿌렸으며 또한 과감한 누드 러브신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영화가 만들어지던 당시는 1968년으로 반문화운동이 펼쳐지면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의 세대차가 큰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히피족 등 평화주의자들이 주동이 된 월남전 반대 운동도 일어났다. 또한 기성세대의 경직된 사고방식에 대한 반발로 성 해방 풍조가 유행했고 페미니스트 운동도 시작되었다. 젊은 연인의 사랑이 기성세대의 몰이해에 희생되는 주제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잘 맞물렸다. 이 영화는 자유로운 성 개념을 반영하듯 과감한 누드 러브신으로 화제를 뿌렸다.

 

     이 영화는 원작을 비교적 충실하게 각색하고 있다. 연극으로 공연할 때 거의 2시간 반이 넘게 걸리는 극을 138분의 영화로 담은 것은 삭제된 부분없이 거의 원작을 그대로 옮겼다고 말할 수 있다. 잘려나간 대사들과 장면이 더러 있긴 하지만 그것은 머큐쇼가 야한 농담으로 로미오를 놀리는 대목이라든가, 4막의 장례식 이후의 악사와 하인의 대사 등 연극 진행에 별 무리가 없는 부분들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문제점이 있는 삭제가 있다면 그것은 5막에 나오는 패리스와 로미오의 결투 장면이다. 클라이막스를 향해서 치닫는 영화의 템포를 이 결투장면이 느슨하게 한다는 생각에서 이 장면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 같지만 패리스의 죽음이 주제상으로 주는 충격을 빠뜨렸다는 점에서 이 장면을 빠뜨린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원작은 충실한 엘리자베스의 5막극 구조로서 3막을 정점으로 하여 전반부와 후반부가 나누어지는 매우 균형잡힌 극이다. 세 개의 공적인 장면(public scene)이 극의 시작, 중간, 끝을 차지하면서 극의 흐름을 진행시킨다. 첫 번째 공적인 장면에서는 하인들의 싸움으로 시작된 두 집안의 다툼이 결국 영주의 출현으로 중단되고 선고를 받는다. 극의 한가운데 있는 두 번째 공적 장면은 머큐쇼를 티볼트가 죽이고 그를 또 로미오가 죽인 후 추방을 당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그때까지 희극적이고 밝은 분위기로 진행되었던 극을 어둡고 슬픈 후반부로 넘어가게 하는 분기점이 된다. 마지막 공적 장면은 두 연인이 죽음을 맞고 두 집안과 온 도시가 미움의 빚어낸 비극적 결과를 대면하게 되는 장면이다. 세 개의 공적 장면에서는 질서를 대표하는 영주가 나와서 중재하고 판단을 내리며 비극이 주인공과 그 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영화는 공적인 장면에서의 제피렐리의 훌륭한 연출로 이런 전체적인 구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극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대칭이 되는 것은 1막에서의 무도회와 5막에서의 장례식에서도 나타난다. 사랑과 죽음이라는 서로 역설적인 주제를 교묘하게 복합시켜 진행하는 이 극에서 사랑과 죽음은 서로 대비되는 개념이면서 동시에 동일시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무덤은 신방으로 종종 언급되며 죽음이 신랑으로 의인화되어 묘사되기도 한다. 1막에서 로미오를 처음 만난 후 유모에게 신분을 알아보라고 부탁한 다음 줄리엣은 만약 그가 이미 결혼한 사람이라면 무덤이 내 신방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5막에서 무덤에 도착한 로미오는 줄리엣이 있는 무덤을 화려한 신방으로 묘사한다. 1막 마지막 장면에서의 극도로 양식화된 소네트 형식의 사랑 고백은 5막에서의 장례식을 통해 두 사람의 영원한 결합으로 연결된다.

 

      이 밖에도 이 작품에는 두 개의 발코니 장면, 두 개의 기다리는 장면, 두 개의 결투 장면이 정점이 되는 3막의 머큐쇼의 죽음 양쪽에 위치하여 작품 전반부와 후반부의 대칭을 부각시켜준다. 유명한 2막 2장의 발코니 장면은 로미오가 추방당한 후 새벽에 줄리엣과 아쉬운 이별을 하는 장면과 대칭이 된다. 특히 영화는 낭만적 분위기의 첫 번째 발코니 장면을 회색빛 여명의 두 번째 발코니 장면과 대조시키면서 아쉬운 연인의 이별을 강조한다. 기다리는 장면은 줄리엣이 로미오로부터의 "행복한 대답"(happy reply)을 기다리는 2막의 장면과 몰래 결혼식을 한 후 밤이 빨리 와서 첫날밤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장면이다. 결투 장면은 3막에서 로미오와 티볼트의 결투, 그리고 5막에서 로미오가 무덤에 들어가기 전 패리스와 벌이는 결투이다. 두 장면 모두에서 로미오는 신방/무덤에서 기다리는 신부를 놓고 생명을 건 결투를 벌인다. 제피렐리의 각색본이 삭제한 부분이 바로 패리스와의 결투 장면인데 이로 인해 결투 장면의 대칭 구조가 상실되어 버렸다.

 

     제피렐리의 역량이 발휘되는 것은 바로 공적 장면들이다. 제피렐리 영화의 장점은 화려하고 웅장한 세팅과 많은 엑스트라의 동원으로 만들어지는 사실주의적 화면, 빠른 템포와 등장 인물들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지는 볼거리이다. 특히 3개의 공적인 장면에서는 두 집안의 싸움과 그 결과가 빠른 템포와 역동성 있는 카메라의 사용으로 사실적으로 제시된다. 첫 번째 공적인 장면에서 몬태규 집안과 캐퓰릿 집안의 옷 색깔에서 대조를 보인다. 느릿느릿한 농담 반 진담반의 수작으로 시작된 하인들의 싸움이 티볼트와 벤볼리오의 싸움으로, 마침내 온 가족이 대결로 확대된다. 티볼트의 등장을 잡는 카메라의 앵글은 흥미롭다. 카메라는 그의 발부터 시작해서 밑에서 훑어올라가는데 특히 강조되는 것은 남자들의 코드피스이다. 이 영화는 시선의 대상으로 여성 뿐 아니라 남자의 성, 그리고 남자의 아름다움도 강조한다. 갈수록 영화의 템포 빨라져서 카메라는 높은 위치에서 롱샷으로 두 집안의 싸움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극도의 클로즈업으로 칼날의 번득임, 몸의 부딪힘, 먼지, 상처 등을 파편적으로 보여준다. 마침내 나팔이 울리고 영주의 등장하고 카메라는 전형적인 로우 앵글로 영주의 권위 강조함과 동시에 하이 앵글로 소동을 일으킨 양쪽 집안의 구성원들 왜소하고 초라한 모습을 비춘다.

 

    이 영화는 공적인 장면과 사적인 장면, 심각한 장면과 코믹한 장면, 로맨틱한 장면과 저속한 농담이 난무하는 장면이 번갈아가면서 진행된다. 첫 번째 공적 장면 이후 몬태규가의 사적인 이야기 제시된다. 로미오가 첫 등장하는 장면에서 이 영화는 순진하고 깨끗한 그의 모습을 강조한다. 집안의 싸움이 일어난 줄도 모르고 길을 올라오다가 부모를 보고 벽 뒤에 숨어서 얼굴을 내미는 모습은 로미오의 모습은 너무나 예쁘다. 그가 꽃을 들고 등장한다는 것은 60년대의 플라워 차일드 연상하게 하면서 영화가 만들어지던 60년대 후반의 반전운동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기성세대의 싸움과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갈등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이 장면 다음에는 캐퓰릿 집안의 사적인 이야기, 즉 딸을 결혼시키는 이야기가 연결된다. 로미오의 첫 등장처럼 줄리엣도 앳딘 모습이 강조된다. 유모와 장난치는 모습을 롱 샷으로 잡은 후 어머니의 호출에 대답하는 장면을 건물 밑에서부터 트래킹으로 잡고 올라와 창문에 프레임된 줄리엣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면서 그녀의 청순함과 순진함 강조한다.

 

   이 영화의 백미는 무도회와 결투 장면이다. 어떤 비평가는 장르 영화로서 무술 영화와 뮤지컬의 유사성을 지적하고 있다. 무술 영화와 뮤지컬은 둘 다 주인공 중심 영화이고 주인공을 맡은 영화배우의 무술 연기 혹은 춤/노래의 과시가 영화의 중요 부분을 차지한다. 애정 영화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 뮤지컬은 연인들 각자의 솔로로 이루어지는 넘버들이 중간에 들어간 후 마지막 장면에서 듀엣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무술영화도 주인공의 무술 연마 장면, 적과의 대결 등으로 진행되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최고수 적과의 마지막 대결이 대단원을 장식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의 무도회와 결투 장면도 유사성이 많다. 이 영화에서 주동기로 사용되는 이미지는 원의 이미지인데 이것은 무도회와 결투 장면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안개에 쌓인 베로나의 정경을 설정 샷으로 보여준 뒤 카메라는 이글거리는 둥근 태양을 잡는다. 지중해 지방의 7월의 태양이 뿜어내는 열기는 정열과 사랑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미움과 분노를 상징하기도 한다. 연인이 처음으로 만나는 사랑의 장소인 무도회에서도, 이들이 몰래 결혼식을 올리는 교회의 바닥에서도, 이들의 사랑이 운명에 의해 방해받는 결투에서도 원의 이미지는 등장한다. 마레스카라는 춤을 추면서 원을 이루며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춤꾼들의 물결은 결투를 구경하면서 빙 둘러선 군중들에 의해 재현된다.

 

    무도회와 결투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공통점은 확장된 시간과 구체적인 구체적 순간의 대조이다. 연인들은 7월의 베로나라는 구체적이고 공적인 공간 속에서 자기들만이 만들어 내는 두 사람만의 은밀한 공간과 시간을 갖는다. 무도회에서 사람들이 둘러서서 노래를 듣는 동안에 두 연인이 갖게 되는 지극히 은밀한 밀회에서 세상의 시간은 정지되고 자신들만의 확장된 시간의 법칙 속에서 그들의 사랑을 나눈다. 이것은 발코니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의 시간은 정지되고 또 두 집안의 반목, 구체적 장소, 시간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인들은 세상의 물리적인 시간으로부터 언제까지나 도피할 수만은 없어서 "내일 몇시에 사람을 보낼까요?"라는 줄리엣의 물음으로 세상적 시간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결투라는 공개적인 갈등 속에서도 영화는 머큐쇼와 로미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대화를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무도회에 들어가기 전 머큐쇼가 맵 여왕에 대한 스피치를 한 다음에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둘 사이의 교감을 나눈 것을 생각나게 한다. 머큐쇼가 칼에 찔린 후 군중들은 그의 인생이 늘 그랬듯이 그의 상처를 농담으로 받아들이면서 그의 주위에서 몰려다닌다. 그러나 떠들썩한 군중들 소리를 배경으로 머큐쇼는 "왜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어. 네 팔 밑으로 들어온 칼에 찔린 거야"라고 로미오에게 말한다.

 

    무도회 장면은 앞날에 탄생하게 될 비극의 씨앗을 심게 되는 중요한 장면이다.  무도회에 온 로미오를 보고 티볼트는 그가 자기 가문에 대해 모욕을 주기 위해 온 것으로 생각하고 앙심을 품게되며 이것이 결국 3막의 결투로 이어지는 것이다. 영화는 무도회에서 태동되는 티볼트의 원한을 교묘한 카메라의 조작으로 잘 포착하고 있다. 처음 줄리엣을 보고 "까마귀 속에서 춤추는 백조"라고 생각하며 황홀경에 빠져있는 로미오를 티볼트가 발견하고 캐퓰릿 부부에게 이야기하지만 잔치자리를 망치지 말라는 제지를 받게 된다. 로미오는 마레스카를 추는 무리 속에 끼어들어 줄리엣과 마주 서게 되고 이어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돌아가는 원무 속에서 카메라는 패닝(panning)으로 춤추는 무리들의 움직임을 잡은 후 로미오의 얼굴, 줄리엣의 얼굴, 그리고 분노한 티볼트의 얼굴을 찍어내듯이 잡는다. 로미오가 줄리엣의 손을 처음 잡을 때 놀라는 모습을 카메라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줄리엣의 눈을 잡는다. 무도회가 끝나고 로미오의 정체를 알아낸 줄리엣이 손을 입술에 대고 가혹한 운명에 절망할 때 티볼트가 이를 바라보는 장면 또한 시점 샷(point-of-view shot)으로 잡으면서 비극의 씨앗이 심겨졌음을 암시한다.

 

    발코니 장면에서도 흥미로운 카메라의 사용을 볼 수 있다. 정원에서 사랑의 독백을 하는 줄리엣은 나이에 비해 훨씬 성숙하고 육감적이면서도 순진한 모습을 보여준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화에서는 줄리엣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한다든가, 화면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채 얼굴을 비춘다든가 하는 구도가 눈에 뜨인다. 도날드슨의 주장대로 이 영화에서는 손을 비롯한 신체의 일부가 주동기로 등장하는데 파편화된 신체의 일부를 강조함으로써 그것을 개인을 상징하는 기표로 사용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남자들의 코드피스를 강조한다든가 빈번하게 손의 클로즈업이 화면을 가득채운다든가 하는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손과 손의 접촉을 통해 연인들의 만남이 표현되는데 처음 무도회에서의 만남도 손의 접촉으로 시작된다. "손이 하는 일을 입술이 하게 하시오"라는 대사를 통해 손의 접촉은 키스로 이어진다. 발코니 장면에서도 사랑의 서약을 원하는 로미오에게 줄리엣이 말하는 모습은 몸을 비스듬히 선 상태에서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고혹적으로 바라보며 손을 드는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이것은 포르노그라피에서 잘 사용하는 그림으로서 여성이 카메라를 향해 초대하는 눈짓을 보내는 기법이다. 이 장면에서 욕망을 주체로서의 줄리엣이 강조되고 있고 올리비어 허시는 어리면서도 성숙한 여인의 매력을 풍겨준다. 그리고 약간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헤어질 때 담장을 배경으로 잡은 손이 떨어지는 모습도 제피렐리가 의도적으로 손을 강조한 그림이다.

 

    두 연인의 순수한 사랑에 대한 대조적 인물(foil)로 제시된 캐릭터는 유모와 머큐쇼이다. 유모의 야한 성적 농담은 영화에서 많이 빠져 있으나 사랑에 대해 냉소적인 머큐쇼의 연기는 로미오의 순진한 모습을 돋보이게 한다. 머큐쇼에게 있어서 사랑은 육체적이며 성적이다. 그의 야한 농담이 영화에서는 많이 삭제되었지만 그의 장난기가 발휘되는 장면은 유모 놀려주는 장면이다. "시계의 야한 손이 정오의 중요한 부분을 잡았다"라고 유모에게 말하면서 쓰는 제스처라든가 유모의 머리 장식을 빼앗아서 여자의 가슴처럼 흉내를 내는 장면은 삭제된 대사 이상으로 효과를 발휘한다.

 

    원작에서는 성기와 칼, 섹스와 싸움의 병치가 첫 장면부터 제시된다. 처음 하인들의 싸움에서 등장하는 "내 벌거벗은 무기를 뽑았다"는 표현에서부터 칼과 성기가 동일시되며  칼이 상징하는 싸움과 죽음, 성기가 상징하는 섹스와 사랑이 여러 가지 양상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것이 어쩌면 이 작품의 전체적 주제, 즉 사랑과 죽음의 주제를 형이하학적인 면에서 구현해준다고 할 수 있다. 분수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던 머큐쇼는 티볼트가 와서 싸움을 걸 때에 "여기에 너를 춤추게 할 활이 있다"고 칼을 물위로 내미는데 이것 또한 성적인 메타포로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무덤에서 줄리엣이 칼로 가슴을 찌르면서 "이곳이 너의 칼집이다. 거기서 녹슬어 나를 죽게 하라"고 말하는 장면과도 연결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무덤과 신방이 동일시되고 마지막 장면을 연인들이 영원히 맺어지는 결혼식으로 본다면 그녀는 로미오가 지니고 있는 단검을 자기 몸에 삽입함으로써 로미오와의 영원한 첫날밤의 의식을 또 한번 치르고 로미오와 결합하는 것이다.

 

     제피렐리가 전통적인 영화의 관행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1968년 당시의 기준으로는 매우 파격적인 화면을 선보인 장면이 바로 두 연인이 첫날밤을 보내고 깨어나는 장면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영화는 도날드슨의 주장대로 남성의 아름다움을 여성 못지 않게 강조하였다. 대개 할리우드 영화에서 여성은 남성의 시선의 대상으로서 객체화되지만 이 장면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의 누드가 더 많이 노출되며 욕망을 가진 주체로서 여성의 묘사가 두드러진다. 이 장면에서만은 시선의 담지자가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이다. 무도회와 발코니 장면에서도 매우 적극적인 모습의 줄리엣을 보여주었던 제피렐리는 전통적인 카메라 사용에서 벗어나서 신선한 성의 표현을 이 장면에서 보여준다. 침대에 누워 있다가 로미오가 일어서서 창가로 다가가는 장면에서 로미오의 누드는 세 개의 샷에서 17초 동안 노출된다. 특히 로미오의 나신의 뒷 모습은 줄리엣의 시선으로 본 모습이다. 여기에 비해 줄리엣의 가슴 노출은 여기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하다.

 

    이 영화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점 중 하나는 원작에서 드러나지 않은 인물들 간의 흥미로운 역학관계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처음 줄리엣을 등장할 때 캐퓰릿은 이미 전성기를 지나 시들어가는 자기 부인과 막 피어오르는 꽃봉오리와 같은 자기 딸을 대조시켜서 이야기한다. 패리스의 청혼을 물리치기 위해 "일찍 결혼하면 일찍 몸이 망가진다"는 대사를 말할 때 희화화된 음악과 함께 심술궂은 캐퓰릿 부인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이처럼 창문에 프레임되어 나타나는 줄리엣과 부인의 모습은 모두 캐퓰릿의 시점에 비친 모습이며 따라서 욕망의 대상으로의 딸과 부인이 대조되고 있는 것이다. 캐퓰릿은 자기의 부인을 별로 매력없는 여자로 생각하고 오직 딸 줄리엣에게만 희망을 걸고 있는 것 같지만 캐퓰릿 부인 또한 자기 남편에 대해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무도회에서 캐퓰릿 부인이 같이 춤을 추는 상대는 티볼트이다. 티볼트, 캐퓰릿, 캐퓰릿 부인간의 삼각관계는 티볼트가 난동을 부리려고 할 때 캐퓰릿이 "이 집에서 내가 주인이냐, 네가 주인이냐?"라는 대사에서도 드러나고 캐퓰릿의 말을 듣지 않던 티볼트가 부인의 권유에 따르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티볼트가 죽었을 때에도 영주 앞에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와서 탄원하는 캐퓰릿 부인의 모습은 그녀가 티볼트에게 품었던 애정을 짐작케 해준다.

 

    머큐쇼와 로미오 사이의 억압된 동성애가 이 영화에서는 은근히 드러나 있다고 지적하는 비평가도 있다. 피터 도날드슨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세계가 여성을 평가절하시키고, 폭력을 행사하며, 남성성을 과감하게 표출하도록 종용하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세계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여성혐오적 이데올로기를 가장 잘 대표하는 사람이 바로 머큐쇼이며 그의 여성 학대는 여성에게 이끌리는 로미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몸짓이라는 것이다. 맵 여왕 스피치 뒤에 로미오와 머큐쇼가 이마를 맞대고 잠시 친밀한 순간을 같이 하는데 이것 또한 "남성적 유대의 절단"을 나타내는 이미지로서 이 영화에서 상실과 고뇌의 패러다임 역할을 한다. 머큐쇼는 로미오가 줄리엣을 만나기 전부터 로미오와의 결별을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 결투 장면에서 로미오가 티볼트에게 사랑한다고 (줄리엣과 결혼했으니까) 말하는 것이라든지 "만족하라"(be satisfied)고 말하는 것 또한 성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가 있기 때문에 그 말을 들은 머큐쇼에게는 그것이 더할 나위 없는 "굴whd"(submission)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영화의 재미를 높이는 것은 니노 로타의 감미로운 음악이다. "What is a Youth?"로 시작되는 주제가는 중요한 순간마다 극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후반부에 머큐쇼의 죽음 후 운명의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는 단조로 변해서 연주되어 비극으로 치닫는 연인들의 운명 표현해준다. 그리고 로렌스 올리비에의 목소리가 프롤로그와 줄리엣이 죽었을 때, 그리고 마지막 영주의 대사를 보이스 오버로 들려줌으로써 영화의 고전적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켜 준다.

 

 

* 출처 : 류영균의 www.drama21c.net 홈페이지

            http://www.drama21c.net/shakespeare/articles/jeffandluhrma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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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극, 영화로 만든 작품이 많았던 중에 몇 가지를 들어보면

 

o Romeo and Juliet (1916) with vampish Theda Bara as Juliet

o Romeo and Juliet (1916) with Francis X. Bushman as Romeo

o George Cukor's Romeo and Juliet (1936) with elderly 'teen' lovers

   Leslie Howard and Norma Shearer, John Barrymore as Mercutio,

   Edna May Oliver as the Nurse, and Basil Rathbone as Tybalt

o Renato Castellani's Romeo and Juliet (1954) with Laurence Harvey

   and Susan Shentall in the leads

o Paul Czinner's Romeo and Juliet (1966), with ballet dancers Rudolf

   Nureyev and Margot Fonteyn

o Franco Zeffirelli's Romeo and Juliet (1968), with appropriately-aged

   star-crossed lovers Leonard Whiting and Olivia Hussey

o Baz Luhrmann's hip and updated William Shakespeare's Romeo +

   Juliet (1996) with Leonardo DiCaprio and Claire Danes

 

 

1996년 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작을 각색하여 현대적인 시각으로 새롭게 만든 작품.

 

[Poster]

 

 

 

또, 2007년이 되면 50주년을 맞는 저 유명한 뉴욕 Broadway의 연극 West Side Story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연극 아닌가.

 

 

 

 

 

美 우정국(United States Postal

Service)에서는 50주년을 기념하는

우표를 낼 계획이라고 하니

셰익스피어의 감동은

지금도 변함 없는 것인가?

 

 

 

 

 

 

 

 

 

 

 

 

 

 

 

 

- West Side Story의 대강 -

 

Jets v. Sharks

 

<서막에서의 댄스>

 

  1940년대, 미국은 푸에르토리코를 보호령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 들어온 푸에르토리코 빈민들은 뉴욕에 제2의 할렘을 만든다.

백인 거주지와 푸에르토리코인 거주지가 인접한 뉴욕의 웨스트 사이드에서는 앙숙인 이탈리아계의 제트단과 푸에르토리코계의 샤크단이 서로 텃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어느 날 제트단의 리더 리프는 샤크단에 도전하기 위해 댄스 파티장에 가고, 토니에게 함께 가자고 제의한다. 패싸움에 관심이 없는 토니는 리프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파티장을 찾는데, 그곳에서 아름다운 마리아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Tony and Maria sing 'Tonight'

 

 

  그러나 그녀는 샤크단의 리더 베르나르도의 여동생. 그날 밤 토니와 마리아는 마리아의 집 발코니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토니는 두 그룹의 화해에 힘쓰는 한편, 마리아와의 관계를 인정받으려 하지만 양측의 대립은 더욱 격화된다. 다음 날, 고속도로 아래에서 샤크단과 제트단의 대결이 벌어지고 토니는 마리아의 부탁으로 그들의 싸움을 말리러 간다. 그러나 리프가 베르나르도와의 결투에서 죽자 격분한 토니는 베르나르도를 죽이고 만다.

 

The fate of star-crossed lovers

 

<토니가 죽으려는 순간에 마리아가 달려오지만..>

 

오빠를 죽인 사람이 토니라는 것을 마리아가 알게 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샤크단에서는 토니를 죽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