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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생각한다

[삶과문화] 글을 잘 쓰려면

by 아름다운비행 2016. 11. 13.

* 출처: 세계일보 http://v.media.daum.net/v/20161111205938989

 

[삶과문화] 글을 잘 쓰려면

황온중 |   입력 2016.11.11 20:59 | 수정 2016.11.11 21:03           

 

"어떻게 써야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대학가는 2학기가 되면 입시준비로 매우 바빠진다. 일부는 시험 출제위원이 되고, 또 더 많은 교수는 입학사정관, 논술면접 및 채점 위원, 논술시험출제위원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교수들의 대다수가 해마다 예외없이 지원자들의 글쓰기 능력에 대해 걱정하고 고민을 한다.

 


정경미 연세대 교수·임상심리학


실제로 많은 학생의 글을 살펴보면 의식하지 않아도 비교가 가능하고, 의도하지 않아도 능력에 대한 평가가 자연스럽게 내려진다. 가끔 열아홉 살이라는 나이를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번뜩이고 고민이 묻어나 있는 글을 발견하게 되면 대견하다. 하지만 이러한 수준급의 글보다는 어디서 본 듯한 표현, 좀 전에 읽은 것 같은 내용, 주어· 동사가 맞지 않고, 같은 어휘가 반복되는 글을 훨씬 많이 접한다. 글쓰기가 그리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여기저기서 글쓰기 지도를 받으며 글이 정체성을 상실했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이유야 어떻든 잘 읽히지 않는 글을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일은 정말 재미없는 일을 하는 것만큼 고통스럽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학교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얼마 전 접했던 모 대학 총학생회장 후보의 명료하고 조리 있는 출마선언문도 그랬고, 교내에서 우수보고서로 선정된 깊이 있고 논리적인 글도 무척이나 반가웠다. 잘 쓴 글은 힘들고 멍한 머리와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가끔 학생들이 유학 중에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느냐고 질문하곤 한다. 나는 주저없이 지도교수에게 받았던 논문지도였다고 대답한다. 나의 지도교수는 매주 학생들에게 논문 쓰기를 지시해 학생들은 매주 일요일 자정까지 논문을 수정하며 검토를 받아야 했다. 남의 나라 언어인 영어로 쓰는 논리적 글쓰기도 큰 고역이었지만, 제출했던 논문을 빽빽하게 채운 빨간 글씨의 코멘트와 물음표는 부끄러움과 민망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시간이 경과되며 줄어든 빨간 글씨와 함께 적응되기는 했지만, 빨간 글씨의 공포는 아직도 선명하다.

 

나의 지도를 받는 대학원생이 논문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선 나와 40~50번의 메일을 주고받는다. 한 주에 한 번 의견을 주고받는다고 할 때 거의 1년의 기간이 되는 셈이다. 이는 한 편의 논문을 위해 얼마만큼 노력을 해야 만족할 만한 글과 내용이 완성되는지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래도 시작이야 어떻든 보고, 또 보고, 또다시 보는데 좋아지지 않는 글은 없다. 경험으로 배웠고, 해보면서 확신한다. 그저 먼 훗날 이러한 경험이 삶에 큰 도움이 됐다고 어떤 제자가 얘기해 주면 보람있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글쓰기 전문가는 아니지만 학생들의 글 지도가 너무 어려워 글쓰기 책에서 도움을 얻는다. 이오덕의 ‘우리글 바로쓰기’는 우리말 표현법을 아는 데 도움이 되었고, 실제적 정보가 많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유용하다. 정희모 이재성의 ‘글쓰기 전략’은 학생들에게 읽히기 그만이다. 흥미롭게도 이 책들을 포함해 글쓰기에 대한 모든 글은 공통적으로 ‘많이 읽고’, ‘많이 쓰라’고 한다. 그런데 이 방법만큼 진리면서 이것만큼 진 빠지는 소리는 없다. 사람들은 요술봉 마술피리를 원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한 거북이가 되라는 것이니 글 잘 쓰기가 왜 힘들고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

 

요즘 대통령 연설문이 민간인에게 넘겨져 수정까지 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오래전에 출판됐던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책 내용은 좋은 글쓰기의 본보기를 보여 주고 있고, 강원국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철학은 글쓰기의 기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글쓰기는 책으로 배울 수 없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정경미 연세대 교수·임상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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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정말 쉽지 않아요.

위에 소개해 주신 책들을 구해 읽어봐야겠습니다.

좀 보탬이 되긴 하겠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