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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배 팔아 연명하는 해운강국, 정부는 뒷짐만

by 아름다운비행 2014. 3. 3.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조선(造船)강국 이었다.

 

멀리는 장보고가 앞선 조선기술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해운계를 장악했었고,

거북선은 그 당시 세계최고의 우수한 배였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

 

그리고 한동안 우리는 조선강국으로 군림(?)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물론, 정부의 지원만 논할 것은 아니로되

작금의 현상은 정말 우려할만하다.

 

특히 주력 수익원을 내다 팔면서 어떻게 경영정상화를 기할 것인지?

정부에서 이런 조선업계의 상황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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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는 해운업] 투자는 뒷전, 시황 회복돼도 경쟁력 확보 의문

"배로 먹고 사는 회사가 배를 팔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시황이 회복돼도 배가 없어 경쟁력을 갖지 못할 것입니다." (A상선 임원)

세계 5위 해운강국이 침몰하고 있다. 최근 4~5년간 180여개 해운사 중 70여개가 문을 닫았고 12개사는 법정관리의 길을 걸었다. 지난해 6월7일 세계 8위, 국내 최대의 벌크선사인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국내 1,2위 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유동성 위기로 자산을 계속 내다 팔고 있다.

세계 1~3위 해운사 머스크와 스위스 MSC, 프랑스 CMA-CGM 등이 선대 확충에 나서며 업황 개선을 대비하는 것과 달리 투자는 전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선사는 1만3000TUE급까지 대형화 추세에 동참한 이후 과중한 재무부담과 유동성 문제로 선박 발주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업황 악화로 적자가 누적돼 빚 갚기에 급급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3월 초 1800억원을 비롯해 올해 연말까지 총 39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현대상선은 회사채 4200억원, CP 4000억원 등 올해 갚아야 할 빚만 8200억원이다. 두 회사 모두 자본력이 취약하고 계열사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데다 영구채 발행 등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취약하고 그나마도 타이밍을 놓쳐서 재무구조는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투자해야 하는데, 배 팔아 연명

=해운사들이 부도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자산을 파는 수 밖에 없고, 빚쟁이들(채권단) 역시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자구안을 요구했다. 이렇게 해서 팔고 있는 자산은 전부 '알짜'들이다. 급전을 조달해야 하므로 높은 마진이 보장된 것부터 던지고 있다. 그만큼 돈을 벌기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한진해운이 벌크전용선을 매각한 게 대표적이다.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을 취하긴 했지만 내용상 판 것과 다를 게 없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자비용이 700억원 줄지만 연간 15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해 내는 사업부를 매각해 순이익 턴어라운드는 더 지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상선이 사모펀드인 IMM인베스트에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 부문을 1조1000억원에 팔기로 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사업은 한국가스공사와 체결된 장기 용선계약으로 꾸준히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를 떼내는 것은 수익기반의 침식을 의미한다. 가뜩이나 주력인 컨테이너선종을 제외하면 영업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을 만큼 사업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지 못했는데 이젠 더욱 컨테이너선에만 집중돼 리스크는 더 커졌다.

◇해운업 살려야 하는 이유

=문제는 이대로 개별기업의 자산매각만으로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것 밖에 안돼 결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세계 5위 해운강국이다. 전세계 해상물동량의 10.7%를 담당하고 있고 국내 서비스산업에서 유일하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업종이다. 석유제품,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 제조업에 이어 5번째로 많은 외화를 벌어 들이고 있다. 조선, 철강 등 해운업의 산업 연관효과도 적지 않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철광석, 원유, 석탄, 액화가스 등과 같은 국가 전략물자를 대부분을 자국 해운기업을 통해 운송하고 있는 데서 드러나듯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국적 선사의 경쟁력 약화는 중국·일본·유럽 선사에 의한 국내 해운시장 잠식이나 부산항의 타격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양홍근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조선이나 자동차처럼 대규모 사업장을 갖고 있지 않아 고용이 적은 듯 보여 정치권 등에서 관심이 적지만 10만여명이 종사하는 거대산업"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본업과 관련된 자산에 대해서는 매각 그 자체 뿐 아니라 매각대상에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본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킬 수 있는 자산매각은 재고 필요가 있다"며 "사모펀드보다는 국민연금 등이 샀다가 나중에 되파는 방식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껍데기만 남고 업황이 되살아난다고 해도 2류 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해운강국의 꿈이 좌초되는 것이어서다.

머니투데이 강기택기자 ace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