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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모습

기업들 “통계 읽으니, 대박 상품이 보여요”

by 아름다운비행 2007. 5. 9.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1만개 가량의 노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엘더 호스텔(Elderhostel)’은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인 1970년대에 이미 노인평생교육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예견했다. 이러한 선견지명 뒤에는 전체 인구의 27%를 차지하는 중․고령 인구가 미국 전체 금융 자산의 77%를 보유한다는 미국의 ‘인구센서스’ 통계가 있었다.


위의 사례처럼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통계청 및 정부 부처에서 생산한 국가 통계를 상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 수립에 활용해 대박 신화를 일구어낸 사례들이 늘고 있다.


이는 통계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사회․경제 트랜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반영해 미래의 고객들이 선호할만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은 결국 신규 상품 개발 및 시장 개척으로 이어져, 기업 및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베스트셀러 상품들을 잇 따라 탄생시키고 있다.


해외의 경우 미국, 일본, 프랑스 등 경제 강국들을 중심으로 기업의 국가 통계 활용이 일반화 되어있으나, 우리나라는 기업 담당자들의 낮은 통계 이용 인식 등으로 아직 그 활용 정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통계청 정책홍보담당관 김선옥 과장은 “현재 통계청에서는 e-나라지표(www.index.go.kr), 통계정보시스템(kosis.nso.go.kr), 지리정보시스템(gis.nso.go.kr) 등 총 5개의 통계서비스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통계정보시스템(KOSIS)을 통해서는 국내 기업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약 11,503만 계열 이상의 방대한 통계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며, “최근 우리 기업들의 국가 통계 활용은 기업의 과학적, 합리적 의사결정의 훌륭한 근거 자료가 될 뿐 아니라, 국가 자산의 공동 활용으로 조사비용까지 절약 할 수 있어 기업 및 국가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대박상품 속에 숨겨진 통계 이야기를 소개한다.



□ 통계로 여성 파워를 확신하다, 두산 ‘처음처럼’


최단기간 1억병 판매 돌파, 출시 6개월 만에 전국 시장점유율 10%를 차지하며 주류업계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두산주류BG의 ‘처음처럼’의 개발 뒤에는 보건복지부의 ‘국민 음주 현황’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가 있었다.


‘처음처럼’의 개발 계획이 수립되던 지난 2004년 당시 우리나라 <음주 현황> 지표를 보면 15세 이상 국민 ‘1인당 순수 알코올 소비량’이 2001년 8.5리터에서 2003년 9.3리터로 크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특히 두산이 주목했던 것은 1995년 15.3%에 불과했던 여성 음주율이 1998년 32.7%로 2배 가까이 급증 한 후, 2000년대 이후까지 그 비율을 유지하고 있던 점이었다. 게다가 통계청에서 매년 발표하는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2000년 48.8%에서 2004년 49.9%로 점차 증가하는 것에서 향후 수년간 여성들의 사회진출 증가가 여성음주인구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 같은 객관적 통계를 바탕으로 여성 타겟 주류의 시장성을 확신한 두산은 제품 개발 과정에 여성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제품 맛 테스트 시, 전체 샘플 수의 30%를 여성으로 배정해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그 결과를 도수, 맛 등에 반영했다. 과거에 소주 제품 개발 과정에서 여성고객의 샘플 수를 거의 반영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활발한 여성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두산의 ‘처음처럼’」











제품 네이밍 단계에서도 기존 주류의 남성스러운 강한 이름보다는 감성적인 여성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시 <처음처럼>에서 영감을 얻어 부드러운 어감의 제품명을 지었다. 판촉 활동도 타 제품들과는 달리, 여성 소비자들의 구매 유도를 위해 마스크팩과 핸드크림을 선물로 제공했다.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처음처럼’은 출시 5개월 11일만인 지난 7월 1억병 판매 돌파, 출시 6개월 만에 전체 시장점유율 10.1% 기록, 서울지역 시장점유율 22% 달성이라는 놀라운 판매 실적을 거뒀다.


‘처음처럼’ 브랜드 매니저인 최형욱씨는 “특히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의 음식점 등에서는 여성들이 있는 술자리에서 꼭 ‘처음처럼’을 시킨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며, “순한 맛과 여성 고객 중심의 마케팅이 여성 소비자들의 큰 호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가구형태로 미래 식생활 변화를 예견하다, 햇반+ 씻어나온 오뚜기 쌀


출시 이후 줄곧 ‘나 홀로 족(族)’ 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즉석 밥’과 ‘씻어 나온 쌀’ 역시 통계청에서 5년마다 조사, 발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의 1인 가구 지표 등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CJ㈜가  ‘햇반’을 출시했던 1996년 12월, CJ는 이전부터 인구 및 식음료 등 다양한 분야의 국가 통계를 제품 개발을 위한 시장 분석에 활용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당시 CJ가 눈여겨봤던 것이 바로 1인 가구수의 증가 추세였다. 1985년 약 66만 가구에 불과했던 1인 가구수는 1990년 102만 가구, 1995년 164만 가구로 10년 새 무려 2.5배나 급증했다.


CJ는 이러한 가구 형태의 변화가 결국 국민들의 식생활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했고, 이후 다양한 소비자 조사와 시장 분석을 거쳐 2~3분만 데우면 찰진 밥을 먹을 수 있는 즉석 밥 ‘햇반’을 출시했다. CJ햇반은 출시 이후 2000년 약 220억원이던 매출이 매년 급증해 올해만 약 86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CJ햇반과 함께 최근 싱글족과 맞벌이 부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씻어 나온 쌀’ 역시 편의성과 신속성을 중시하는 1인 가구의 급증을 반영해 개발된 제품이다. ‘씻어 나온 맛있는 오뚜기 쌀’을 출시한 오뚜기 역시 수년 전부터 상품 및 마케팅, 광고 기획 등에 인구 및 식음료 관련 다양한 국가 통계를 활용해왔다. 2004년 말 제품 출시 이후 점차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 제품은 지난해 오뚜기가 1조원 가까운 매출액을 올리는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통계에서 짜먹는 고추장의 모티브를 얻다, 청정원 순창 쇠고기볶음 고추장


2002년 7월 출시 이후 해외 여행객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튜브형 고추장’의 탄생 배경에는 <해외 관광 여행객 수> 통계 중 ‘내국인 출국자 수’ 지표가 있었다.

「년도별 내국인 출국자수 증가 추이와 청정원 튜브형 순창 고추장 시리즈 판매액」


◇ 년도별 내국인 출국자 수 : 출처 한국관광공사 ‘내국인 출국자 수’, 서비스기관 통계청 e-나라지표

◇ 청정원 튜브형 고추장 시리즈 판매액 : 대상㈜ 청정원 마케팅팀 제공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년간 해외로 출국한 국내 ‘해외관광 여행객 수’ 는 연평균 24%씩 급증하고 있었다. 당시 전통식품의 현대화에 고민하고 있던 대상㈜ 청정원 마케팅팀은 향후 해외 관광객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여행객들이 가볍게 휴대하면서 어디서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고추장이 꼭 필요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일반적인 고추장 용기는 휴대하기에 무겁고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해외 여행객들이 가지고 다니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청정원은 외국 여행객들을 위한 신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튜브형 용기’를 개발하고 제품의 용량도 여행객들이 휴대하기 간편한 60g으로 결정했다. 이렇게 탄생하게 된 제품이 바로 ‘청정원 순창 쇠고기 볶음 고추장’.


제품 기획의도에 맞춰 마케팅 전략도 ‘해외 여행객’ 중심으로 수립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으로 볶음 고추장을 제공하고, 하나투어와 공급 계약을 맺어 여행객들에게 우리 고추장 맛을 알렸다. 2004년 12월 이후 방영되고 있는 광고 역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로 여행간 차승원이 ‘고추장을 사무치게 그리워한다’는 내용으로 제작해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했다.


이 제품의 인기에 힘입은 청정원은 올 7월 ‘청정원 순창 태양초 매운고추장’ 과 ‘청정원 순창 태양초 찰고추장’을 추가 출시하며, 해외 여행객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정원 순창 튜브형 고추장 시리즈’는 출시 5년째인 올 해 약 52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 시장 축소를 통계로 극복하다, 보령메디앙스 유피스 나노실버 젖병


2002년 출시돼 출산유아용품의 웰빙화, 프리미엄화를 주도한 보령메디앙스의 ‘유피스 나노실버 젖병’ 역시 국가에서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출산율 관련 지표에서 제품 개발의 모티브를 얻었다.


‘유피스 나노실버 젖병’ 개발 계획이 수립되던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저출산 문제가 지금처럼 출산유아용품 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주리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01년 초, 당시 통계청의 출산율 관련 지표를 제품 개발 및 사업 계획수립에 활용하던 보령메디앙스 마케팅팀은 매년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인구동태조사>의 ‘합계출산율’ 지표가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1년 1.3명까지 떨어지는 것을 보고, 향후 저출산으로 인한 출산유아용품의 소비 급감을 예측 할 수 있었다. 이는 결국 하나만 낳아 잘 기르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됨에 따라, 외동이들을 위한 프리미엄급 제품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후 보령메디앙스는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기업의 핵심 사업전략으로 설정하고, 가장 먼저 프리미엄 젖병 개발에 들어갔다. 갈수록 아이의 건강을 중시하는 부모들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은나노 입자를 사용해 항균력과 탈취력을 높인 제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1년 여간의 연구개발 끝에 2002년 여름 탄생한 상품이 바로 ‘유피스 나노실버 젖병’이다. 이 제품은 개당 가격이 1만3000원(150ml)으로 일반 젖병보다 비싸지만, 하나뿐인 아이를 좀 더 건강하게 키우려는 신세대 엄마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유피스 나노실버 젖병’은 2002년 출시 이후 작년까지 총 매출액이 10배정도 급증했고, 올 해만 약 6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는 보령메디앙스의 효자 상품이 됐다.


프리미엄 젖병의 성공 이후, 보령메디앙스는 2005년 스위스에서 재배한 유기농 허브를 주성분으로 한 프리미엄 스킨케어 ‘퓨어가닉’ 브랜드를 런칭해 출시 1개월 만에 백화점 유아스킨케어 부문 매출액 1위를 기록하는 등 프리미엄 출산유아용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국가 통계를 활용하는 사례들도 점차 늘고 있다.


㈜해태음료는 건강을 중시하는 중․장년층 남성과 실버세대를 타겟으로 한 고급 한방음료 ‘궁비’를 출시했다. 해태음료는 이 제품의 기획 단계에서 국내 고령인구의 급증과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 증가에 주목했다.


개발 당시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00년 전체 인구의 7.2%에서 2005년 9.1%로 늘었고 2010년에는 10.9%까지 늘어날 전망이었다. 또 65세 이상의 경제활동인구도 2003년에 28.7%, 2004년 29.8%, 2005년30%로 완만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었다.


해태음료는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가 향후 실버 세대를 위한 ‘프리미엄 건강 음료’의 수요를 증가 시킬 것이라 판단했다. 이렇게 태어난 음료가 바로 ‘궁비’, 궁비는 6년근 발효 홍삼에 지황, 벌꿀 등을 넣어 실버세대의 건강에 유익하도록 만들어 졌다.


‘네이트몰’을 운영하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도 2004년 사이트 오픈 이후 소비자의 인터넷 구매 패턴과 관련된 다양한 국가 통계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오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통계청에서 매월 발표하는 <사이버쇼핑몰 통계조사>의 ‘상품군별 거래액’ 를 주로 활용 했다.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의류․패션관련 상품 거래액은 지난해 1월 960억원에서 올 7월 1,850억원으로 1년 반 사이 무려 2배나 늘었기 때문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패션.의류 등 여성 상품군 거래액의 급격한 성장률을 반영하여, 여성 상품 카테고리에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마케팅 활동을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전체 주문건수가 200% 이상 증가했고, 현재는 여성 상품군의 판매 비율이 전체 판매 비율에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