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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모습

젊은이들의 새로운 흐름 - 인턴 인맥

by 아름다운비행 2007. 3. 3.

그동안 우리 사회는 철저한 혈연,지연, 학연 등으로 구성된 복잡한 네트워크를 저변에 깔고 살아왔다.

실제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네트워크의 힘을 실감하기도 한다.

이런 것을 잘 구사(?)하는 이가 앞서 나가는 것은 이미 많이 보아온 터.

 

그러한 속에서, 또 다른 형태의 인적網 형태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

종전의 무조건적인 망 구성 형태가 아닌, 함께 일정 시기를 같이했던 동기들 내지는 선후배들과의

인적망 구성이니 기성세대가 구사하고 있는 망 운용 형태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일단 기성세대들보다는 진일보된 형태의 사회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자로는 "사람 人"자가 서로 기대어 사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라지 않는가.

아득한 옛날, 다른 동물에 비해서 두뇌활동과 양 손을 쓴다는 것 외에는 아주 약하기만 했던 인간들이

모여서 같이 살아가면서 집단적 생존 방법을 찾아 인류사회가 발전해 온 터이니

우리 사회가 요즘 신세대들의 새로운 모습만큼 진일보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래는 이와 관련된 보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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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연-지연보다 끈끈한…우리는 인턴 동창생!"

     2007년 3월 3일 (토) 03:30   동아일보

 

SK텔레콤 마케팅전략실에서 일하는 양동철(29) 씨는 휴대전화 번호를 10개 그룹으로 나눠 저장하고 있다. 이 중 6개 그룹이 대학시절 인턴 활동을 하며 만난 사람들이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창시절 ‘신세기통신 i모니터’(2001년), ‘SK텔레콤 보이저’(2004년), ‘현대·기아자동차 인턴’(2003년) 등으로 활동했다. 양 씨는 2005년 SK텔레콤에 입사할 때부터 인턴 인맥 덕을 톡톡히 봤다.》

‘신세기통신 i모니터’ 출신으로 SK텔레콤에 다니던 한 선배가 해 준 “정보기술(IT) 산업의 새 트렌드를 파악하라. 모범생보다 창의적 인재로 보여라” 등의 조언에 따라 전형에 임했고 남들보다 한결 수월하게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양 씨가 인턴 활동에 열중한 것은 취업에서 도움이 될 업무경험을 쌓고 싶었기 때문. 하지만 그는 “지금 내게 인턴 인맥은 그 이상”이라고 말한다.

20대 사이에서 인턴 인맥이 각광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턴십을 활용해 직원을 채용하는 기업이 늘고 상당수 대학생이 이 제도에 참여하면서 인턴 인맥이 자연스럽게 20대 인맥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과거 학연, 지연으로 대표됐던 인맥에도 질적 변화가 시작됐다.

○ ‘경쟁 아닌 협력’ 수평적 네트워크

지난해 5월 양 씨에게 긴급 과제가 떨어졌다. 지식경영이 잘되는 기업 현황을 뽑고 기업별 특징을 분석하라는 것.

입사 2년차에겐 버거운 주제였지만 그는 ‘SK텔레콤 보이저’로 함께 활동했던 인턴 동기들에게 몇 통의 전화를 돌리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다.

먼저 현대정유 전략기획팀에 근무하는 동기에게 협조를 구했다. 동기는 선뜻 자신의 회사와 관련된 자료를 보내 줬고 양 씨는 이런 동기들의 도움으로 이틀 만에 보고서를 완성했다.

지난해 1월 이동통신과 연계한 금융상품을 개발한다는 방침이 정해졌을 때도 그는 금융권에 취업한 인턴 동기의 도움을 받아 시장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 ‘밀고 끌고…’ 수직적 네트워크

인턴 네트워크는 동기끼리의 인맥에 머물지 않는다. 진출한 분야나 관심사에 따라 선후배 인턴이 또 다른 네트워크를 만드는 등 ‘파생 조직’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신한은행 대학생 홍보대사 1기 출신으로 이 은행 구리중앙지점에 근무하는 한석환(28) 씨는 홍보대사 1∼4기 가운데 금융권에 취업한 20여 명과 매달 한 번꼴로 모임을 갖는다.

한 씨는 “같은 분야이다 보니 주고받을 정보가 많은 데다 앞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면 서로 밀어주고 끌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회원들이 모임에 거의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10, 20년 뒤 신한은행 홍보대사 출신 입사자가 계속 늘어나면 자연스레 인턴 인맥이 직장 내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균관대 차동옥(경영학부) 교수는 “인턴 인맥은 본인이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란 점에서 학연, 지연과 같은 수동적 인맥과는 구별된다”며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 요즘 ‘검증된 인맥’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턴 네트워크는 점점 더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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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믿음의 ‘정보 네트워크’…만나면 通한다"

     2007년 3월 3일 (토) 03:30   동아일보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은 옛말이에요. 이젠 인턴 동기 따라 강남 갑니다.”

동영상 손수제작물(UCC) 포털업체인 ‘엠엔캐스트’에 다니는 서승덕(28) 씨는 지난해 11월 웹2.0과 롱테일경제(다품종 소량 생산된 틈새 상품이 대중적인 히트 상품을 밀어내고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는 현상)에 관해 유명 블로거들이 강연하는 ‘오픈 웹 투 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서 씨가 꼭 들어야 할 강연이었지만 사실 그는 이런 행사가 열리는지조차 몰랐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함께 인턴을 했던 동기의 연락을 받고 참석할 수 있었다.

서 씨는 지금의 회사로 이직을 결정할 때도 인턴 동기들의 의견을 가장 많이 참고했다.

그는 “인턴 동기 대부분이 정보기술(IT) 분야에 취업한 덕분에 업계 동향이나 새로운 트렌드를 쉽게 접할 수 있다”며 “사회 초년생이 업계에 인적 네트워크를 갖는다는 것은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 검증된 네트워크, 인턴 인맥

1990년대까지만 해도 새 학기가 되면 대학 캠퍼스 내 게시판은 향우회와 동문회 모임 공고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요즘 캠퍼스에선 이런 공고보다 취업 관련 스터디 모임 공고가 더 많이 눈에 띈다.

20대의 인맥 중심이 변하고 있다. 기존 인맥의 핵심이던 지연이나 학연에 대한 인식은 점점 엷어지는 반면 자기계발과 취업, 이직 등 사회생활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실용 네트워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취업전문 포털사이트인 커리어가 지난달 15∼20일 20대 직장인 3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맥에 관한 인식 조사에서도 역점을 두고 관리하는 인맥군이 크게 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친구나 동문의 중요도’에 관해서는 과거 63.9%에서 현재 42.4%로 줄어들었다고 답한 반면 직장 선후배 인맥의 중요도는 10.8%에서 34.5%로 크게 늘었다고 답했다.

인맥이 중요한 이유 역시 ‘정서적 유대감’(27.8%)보다는 ‘이직이나 창업을 할 때 도움을 받고자’가 34.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인턴 네트워크는 이런 인식의 변화 속에서 20대 사회 초년생들 사이에 가장 경쟁력 있는 인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턴 인맥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의 ‘실력’을 알고 믿을 수 있다는 것. 최고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인턴에 뽑힌 데다 인턴 기간에 서로 과제를 놓고 머리를 맞댄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홍보대사 출신으로 LG화학에 다니는 이모(29) 씨는 “만약 회사에 자리가 생기면 인턴 동기를 추천할 것”이라며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함께 밤을 새워 본 경험을 통해 인턴 동기의 능력과 조직생활에서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김성수(경영학과) 교수는 “학연이나 지연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맺어진 네트워크가 아닌 반면 인턴 인맥은 업무 성과를 기반으로 한 질이 담보된 네트워크”라며 “그만큼 학연 지연보다 몇십 배 강력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인턴 인맥 관리는 ‘지식경영’의 출발

삼성전자 인턴 출신으로 이 회사에 입사한 임모(26) 씨는 현재 언론사와 은행, 통신회사 등에 취업한 인턴 동기 20여 명과 분기마다 한 번씩 모임을 연다.

임 씨는 “평생직장이 사라진 만큼 나중에 이직이나 창업을 할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모임에 꾸준히 참석한다”며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좋은 직장에서 일하는 인턴 동기들에게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더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인턴 인맥이 뜨는 이유는 변화된 기업 경영 환경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 기업의 최대 화두는 ‘지식경영’. 지식을 창출하고 공유, 관리하기 위해서는 인적 네트워크의 확산이 필수 과제다.

알아야 할 지식과 기술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한 사람이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다른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보완할 수밖에 없다는 것.

성균관대 차동옥(경영학부) 교수는 “20대는 다양한 분야에 취업한 인턴 친구들을 통해 네트워크를 쉽게 확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턴 네트워크를 선택이 아닌 필수 인맥으로 공고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자본’이란 관점에서도 인턴 인맥은 다른 인맥과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

서강대 김양민(경영학과) 교수는 “인턴 인맥은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대학시절 인턴 활동을 했던 이들이 경험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므로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가 어렵다”며 “이 점에서 언제라도 귀속될 수 있는 학연 지연과 그 의미와 가치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인턴 인맥이 ‘개방성’ ‘확산 가능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연세대 한준(사회학과) 교수는 “학연 지연 등 과거의 인맥은 폐쇄성이 강했던 데 반해 인턴 인맥은 학교나 지역, 성별을 떠나 자신의 노력과 성취를 통해 계속 확장해 갈 수 있는 인맥이기 때문에 과거 네트워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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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업들도 ‘인턴 인맥’ 가꾸기

     2007년 3월 3일 (토) 03:30   동아일보

 

●회사 홍보-인재 풀-경쟁사 정보 확보 ‘일석삼조’

‘인턴 인맥’은 당사자뿐 아니라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에도 중요한 이슈다.

인턴제가 처음 도입된 외환위기 당시만 해도 기업들의 인턴 운영 목적은 단순히 ‘좋은 인재를 싼값에 쓰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끈끈한 관계로 똘똘 뭉친 ‘인턴 사단’들이 회사 홍보와 향후 인재 추천 기용, 경쟁사 정보 확보 등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기업들의 판단.

실제 해외에 있는 이공계 대학생들을 상대로 4년째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LG텔레콤은 외국 대학으로 채용투어를 나갈 때마다 인턴 인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과거 인턴으로 활동했던 현지 대학생들은 현지 동향과 정보를 모아 주는가 하면 학교별 특성에 대해 설명해 주고 특정 학생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LG텔레콤 인사 관계자는 “해외에 퍼져 있는 과거 인턴들은 해외에서 LG를 전파하는 메신저이자 채용관 역할도 한다”며 “회사에 자리가 있으면 졸업 시기에 맞춰 먼저 연락을 하기도 하는 등 소중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턴이 내는 입소문은 회사 이미지를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많다. 대학생 사이에서 인턴 채용 경쟁률은 그 회사의 종합적인 인기도를 반영한다.

이처럼 인턴을 ‘써 보고 버리는 손님’이 아니라 회사 자산으로 보면서 일부 기업은 자사에 뿌리를 뒀던 인턴들의 맥이 계속 이어지도록 직접 나서고 있다.

2005년 여름방학부터 방학마다 50명씩 대학생 홍보대사를 뽑고 있는 신한은행은 한 기수가 끝날 때마다 이들에게 서울 중구에 있는 본점 회의실을 내주고 정기총회를 열도록 지원한다.

이 자리엔 이전 기수 홍보대사들까지 모두 초청돼 인턴 인맥을 다진다.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4차 총회에 모인 사람은 130여 명.

신한은행 관계자는 “몇 달간 공을 들인 인력이기 때문에 활동이 끝난 후에도 회사와 인연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의 몇몇 계열사 역시 인턴 모임 비용을 지원해 주는가 하면 이들이 모이는 자리에 멘터 역할을 했던 회사 선배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취업전문 포털사이트 신길자 홍보팀장은 “인턴 인맥은 학연이나 지연관계보다 개방적인 만큼 회사도 이들 덕분에 가치 높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특히 인력 채용 시 가장 어려운 지원자 거르기 과정에서 신뢰할 만한 인재를 소개받거나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