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퍼실리테이터는 누구일까
퍼실리테이션 케이스의 비밀창고, Facilitator
이영석 대표
글쓴이는 산업조직심리학박사이며 LG전선(현 LS전선) HR팀에 근무하였다. 현재는 ORP연구소 대표,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조직, 의료조직, 공공조직에서의 선발, 인적성 검사도구개발, AC구축, 조직문화변화, 팀활성화, 퍼실리테이팅, 리더십개발 등의 분야에서 컨설팅과 강의를 하고 있다. 미국 HAS(Hogan Assessment Systems)의 한국 Partner로 활동하고 있으며, Assessment & Development Center 개발, 긍정조직변화, Facilitation 모델개발에 주력 하고 있다.
경영환경은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업무의 복잡성 또한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과거 조직은 문화적 배경이나 가치관, 인종 등 에서 대체로 유사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졌으나, 글로벌화가 이루어지면서 현대 조직의 구성원들은 점차 다양하고 이질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로 인해 소수의 리더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만으로 의사결정을 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게 되었으며, 서로 다른 지식과 배경을 가진 여러 명의 구성원들이 팀을 이루어 스스로 과업을 완수하도록 도와주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러한 측면에서 퍼실리테이션 스킬은 리더와 구성원 모두에게 효과적인 의사결정 및 문제해결 도구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조직 변화관리의 새로운 도구로 등장한 퍼실리테이션의 역사 및 IAF 현황에서 시작하여 퍼실리테이션의 개념과 효과, 퍼실리테이션이 적절한 때와 그렇지 않은 때, 누가 퍼실리테이터를 맡을 것인지, 그리고 퍼실리테이션의 유형과 프로세스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퍼실리테이션의 역사 및 IAF의 현황
퍼실리테이션이라는 용어는 여러 환경적 변화들(참여형 관리자에 대한 필요성과 워크샵 및 상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는 미팅의 증가, 강의식 교육에서 실험 및 집단 학습 교육으로의 변화, 일대일 상담에서 집단 상담 기법으로의 변화 등)로 인해 20세기 후반부터 비즈니스, 교육, 치료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비즈니스 분야에서의 퍼실리테이션은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며, 주로 효과적 미팅 진행을 위해 도입되었다.
GE, HP, IBM, 듀폰 등과 같은 기업들에는 미팅에서 퍼실리테이션의 활용이 이미 일반화 되어 있으며, 관리자를 퍼실리테이터로 양성하기 위한 활동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1994년에는 퍼실리테이터들의 정보교환, 전문성 개발, 트렌드 분석 및 네트워킹을 위해 국제 퍼실리테이터 협회(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Facilitators: 이하 IAF)가 조직되었다. 이후 IAF는 꾸준히 성장하여 현재는 63개국에서 1500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IAF에 속한 퍼실리테이터들은 정부부처, 비영리기관, 교육, 기업 등의 조직에서 컨설턴트, 교사, 사내 퍼실리테이터, 협상 가, 조직 전문가, 코치 등의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퍼실리테이션과 퍼실리테이터의 의미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은 ‘(일을) 쉽게 하다, 혹은 (행동, 과정 등을) 촉진하다’는 뜻으로, 중립적인 위치에서 집단 활동 프로세스에 관여하여 팀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지원하는 행위를 말한다.
좁은 의미에서 퍼실리테이션은 ‘회의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활동’을 뜻하며, 이 때의 퍼실리테이터는 회의를 원활하게 운영하고 문제해결 및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퍼실리테이션은 ‘조직 내 혁신과제 등의 문제해결 과정을 촉진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때의 퍼실리테이터는 이러한 조직 내 다양한 문제해결 활동을 지원하는 촉진자의 역할을 한다.
퍼실리테이션과 퍼실리테이터의 의미는 운동경기에서의 심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심판은 경기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구성원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구성원들의 행동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비슷하게 퍼실리테이터는 구성원들의 토의 모습을 지켜보고 적절한 시점에서 개입하여 토의가 바람직한 프로세스를 따라 진행되도록 돕는다.
퍼실리테이션의 효과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미팅의 상당수는 오랜 시간을 들여 토의를 하더라도 미팅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달성하더라도 토의 도중에 발생하는 갈등으로 인하여 최선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비생산적이고 비효과적인 미팅으로 인해 조직은 엄청난 비용을 낭비하게 되며, 미팅의 효과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미팅에 참석하는 것 자체를 기피하게 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퍼실리테이터가 집단활동의 프로세스에 관여하여 팀의 활동을 촉진, 지원하게 되면 구성원들의 참여와 기여 수준을 높여서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즉, 퍼실리테이터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하며 구성원들간 충분한 토의를 통해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도우므로, 구성원들이 미팅에서 결정된 사항을 따르는 것은 물론이며 열정적으로 계획 수립에 참여하여 미팅의 효과성이 크게 높아진다.
퍼실리테이션이 필요한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퍼실리테이션은 다루어야 할 이슈가 매우 중요할 때,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없을 때, 해결책이 많은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필요로 할 때 요구된다. 그러나 관리자가 특정 방향의 해결책을 이미 가지고 있을 때, 특정 상황이나 관련 정보가 사람들이 이해하기에 너무 복잡하거나 비밀이 유지되어야 할 때, 사안이 긴급해서 충분한 논의를 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적절하지 않다.
누가 퍼실리테이터를 할 것인가?
조직에서 미팅을 할 때 누가 퍼실리테이터를 맡을 것인가에 대한 고려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부에서 퍼실리테이터를 영입할 수도 있지만 모든 회의에 매번 퍼실리테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내부의 리더나 구성원들에게 퍼실리테이션 스킬을 훈련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용할 수 있다. 외부 퍼실리테이터를 활용할 때와 리더, 혹은 구성원을 퍼실리테이터로 활용하는 것에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외부 퍼실리테이터는 모든 구성원들이 참석해야 하는 미팅이 열릴 때나, 큰 집단에서 복잡한 쟁점을 다루려고 할 때 활용될 수 있다. 외부 퍼실리테이터는 전문 퍼실리테이터로서 그 역량에 대해 신뢰할 수 있으며, 집단의 쟁점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으므로 중립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집단이나 조직에 대해 생소하기 때문에 기초 자료를 수집해야 하며,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라포(Rappot)를 형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리더가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맡으면, 집단 내부의 쟁점과 참석자들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으므로 초점을 두어야 할 점과 피해야 할 점을 잘 알아차릴 수 있으며, 어느 정도까지 위험부담을 해야 할지 잘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퍼실리테이터로서의 리더를 신임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의견개진을 주저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리더가 퍼실리테이션을 할 경우에는 미팅에서의 본인의 역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야 하며, 미팅의 시작에서 끝까지 중립을 지켜야 한다. 구성원이 퍼실리테이터를 할 때는 다른 구성원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으나, 리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퍼실리테이터로서 인정을 받아야 하며, 중립을 지키기가 어렵다는 점이 약점이 될 수 있다.
퍼실리테이션의 유형
퍼실리테이션은 퍼실리테이션 되는 항목에 따라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내용 퍼실리테이션(Content Facilitation)으로
미팅이나 토론에서 취급하는 현안, 논의되는 주제, 해결해야 할 문제들, 즉 토론에서 직접적으로 발언되는 내용을 퍼실리테이션 하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 유형인 프로세스 퍼실리테이션(Process Facilitation)은 안건이 어떤 방식으로 토론되는지를 다룬다.
즉, 프로세스를 퍼실리테이션 하는 것은 퍼실리테이터가 미팅의 방법이나 절차, 대화의 형식, 집단의 역학관계, 미팅 분위기를 조율하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미팅의 내용은 말을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지만, 프로세스는 그렇지 않으므로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며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
만약 퍼실리테이터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여 토론 결과에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한다면 퍼실리테이터가 내용을 퍼실리테이션 하는 것이다. 그러나 퍼실리테이터가 중립을 유지하면서 프로세스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끌어가는데 초점을 둔다면 프로세스를 퍼실리테이션 하는 것이다.
때에 따라 미팅 참가자들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퍼실리테이터가 인지했을 때, 그 사항에 대해 참가자들이 생각해보도록 권유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퍼실리테이터가 미팅 내용에 관여하는 것은 참가자들로 하여금 퍼실리테이터가 특정한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그 방향으로 미팅의 결과를 유도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할 수 있으므로 내용에 대한 개입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프로세스 퍼실리테이션은 과제를 퍼실리테이션 하는지 정서를 퍼실리테이션 하는지에 따라 다시 구분된다.
과제 프로세스 퍼실리테이션(Task Process Facilitation)은 문제해결 절차나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방법, 의사결정 과정, 회의 일정, 시간 배정과 같은 과제와 관련된 집단 활동을 퍼실리테이션 하는 것이다.
감정 프로세스 퍼실리테이션(Emotion Process Facilitation)은 참가자들의 사회 심리적 요인과 관련된 것으로, 구성원들의 미팅 참여 증진시키기, 의견에 대한 지지 및 격려, 비협조적인 참가자 다루기, 갈등 관리 등 의 활동이 포함된다.
내용 퍼실리테이션 프로세스 퍼실리테이션
무엇을 어떻게
토론 주제 방법과 절차
성취해야 할 과제 관계 유지 방법
해결해야 할 문제 사용 도구
이루어야 할 결정들 규칙 또는 규범
의제 항목들 집단의 역학관계
목표들 집단의 분위기
퍼실리테이션의 프로세스
일반적인 퍼실리테이션 미팅은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로 진행될 수 있다.
1) 질문하기: 퍼실리테이션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도구는 질문이다. 퍼실리테이터는 미팅 초기에 참가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참가자들이 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함으로써 미팅의 목적과 개인적 목표, 미팅에서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에 대해 분명히 할 수 있다. 또한 퍼실리테이터는 참가자들의 의도나 말한 내용이 명확하지 않을 때, 논의가 주제에서 벗어났거나, 참가자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에 대해 논의하지 않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질문을 할 수 있다.
2) 의제(협의 사항) 설정하기: 퍼실리테이터는 미팅의 목적에 따라 몇 가지 의제를 준비할 수 있다. 퍼실리테이터는 미팅의 주최자, 그리고 미팅 참가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자신이 준비한 의제가 적절한지 검토해야 한다.
3) 준비하기: 본격적인 미팅을 시작하기 전의 준비단계에서 퍼실 리테이터는 미팅의 목적, 미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 미팅에 참가할 사람, 논의될 이슈, 어떤 단계로 미팅이 진행될 것인지를 명확 히 정의한다.
4) 미팅 시작하기: 이 단계에서 퍼실리테이터는 참가자들에게 미팅의 목적과 미팅의 결과물에 대해 알리고, 미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 및 효과에 대해 상상하게 하여 참가자들의 참여 의욕을 고취시킨다. 또한 미팅에서 참가자들이 해야 될 역할의 중요성과 그들이 미팅에 참석하도록 선택된 이유, 주어진 권한에 대해 설명한다.
5) 초점 맞추기: 퍼실리테이터는 논의가 주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 혹은 새로운 날짜에 미팅이 시작되거나 긴 휴식시간이 지난 뒤 새롭게 미팅을 시작하려 할 때, 참가자들에게 미팅의 목적에 대해 재인식시키거나 논의의 진행상황을 파악하게 하여 참가자들이 주제에 집중하게 한다.
6) 기록하기: 퍼실리테이터는 논의의 흐름을 파악하고 참가자들에게 논의된 사항에 대해 피드백 해 주기 위해 중요한 내용을 기록해야 한다.
7) 정보 수집하기: 퍼실리테이터는 미팅을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방식의 질문을 던짐으로써 언급된 사항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고, 정보를 범주화하며,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을 도출하고, 해결방안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도록 하는 활동을 한다.
8) 역기능 관리하기: 미팅의 역기능은 참가자들이 미팅에 대한 불만을 무의식적, 혹은 의식적으로 표출하는 것으로 미팅에 늦거나 입을 다물고 있는 것에서 시작해서 다른 참가자들을 비난하거나 미팅 장소를 떠나는 것까지 다양하게 표현된다. 퍼실리테이터는 이러한 증상들을 초기에 파악해서 역기능의 증상별 대처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9) 합의 구축하기: 참가자들이 모두 지지하는 합의를 구축하기 위해서 퍼실리테이터는 적절한 의사결정 방법을 선택하여 합의를 도출하도록 한다. 만약 참가자들의 의견이 쉽게 수렴되지 않는다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원인에 따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법을 사용해야 한다.
10) 에너지 수준 높게 유지하기: 참가자들이 높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으면 주제에 대한 토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참가자들의 참여도가 높아진다. 또한 퍼실리테이터가 높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것 역시 참가자들에게 미팅에서 다루는 이슈가 중요하다고 느끼게 하여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퍼실리테이터는 자신과 참가자의 에너지 수준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에너지 수준이 낮아졌을 때 이를 높이기 위한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11) 미팅 종결하기: 미팅을 종결하기 전에 퍼실리테이터는 미팅 동안 논의된 의제와 결정된 사항, 참가자들의 목적이 달성되었는가에 대해 검토한다. 또한 미팅 활동을 통해 성취한 결과에 대해 평가하고, 공식적으로 미팅이 종결되었음을 알리며, 미팅 주최자에게 미팅 결과 및 보완점을 보고한다.
지금까지는 퍼실리테이션의 기초를 이해하기 위한 요소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 호에서는 퍼실리테이터의 다양한 역할과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역량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 흐름에서 [준비하기]와 [세션 시작하기], [초점 맞 추기], [기록하기], [정보 수집하기], [세션 종결하기]는 팀의 문제해결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과제 프로세스 퍼실리테이션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역기능 관리하기], [합의 구축하기], [에너지 수준 높게 유지하기]는 팀의 문제해결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서적인 문제를 다루는 감정 프로세스 퍼실리테이션과 관련된다.
이 밖에 [질문하기]는 모든 프로세스에 공통적으로 행해지는 활동이며, [의제 설정하기]는 미팅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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