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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반려동물에게도 한가위를 허하라 / 펫시터 필요...

by 아름다운비행 2012. 10. 4.

* 출처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4348

 

반려동물에게도 한가위를 허하라

한가위 같은 명절이 다가오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의 걱정이 깊어진다.

명절에 집을 비우는 동안 반려동물을 혼자 둬야 하기 때문이다.

‘펫시터’를 양성하고 인증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랑은 구속’. 임지용씨(30)가 요즘 실감하는 말이다. 15분 전부터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는 그였다. “택시비 줄게 타고 가. 맛있는 것도 사줄게. 얘가 아직 혼자 밤을 보내본 적이 없어서 그래.” 서울에서 제주도로 출장을 온 지 이제 하루. 임씨는 ‘용이’ 걱정에 좌불안석이었다. 강남구 신사동 집에 혼자 있는 고양이가 걱정돼 마포구 망원동에 사는 동생에게 저녁 시간에 가달라고 조르는 중이었다. 긴 설득 끝에 동생은 결국 승낙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식사권’이 주효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풍경이다. 임씨처럼 출장이나 휴가, 명절 등을 앞두고 장기간 집을 비우게 될 때 이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그의 고향은 대전이다. 서울역에서 KTX로 한 시간 거리. 이번 명절엔 용이를 데리고 갈 계획이다. 일반 가방에 넣어서 몰래 ‘반입’할 예정. 동승하려면 예방접종 증명서를 내야 하는데 번거로워 생략하려는 것. “아이가 워낙 겁이 많아서 왔다 갔다 하며 떨까봐 걱정이다.” 추위에 떠는 길고양이를 데려다 키운 지 1년. 추석을 앞둔 그는 다시 한번 실감했다. 과연, 사랑은 구속이다. 

2009년 9월 한 애견용품 업체가 마련한 ‘애견 테마 열차’ 행사 참석자들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열차에 타고 있다. ▶

   
ⓒ연합뉴스

동물보호단체들은 휴가철과 명절을 전후해 유기동물이 늘어난다고 말한다. 동물자유연대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보육센터에도 명절 연휴가 끝나면 입소하는 동물의 수가 늘어난다. 윤정임 국장은 “시골이나 본가로 내려가는데 집안 어른들이 동물이 오는 것을 싫어해서 맡길 곳을 찾다가 검증이 되지 않은 사람이나 시설에 맡겨 잃어버리게 되는 일이 많다”라고 말했다. 동해시 유기견보호소는 개를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명절이 두려울 지경이다. 작년에도 추석 연휴 3일 동안 20마리가 들어왔다. 잃어버린 건 몰라도 버린 건 확실히 알 수 있다. 여기저기 전봇대에 묶어놓고 간다.

사람 처지에서야 동물과 동행할 때 가장 마음이 놓인다. 코레일의 경우 광견병 예방접종 등 증명서를 지참하면 동행이 가능하다. 비행기는 항공사마다 대당 마릿수와 무게에 제한이 있지만 미리 예약을 하면 된다. 고속버스 역시 케이지(장)에 넣어 동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정과 현실은 자주 다르다. 혼자 개를 키우는 고태현씨(가명·33)는 지난 설, 고속버스에 개를 태우기로 결심했다가 탑승을 포기했다. 운전기사가 무작정 화물칸에 실으라고 한 것. 전전긍긍하며 무사히 귀향에 성공해도 문제는 남는다. 고향집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난색을 표할 땐 난감하다. 이종태씨(45)가 그 경우. “집안 어르신들이 아이와 개를 한데 키우는 자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개를 먼 데까지 데리고 다니는 문화 역시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보통 먹이와 물을 잔뜩 놓아두고 하루 이틀 자리를 비운다. 개가 영리해 먹이를 한 번에 다 먹지는 않지만 늘 걱정이 따라붙는다.


동물호텔은 추석 앞두고 예약 꽉 차

상황이 이렇다보니 명절을 앞두고 동물과 동행하는 대신 동물호텔과 펫시터를 찾는 이도 많다. 동물호텔의 경우 도심은 동물병원이나 동물카페 등에서, 도시 외곽은 좀 더 넓은 공간에서 동물훈련소의 형태로 운영된다. 반려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폐회로(CC)TV를 설치한 곳도 있다. 용산의 한 백화점 동물호텔은 스마트폰에서 앱을 다운받아 실시간으로 반려견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장에 가둬만 두는 게 아니라 스파, 훈련실, 놀이터 등 움직일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일일 이용료는 5kg 기준으로 일반실 2만원, 스위트룸 3만원이다. 서울 시내 동물호텔은 추석을 앞두고 대부분 예약이 찼다.

고양이 전용 호텔은 또 다르다. 고양이는 특성상 밖에 나가는 걸 꺼리기 때문에 쾌적한 실내를 마련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고양이 호텔은 방이 13개다. 장이 아니라 캣워커, 쿠션, 하우스, 웹카메라 등을 넣은 방으로, 하나당 한 반려인의 고양이가 사용할 수 있다. 이정민 대표는 “한 장소에 여러 마리를 넣으면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예민한 동물이라 사실상 방문해 돌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미국 시에선 펫시터 라이선스를 내주어 은퇴한 노인들이 주로 펫을 돌보는 일을 맡는다”라고 말했다.

펫시터(pet sitter)는 베이비시터가 아이를 돌보듯 동물을 돌봐주는 사람이다. 일반 가정집에서 하기 때문에 대개의 호텔처럼 장에 가둬두지 않는다. 애견·애묘 관련 카페에 가보면 펫시터를 모집하거나 광고하는 게시판이 따로 있다. 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한두 마리씩 더 돌보기도 하고, 명절 같은 휴일에만 반짝 하는 이들도 있다. 1박에 1만~2만원이다.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외국의 경우 빈집에 개를 반나절만 혼자 둬도 동물학대로 신고가 되기 때문에 데리고 다니거나 펫시터를 쓰는 일이 보편화되어 있다고 한다. 

◀ 서울의 한 백화점에 있는 동물호텔(위). 훈련실·놀이터 등 반려동물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아이파크백화점 제공


 

펫시터 김재선씨(56)는 은퇴하고 개를 돌보는 경우다. 경기도 한 아파트에서 7마리의 개를 돌보고 있다. 차로 픽업하기도 한다. 시작한 지는 1년. 때에 맞춰 먹이를 주고 산책을 시켜준다. 밥은 일괄적으로 주지만 볼일은 제멋대로라 그 뒤치다꺼리가 쉽지 않다. 그는 “동물병원은 전문적으로 하는 장점이 있는 대신 많은 애들을 키우다보니까 균이 많다. 그래서 피부병에 잘 걸린다”라고 말했다. 소수로 키우니 한 마리 한 마리 공을 들이게 된다는 것.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우리도 펫시터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전문적으로 양성하거나 인증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펫시터가 소홀한 사이 동물을 잃어버렸다든지 심지어 팔아버렸다는 끔찍한 증언도 나온다. 펫시터관리협회 같은 걸 만들어 라이선스를 주고 등록제를 실시하면 믿고 맡길 수 있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 여전히 동물과의 동행은 쉽지 않고 누군가에 맡기기는 더더욱 어렵다. 1년차 반려인 임지용씨는 고양이 한 마리를 더 입양하고 싶다고 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혼자 둘 땐 두 마리가 나을 것 같아서다. 마당 넓은 집을 꿈꾸게 된 것도 그 때문. 일단 이번 추석 때 KTX 동행을 무사히 마치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