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난방비 무서워서 온도 낮추고, 난방 밸브까지 잠그고 지내는 분들 많을 겁니다. 그런데 난방비 절약에 도움이 되던가요? 아닙니다. 거의 비슷합니다. 전국에 이런 아파트가 73만 가구가 되는데, 박세용 기자가 어떻게 된 일인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방화동의 59제곱미터 소형 아파트입니다.
난방밸브 3개 가운데 두 개를 잠그고 삽니다.
난방비가 무서워서입니다.
[아파트 주민 : 메인 밸브는 저렇게 거의 반 이상 닫았고 12월에. 작은방도 거의 안 쓰기 때문에, 반 정도 저희가 닫아놓은 상태거든요.]
그런데 지난달 지역난방비가 44만 원이나 나왔습니다.
난방비 아낀다고 밸브를 거의 다 잠그고 살았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원인은 유량계라고 불리는 난방수 계량기입니다.
밸브를 조절해 난방수 유입량을 따져봤습니다.
거실과 방 밸브 5개를 모두 열었을 때 흐르는 난방수는 1분에 9.8리터. 밸브 하나 당 2리터 정도가 흐릅니다.
이번엔 밸브 4개를 잠그고, 하나만 열었습니다. 열어 논 밸브로 1분에 7.8리터가 흐릅니다.
밸브를 5분의 1만 열었다고 난방수가 5분의 1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5분의 4가 흐르는 겁니다.
밸브를 잠그면 그만큼 수압과 유속이 빨라지기 때문입니다.
[이태원/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펌프가 보내주는 힘이 그 방 하나로 집중되기 때문에, 생각대로 나뉘지 않고 (배관 하나로) 상대 적으로 많은 양의 물이 흐르게 됩니다.]
밸브 한 개를 절반만 열어도, 1분에 7리터, 5개 모두 열었을 때의 70%가 흐릅니다.
메인 밸브를 잠가 아예 난방을 중단하지 않는 한 밸브를 어떻게 조작하든 난방비는 줄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를 모르는 주민들은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등유 난로까지 때고 있습니다.
[김소라/아파트 주민 : 난방비 20만 원, 30만 원씩 나와서. 그렇게 나오니까. 그 얘기 주변에서 많이 들으니까 (지역난방은) 안 하게 돼요.]
정부는 지난 1999년부터 10년 동안 난방수 유량계 시공을 한시적으로 허용했습니다.
이 10년 동안 새로 짓거나 수리를 한 아파트에는 가격이 싼 유량계를 설치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수도권에서만 최소 73만 가구가 유량계를 달면서 요금 불만이 터진 겁니다.
최근엔 실내 온도에 따라 밸브가 자동 조절돼 난방수 사용을 40%까지 절감할 수 있는 열량계가 나왔습니다.
우리 집 계량기가 유량계인지, 열량계인지 제품이 워낙 다양해 육안으로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유량계로 확인되면 최신 열량계로 빨리 바꿔야 난방비 요금 폭탄을 피할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 홍종수, 김태훈, 영상편집 : 김종우)
박세용chatmz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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