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미꽃이 노랗게 필 때,
소망을 가졌었징.
제발 하나라도 좋으니,
수세미 열매좀 맺게 해
달라고.
그래서 그 얼기설기 수세미로
그릇좀 반짝반짝 닦았음 좋겠다고.
내 기도를 들으신걸까.
차고 넘치게 주셨다.
그래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
먼저 들통에 소금을 넣고,
수세미를 푸욱 삶았다.
워낙 수세미껍질이
거북이 등처럼
딱딱해
웬만해서는 잘 안벗겨지는데,
소금을 넣으니 잘 벗겨지넹.
삶은 수세미를 꺼내 찬물에 헹군 뒤
푸른 껍질을 한겹 벗기고 나니,
영락없는 수세미가 쏙
나온다.
거칠거칠하고 단단한 섬유질이
정말 수세미 맞당.
조물조물해서 안에 들어있던 씨를
모두 빼내고,
빨래집게로 꼭꼭 집어
가을 햇살 아래 널어두었더니,
지나가는 바람에 흔들흔들.
수세미가 마르고
있다.
하얗게 완성되어가는
내 여름날의 소망 하나.
* 물푸레님의 블로그 '보물창고(http://blog.daum.net/jaunnyeong/4191924)' 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