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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직장인들 9] 호주 - 남편과 정육점 하다 은행원 돼
by 아름다운비행
2005. 8. 13.
2005년 7월 21일 (목) 11:49 미디어다음
‘남편과 정육점 하다 은행원 돼’, 호주
직장인의 삶 |
[세계의
직장인들 9-호주] 주부 재취업 ‘얼마든지’, 나이·성별 취업과 무관 “정육점서 다양한 소비자 만난 경험, 은행원 되는 데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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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다음 / 글, 사진 = 최용진 호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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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남쪽 애들레이드 시에 살고 있는 제인(여). 그의 아침은 호주의 여느 주부처럼 바쁘다.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막내 딸 에마와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남편 로버트의 도시락을 아침 일찍 챙겨줘야 하기 때문.
그가 따뜻했던 호주 다윈에서 비교적 쌀쌀한 이곳으로
이사를 온 지는 어느덧 12년. 하지만 한겨울에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은 그에게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새벽 5시 50분에
일어나 서둘러 도시락과 식사 준비를 마치면 보통 6시 30분. 그가 식사를 마치고 간단한 화장을 끝낸 뒤 집을 나서면 시계는 7시 30분을
가리킨다.
그가 출근하는 직장은 애들레이드 시내 킹 윌리엄 가에 있는 웨스트 팩 은행이다. 그는 이곳에서 올해로 10년째 은행원
생활을 하고 있다.
은행에서 일하기 전 제인은 남편과 함께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결혼 전 제인은 친척이 운영하던 광고회사에서
회계담당 직원으로 2~3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결혼 뒤 남편의 정육점 일을 돕던 중 그는 예전 직장생활이 그리워
은행원이 되고자 도전했다. 은행원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당시 직업소개소에 출퇴근 시간이 정확하고 퇴근시간이 가장 빠른 직업을 원한다고
말하니 은행원을 권했다”고 말했다.
제인은 이어 “당시에도 평범한 가정주부가 은행원이 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며 “오히려
정육점에서 다양한 소비자들을 만난 경험이 은행원이 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남편과 정육점 하다 은행원 돼…주부 재취업 ‘얼마든지’ “정육점서 다양한 소비자 만난 경험, 은행원 되는
데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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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제인이 자신이 일하는 직장 웨스트팩 은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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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출근할 때 버스를 이용한다. 자동차 기름 값이 70%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전에 없던 교통체증도 그가 버스를 이용하게 된
원인이다. 최근 애들레이드에는 대도시인 시드니나 맬버른에서 온 사람들과 이민자들이 많이 몰려 전에 없던 교통체증 현상이 빚어지곤
한다.
그의 집에서 시내 직장까지는 버스로 보통 40분가량 소요된다. 호주 은행원들의 출근 시간은 다른 직장인들보다 빠른 8시
30분이다. 퇴근 시간은 그만큼 빨라 4시 30분. ‘칼퇴근’이 엄격히 지켜진다고 한다. 제인은 특별한 사고가 없는 한 업무 시작 20분 전에
사무실에 도착해 그날 일과를 시작한다.
그는 현재 은행에서 텔러 A(은행 출납원 중 가장 높은 위치) 직책을 갖고 있다. 그가 회사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은행
문을 여는 9시 30분 전까지 오늘 하루 동안 필요한 돈을 금고에서 꺼내는 일. 그는 꺼낸 돈을 은행 앞에 있는 ATM 기계에 정해진 만큼 채워
넣는다.
그의 업무는 거의 휴식 없이 진행된다. 점심시간은 순번대로 바뀌는데 식사시간은 45분이다. 그의 점심 메뉴는 대부분 집에서
준비한 샌드위치 도시락. 기자가 찾아간 20일(현지시각)에는 공교롭게도 샌드위치 재료가 모자라 점심을 준비해오지 못했다고 한다. 딸과 남편
샌드위치를 먼저 챙기다 보니 정작 자신의 샌드위치는 챙기지 못한 것.
이런 날에는 근처 카페에 가서 간단한 케이크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으로 점심 식사를 간단히 해결한다고 한다. 점심을 먹는 동안 제인은 “오늘 퇴근하면 잊지 말고 찬거리와 도시락 재료를 사야겠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후 4시. 은행 업무는 끝났지만 퇴근시간까지 그의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요즘 호주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이자율
경쟁을 하며 고객 유치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하루하루 은행을 찾는 고객 숫자도 변화가 심하다는 것. 오늘은 유독 손님이 많은
날이었다고 한다.
출근 8시30분, 퇴근 4시30분…어김없는
‘칼퇴근’ 남편, 직장인 아내 적극 지원, 청소는 물론 식사 준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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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이 점심시간에 서둘러 식사를 하고 있다. 보통 은행원들의 점심시간은 4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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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가 일하는 은행의 경우 텔러 근무자는 앉아서 일할 수 있어서 덜 피곤하다는 점이다. 다른 은행의 경우 하루 종일 서서
업무를 봐야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호주 은행원에게도 마감 시간은 하루 중 가장 피가 마르는 시간이다. 고객의
돈을 직접 다루는 텔러의 경우에는 스트레스가 더욱 심하다.
들어오고 나간 돈의 액수가 맞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동료인 엘레나는 고객 돈 약 1만 호주달러를 잘못된 계좌에 넣는 바람에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난 경우도 있었다.
다행인지 오늘은
단 한 번의 ‘밸런스’(고객 돈의 입출금 확인)로 업무가 종결됐다. 4시 30분에 정확히 은행 문을 나선 제인은 잊지 않고 회사 근처 슈퍼에
장을 보러 들렀다. 몇 가지 식재료를 산 다음 그가 집에 돌아온 시간은 6시였다.
집에 도착하자 5시께 정육점 문을 닫은 남편
로버트가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편은 아내가 자기 일을 갖는 것을 적극 후원해줬다고 한다.
그는 집안 청소는 물론 저녁 식사
준비까지 꼼꼼히 챙기는 자상한 성격. 그가 오늘 준비한 저녁 메뉴는 ‘양고기 로스트 루이’였다. 그가 요리솜씨를 자랑하려 할 때면 꼭 선택하는
메뉴다.
저녁 식사는 보통 가족과 함께 먹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대학생인 첫째와 둘째 딸은 가끔 친구들과 외식을 하고 들어오기도
한다.
호주는 정부가 대학생들에게 생활비를 보조해주기 때문에 부모와 떨어져 사는 대학생이 많다. 하지만 제인의 딸들은 직장을 얻을
때가지 부모와 함께 살길 원하는 경우다.
가정주부 어머니는 은행 합격,
대학 나온 딸은 불합격 취업에 나이·성별 중요치 않아…“해당 분야 관련 경력이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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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이 4시 30분에 은행에서 퇴근한 뒤 집에 들어가기 전 장을 보고 있다. 이날 제인은 6시 정각에 집에
도착했다. |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제인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함께 그날 있었던 하루 일과를 애기하면서 TV 뉴스를 본다. 요즘 그는 호주 경제상황을
다루는 뉴스에 관심이 많다.
실업률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그의 큰 딸인 제시카가 아직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시카는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자신이 근무하는 은행에 입사지원을 했지만 실패했다.
제인은 “많은 사람들이 지금 호주 경제가
호황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느끼는 경제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다.
제시카 역시 “대학교에서 받은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은데도 갈수록 취업경쟁이 치열해져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예전만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애들레이드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둘째 딸 케터린도 졸업 이후에는 호주에서 자리를 잡기보다는 취업기회가 많은 다른 나라로 가고 싶어 한다. 그는 “자신이 다니는
학과 졸업생들 중 약 20%는 이미 영국으로 갔다”고 말했다.
호주는 은행원뿐만 아니라 다른 직종에서도 나이와 성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해당 분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력 여부가 취업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호주에서는 제인과 같은 많은 여성들이 직장과
가사업무를 병행한다.
이로 인해 직장에서 차별을 겪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제인처럼 은행에서 근무하는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더
많은 복지혜택을 누리는 편이다. 여성이 임신했을 경우 1년간 휴직할 수 있고 이중 12주 동안은 유급이다.
최근 호주 은행들은
대학을 갓 졸업한 여대생들보다 직장 경험이 있는 가정주부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그들의 다양한 경험이 고객들에게 더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계 이민자이자 두 아들을 키우는 가정주부 제니 메닝은 얼마 전 자신이 5년 전에 일하던 은행에 복직했다. 3년
전 육아 등의 문제로 일을 그만뒀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복직하게 된 것.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제인과 제시카의 사례다.
가정주부였던 어머니 제인은 전 직장 경험을 살려 은행에 비교적 쉽게 취업할 수 있었던 반면, 대학을 갓 졸업하고 어머니가 일하던 은행에서 일하고
싶었던 큰딸 제시카는 취업에 실패했다. 은행은 경험이 있는 제인이 은행에 더 필요한 존재로 여겼던
것이다.
잠들기 전 한 시간은 중국어 공부…정리해고 걱정도 “지금
생활에 만족, 가정은 나를 지탱해주는 힘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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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이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설거지를 하고 있다. 이날 저녁 식사는 남편이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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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뉴스 시청을 마친 제인은 잠들기 전에 한 시간씩 중국어 공부를 한다. 지난 1년 동안 제인은 아는 사람의 소개로 중국 이민자에게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덕분에 그의 중국어 실력은 웬만한 대화가 가능할 정도다.
그가 중국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최근 호주 은행에서
영어와 중국어에 능숙한 중국계 호주 이민자를 많이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규모르 진행되고 있는 정리해고 움직임도 그가 중국어를 배우게
된 주요 동기 중에 하나다.
주말이면 제인은 보통 지인들과 함께 바비큐 파티를 즐기며 보낸다. 집 근처에 살고 있는 남편 친인척들이
주로 모인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바비큐 고기는 마늘 가루를 뿌려 그대로 구운 양고기. 남편이 정육점을 운영하기 때문에 고기는 늘
최상품이다. 다이어트 걱정을 해야 할 정도.
제인은 지금 은행에서 일하며 가정을 꾸리고 있는 현재 생활에 대체로 만족한다고 한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 빌린 융자금(20만 호주달러)도 다 값아 한결 홀가분한 상황.
현재 그의 꿈은 소박하다. 그는 “식구들이 모두
건강하고 남편도 지금처럼 늘 가정에 충실하기만을 바란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처럼 한치 앞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모르는 세상에
평범하게 사는 것도 신의 축복”이라며 “내가 가꾼 바로 이 가정이야말로 지금의 나를 지탱해주는 힘의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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