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조선 Biz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6/2012071602193.html?related_all
[1] 목재 창호 외길 성남기업
"기능공들 섭섭지 않게…" 선친의 유훈 철저히 지켜 '우리 기술자가 최고' 자부심
국내 시장점유율 1위 고수, 美유학파 아들도 가업 이어
인천=박순찬 기자 ideach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1972년에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납품했던 문이에요. 누가 버린다고 하길래 얼른 가서 떼어왔죠. 보세요. 아직도 튼튼하죠?" 성남기업의 김강배(72) 회장이 회의실 한쪽의 빛바랜 하얀 목재 문(門)을 가리키며 말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아파트 열 집 중 한 집에는 성남기업의 문이 달려 있다"며 "그것이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성남기업은 1935년 창업, 77년간 '목재 창호(窓戶)' 외길만 달려온 중소기업이다. 일본에서 창호 기술을 배워 와 서울 이태원에 '성남목공'을 차린 고 김태옥 대표의 뒤를 이어 아들 김강배 회장이 1966년부터 가업(家業)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에서 실내 건축을 전공한 '유학파' 3대 김현준(38) 부사장도 최근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며 합류했다.
◇청와대·불국사에도 납품한 기술력
지난 13일 인천 석남동의 성남기업을 찾았다. 곳곳에 다양한 두께의 연갈색 나무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고, 나란히 줄지어 선 절단기에선 집성목(集成木)으로 만든 목재들이 성큼성큼 잘려나갔다. 절단기의 '위잉' 소음에 옆 사람 말소리조차 안 들릴 정도. "하루에 1000개의 나무문이 이곳에서 생산됩니다."(김현준 부사장)
- ▲ 지난 13일 성남기업의 김강배 회장(왼쪽)이 아들 김현준 부사장과 함께 목재문의 제조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김 회장은 “우직하게 장인 정신을 고집해온 것이 77년간 목재 창호 전문업체로 살아남은 비결”이라고 말했다. /인천=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성남기업은 청와대에도 목재 창호를 납품한다. 그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 청와대 신·개축 공사에 참여, 청와대 본관과 대통령 관저 등에 목재 창호를 단독으로 납품하기도 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경주 불국사에도 성남기업의 목재 창호가 들어가 있다. 5000억원 규모의 목재 창호 시장에서 성남기업은 300억~400억원대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며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회사의 장수(長壽) 비결을 물었다. 즉시 "사람을 아끼는 것"이라는 김 회장의 답이 돌아왔다.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선친이 생전에 입버릇처럼 말했던 '기능공들 섭섭지 않게 해줘야 한다'던 이야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했다. 현재 회사에는 30년 넘는 기술자가 9명 근무하고 있다. 그는 "우리 기술자가 외부로 스카우트된 적은 있어도 외부 기술자를 데려온 적은 없을 만큼 성남의 기술자는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인력난이 심각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를 잘 쓰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최고 수준의 기술자가 많은데도 빠듯한 납품가에 맞추기 위해 문제가 없을 만한 적당한 품질의 제품만을 만드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유학파 아들의 합류로 시작된 '3세 경영'
'유학파 아들'이 합류한 것은 10년 전인 2003년.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간 아들은 대학에서 실내 건축을 전공하고, 유명 리조트에 취직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1시에 퇴근하면서 최단 기간에 승진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미국 생활에 만족했지만 건강이 쇠약해진 아버지가 미국으로 날아와 건넨 말에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남의 돈 벌어주는 일 이제 그만 하고 돌아가자." 두 달 남짓 고민하던 아들은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생산·총무·자재·영업을 돌며 골고루 업무를 배운 아들이 제일 먼저 손에 잡은 일은 회사의 70년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었다. 2010년엔 한사코 마다하는 아버지를 설득, 자서전도 펴냈다. "아직 아버지한테 배울 게 많은데 행여나 돌아가시면 배울 수가 없잖아요. 직원들에게 기업 정신을 전파하는 교육 자료집으로도 쓸 생각입니다." 김 부사장은 화재에 견디는 '목재 방화문' 개발을 시작하고, 친환경 브랜드 '휴든(Huden)'을 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다.
'아버지에게 가장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아들은 "다들 쉬는 일요일에 혼자 공장에 나와 '누군가는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던 성실함을 본받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나의 길을 따라 걷겠다는 것 하나만으로 내 70년 인생에 대한 평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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