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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과 함께 - 토종 유전자원

미국으로부터의 한국토종유전자원 반환을 보며

by 아름다운비행 2007. 6. 18.

 

지난 수요일, 국내 보도기사중에는 짤막하게 언급되고 넘어간 기사거리가 하나 있었다.

 

『유전자원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토종 유전자원들이 국내로 반환됐습니다. 농촌진흥청은 미국 농업연구청과 한반도가 원산인 유전자원 반환식을 갖고 국내 토종유전자원들을 돌려받았습니다.
반환된 유전자원은 벼, 콩, 고추 등 34종 1,679점에 달합니다.

대부분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도중 미국으로 유출된 종자들로, 현재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토종유전자원 6,000여점 중 국내에는 없는 것들입니다.』

 

우리의 우수한 유전자원은 우리가 모르는 새에 많이도 외국으로 유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미국이 우리의 유전자원 반환요청에 응해준 것이고.

다른 외국들과도 우리의 유전자원 반환을 위해 협상을 한다는 소식은 만시지탄은 있지만 정말 잘한 일이다.

 

특히나 미국, EU 등 세계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거론되거나 진행되고 있는 요즈음,

국내 토종유전자원의 사수는 정말로 산업스파이 못지 않게 치열한 전쟁판이며,

우리가 모르는 새에 지금도 국내 토종유전자원이 외국으로 반출되어 나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국내 토종유전자원이 외국으로 유출되어 품종개량을 거쳐 다시 국내로 들여온 예로는 문외한인 내가 알기로도 미스킴 라일락, 베고니아, 수입 밀 등이 있다.

 

특히나 토종 우리 밀이 草長이 70~80cm인 작은 종자라서 "앉은뱅이 밀"이라 불리는데, 키가 작아 도복(到伏; 결실기 즈음하여 바람 등의 영향으로 재배작물이 쓰러져 결과적으로 수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에 강하여 잘 쓰러지지 않는 다는 것에 착안, 일본으로 유출된 후 미국에서 품종개량을 거쳐 지금은 전세계 밀재배면적의 1/4 정도가 이 개량종이 차지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은 농업계통의 분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는 사실.

 

지난 90년대말, IMF를 거치면서 흥농종묘, 중앙종묘 등 국내 종묘회사가 모두 외국자본의 손에 넘어가 우리는 지난 수십년 동안 쌓아온 우리의 기술과 우리의 종자를 고스란히 외국자본의 손에 넘겨버린 사실이 있다. 아무리 자금문제라고 하지만, 우리의 소중한 유전자원 관련 기술과 종자를 그대로 넘겨버린 사실은 가슴을 치고 통탄할 일이다.

 

우리나라 소고기가 최고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지만, 미국의 유명 농업대학중 하나인 Texas A&M 대학 농장에서 한우와 일본 고유의 품종인 화우를 기르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10여년 전쯤 국내취재진에 의해 보도된 바가 있고, 중국에서는 자기네들이 주식으로 하고 있는 장립종의 인디카 계열 쌀 외에 한국,일본에서 주식으로 하고 있는 자포니카계열의 쌀 재배면적을 늘리면서 한국과 일본의 쌀시장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일중 하나이다. 이미 국내의 다수확품종 쌀 여러 종류가 그 곳에서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국내의 야산이나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콩"이라 불리는 재래종 콩은, 열매크기가 아주 작아 쌀알 크기만한 열매를 맺지만 병충해에 강한 점이 최강점으로서 외국에서도 우리나라의 돌콩 유전자원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도 그리 새로운 사실이 아니며, 이미 상당수의 국가가 우리의 돌콩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식량자원 외에 국내의 산하를 누비며 우리의 토종 나무종자도 그 상당수가 외국으로 많이 유출되어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사이에 외국으로 유출되었던 많은 자원중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멸종된 유전자원도 많은데 이번에 반환되는 유전자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값어치를 가진 보물이라 할 것이다. 도한, 그런 소중한 자원을 우리에게 돌려주기로 한 미국의 농업 관계관들에게도 그 점에 있어서는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해야 할 일이다.

 

아래는 신문에 보도되었던 관련 기사.

 

 

 

12일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한반도 원산 유전자원 반환’ 행사에서 가비 미국 농업연구청(ARS) 유전자원교류실장(앞줄 왼쪽)이 김인식 농촌진흥청장에게 반환 약속한 34종 1,679점의 종자 중 일부를 직접 건네고 있다.

美농업연구청, 올해안으로 콩·녹두등 농작물 1,679점 전달

미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토종 종자가 되돌아온다. 콩·녹두·팥·수수·고추·참외 등 농작물 34종 1,679점이다. 지난 5월 4일 목화 1점을 시작으로 280점이 이미 반환됐고, 나머지도 올해 안에 돌아온다. 현재 이들 종자는 국내에서는 멸종됐다.

 

농촌진흥청은 12일 김인식 청장과 가비 미국 농업연구청(ARS) 유전자원교류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보유 한반도 원산 유전자원 반환'행사를 갖고 종자를 전달 받았다. 이번에 반환되는 종자는 우리나라에서 자생종·재래종으로 존재하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해외로 유출된 품종들이다.

 

농진청은 2002년 미국 농업연구청과 기술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해외협력연구실을 개설하는 등 긴밀한 협력의 결과로 2006년 11월에 유전자원 반환에 합의했다.

 

김인식 농진청장은 "어렵게 확보한 유전자원을 잘 활용해 우리 고유의 우수 품종 육성은 물론 신물질 개발을 적극 추진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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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개방보다 더 무서운 종자전쟁



종자는 농업의 근본이다. 현재 세계에서 연간 300억 달러(약 30조원) 규모의 종자가 유통되고 있다. 이 중 우리나라는 채소 종자시장 규모만 약 1500억원에 달한다. 이 시장을 놓고 이 시간에도 국가 간에 서로 누가 더 우수한 품종, 더 많은 유전자원을 확보하느냐 하는 총성 없는 씨앗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품종개발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본에서 사과 ‘후지’ 품종을 개발하는 데 29년, 국내 참외 품종 ‘금싸라기’를 만드는 데 17년, 영국의 이스트마링 회사와 마링밀턴 농장에서 육성된 사과 개발엔 반세기가 걸렸다.이런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2002년에 UPOV(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에 가입하여 단계적으로 식물신품종 보호 조치를 취해 나가고 있으나, 품종을 보호받으려면 2009년까지 등록해야 하고 2012년부터는 UPOV에 등록된 모든 품목에 대해서는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이에 사전 준비가 없을 경우, 원예농업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쌀 수입 개방보다 더 큰 재앙이 닥칠지도 모른다. 현재 외국 품종에 거의 의존하고 있는 한국 원예농업은 장미의 경우 독일의 코르데스사와 일본의 경성장미원이 수출 도시는 물론 이미 식재되어 있는 면적까지도 조사하여 높은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다. 딸기도 마찬가지로 재배면적의 85~90%가 일본 품종으로서 금년부터 지불해야 할 로열티는 10a당 30만원 수준으로 국가 전체적으로 수백억원대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IMF를 전후하여 중앙종묘, 흥농종묘 등 한국의 대표적인 종묘사들이 대거 다국적기업으로 넘어가 그동안 세계적인 육종학자인 우장춘 박사와 그의 제자들이 어려움 속에서 쌓아 올린 십자화과 과채류 육종기술의 금자탑은 무너져 채소종자 시장의 50% 이상을 잠식당했다. 현재 국산품종 점유율은 벼 87%, 딸기 8%, 장미 1%, 그 외 화훼류가 2~3% 내외이고 가장 소득이 높다는 파프리카의 경우는 제로 상태이다.말하자면 종자주권 상실은 물론 토종식물마저 우리의 무관심 속에 외국으로 대량 유출되어 많은 달러를 주고 역도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 종자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종자 개발에 국가 차원은 물론 지방정부가 앞장서서 자금, 시설, 기술, 인력지원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아울러 토종유전자를 잘 보전하고 육성, 우리 기후 풍토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는 모태로 삼아야 하고 체계적인 토종작물의 관리도 필요하다. 전문 농업인이 직접 품종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농업의 기초가 되는 종자의 자립자족 없이는 농가소득 보장은 물론 FTA시대도 헤쳐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최순용 경남 농산물원종장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