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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의 방법 - CCL

아름다운비행 2005. 12. 2. 10:34

 

'넷파라치'는 가라, 인터넷 정보공유의 자유지대 'CCL'

30일 열린 '창작을 위한 바람직한 공유' 포럼서
양질의 정보를 건전하게 이용하는 방법으로 'CCL' 제시돼

 

미디어다음 / 김준진 기자

2005년 12월 1일 (목) 15:38  미디어다음

 

올 초 개정 저작권법의 발효되면서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은 온라인 저작권 소송에 휩싸였다. 영화와 음악 파일의 불법 공유로 인한 잡음들은 옛 이야기가 되버렸다. 자신의 블로그와 미니홈피로 퍼담은 사진과 글귀를 비롯해 심지어 최근에는 무심코 퍼온 문구의 글꼴 때문에 다수의 네티즌이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모든 저작물에 적용되는 저작권법은 친고죄가 적용된다. 따라서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가진 자가 창작물을 퍼간 네티즌을 고소 하면 언제든 범죄가 성립된다. 이에 ‘정보공유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저작권법을 ‘다양한 정보의 공유’를 저해하는 악법이라고 비난한다. 반면 저작권을 옹호하는 음원단체나 일부 사진작가 등은 창작활동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유일하게 보호해주는 수단이라고 반박한다.

정보 공유와 저작권 보호라는 상반된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일반 네티즌들이 자유롭게 양질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정보 교류의 장인 인터넷에서 누구나 저작권 논쟁에 휘말리지 않고 양질의 정보를 건전하게 공유하고 재창조하기 위한 방법이 제시됐다.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이 그것이다. CCL은 저작권자의 저작권을 인정한다. 하지만 저작권자가 ‘원저작자표시’ ‘비영리이용’ 등 일정 조건을 달고 다수의 타인에게 자유로운 이용을 허용하는 방법도 제공한다.

이 같은 방식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온라인 저작권 분쟁에서도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업적인 것과 이용이 자유로운 일반 정보의 구분이 확실해져 정보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다양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까닭에서다.

30일 CC Korea가 주최하고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서울대 기술과법 센터가 후원한 포럼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참석해 ‘창작을 위한 바람직한 공유’에 대한 논의의 장이 펼쳐졌다.

 

 

CCL은 ‘저작물 이용 허락표시’이자 '표준약관'

CCL은 자신의 저작물을 다수의 타인이 자유롭게 이용하길 희망하는 저작자와 단체가 이를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는 일종의 ‘저작물 이용 허락표시’이자 ‘표준약관’이다.

이 라이선스는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권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불특정 다수의 이용을 허락한다는 특징이 있다. ‘내가 저작자이지만 마음대로 써라’는 식이다. 다만 여기에는 일정한 조건이 따른다. 조건은 ▲원저작자표시 ▲비영리이용 ▲원저작물 변경금지 ▲동일조건에서 이차적 저작물 허락 등이다.


CC Korea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는 CCL의 구성요소. 각 조건의 조합은 저작자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 실제 운용되는 라이선스는 '저작자표시' '저작자표시-비영리' '저작자표시-변경금지'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의 6종류.

조건의 조합은 저작자의 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들 조건 가운데 저작자가 자신이 원하는 조건들만 자신의 저작물에 붙이면 된다. 이는 독점적인 저작권 행사와 저작권을 완전히 포기하는 방법 사이에서 저작권자에게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포럼에 앞서 CCL의 설명을 맡은 이대희 인하대(법대) 교수는 “학계에 발표한 논문이 저작권자의 별다른 동의 없이 인터넷에서 3000~5000원에 팔리는 어이없는 상황을 겪었다”며 “차라리 CCL에 따라 간단한 조건을 표시하고 논문이 필요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음악과 사진, 영화 콘텐츠의 CCL 적용 해외 사례

이미 CCL 개념을 적용한 해외 사이트는 꽤 많은 편이다. 인터넷 전체로 보면 2005년 8월 기준으로 약 5300만 페이지와 200억 개가 넘는 콘텐츠에 CCL이 적용돼 있다.

음악 커뮤니티 사이트인 ccMixter(www.ccmixter.org)에는 CCL에 따라 이용허락이 된 곡들이 끊임없이 공유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공유가 허락된 곡들을 이용한 자유로운 샘플링과 리믹싱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음악 커뮤니티 사이트인 ccMixter(www.ccmixter.org)의 초기화면. 이곳에서 공유되는 음원들은 이용자들의 샘플링과 리믹싱에 의해 끊임 없이 재창조된다.

사진앨범 공유사이트인 Flickr(www.flickr.com/creativecommons)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150만여 명의 이용자가 가입해 총 6000만 장의 사진을 올려 놓았다. CCL를 적용할 수 있도록 메뉴도 따로 구성돼 있다.

인터넷 아카이브의 한 섹터(www.archive.org/details/opensource_movies)는 수백 편의 영화 필름을 공개하고 있다.

큰 규모의 TV방송국도 CCL에 동참했다. 미국의 메이저 방송사 PBS는 CCL을 적용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터넷 TV사이트 NerdTV(www.pbs.org/cringely/nerdtv)를 열었다. 이용자들은 이곳에 있는 콘텐츠들을 자유롭게 내려받고 복사할 수 있다.

최근 소리바다에 대한 법원 판결 이후 가수 캔디맨의 곡을 인터넷에 무료로 배포해 화제가 됐던 연예기획사 CEM 엔터테인먼트의 김원섭 대표이사는 “우리나라 음반시장에 대한 통계를 자세히 따져보면 침체된 것이 아니라 온라인 시장의 확대로 인해 오히려 소폭 성장했다”며 “오프라인 음반시장의 몰락을 네티즌들의 불법복제 탓으로만 돌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차라리 신보에서 타이틀 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은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공유하도록 해 음반시장의 저변확대를 꾀하는 것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CCL의 선구자 美 명문대 MIT

세계적인 명문대로 꼽히는 MIT는 지난 2000년 대학의 지적자산인 수업 내용을 앞으로 10년 동안 모두 공개하겠다는 취지를 밝혀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CCL을 라이선스 방법으로 채택한 OCW(OpenCourseWare) 인터넷 사이트가 그것. 실제로 MIT의 결단은 그대로 이어져 최근에는 70~80%에 이르는 교수들이 자신의 수업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MIT의 OCW에서는 강의요강과 함께 강의노트의 일부까지 무상으로 전 세계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 사이트를 이용하기 위해 따로 등록할 필요도 없다. CCL 라이센스에 따라 비영리적인 교육목적을 가질 경우 복제와 배포도 자유롭다.

일본에서는 올해 5월 도쿄대학과 와세다대학, 게이오대학, 교토대학, 오사카대학, 도쿄공업대학이 일본OCW연합회를 발족시켰다. 중국에서도 베이징대학을 비롯한 156개의 중국대학OCW가 추진 중이다.

김병일 인하대(법대) 교수는 “우리나라 대부분 대학은 수강신청을 한 학생만 이러닝(E-learning)에 참여할 수 있는 폐쇄적인 구조다”며 “각 대학이 CCL 개념을 적용해 강의 내용을 외부와 공유하는 것은 교수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자극이 되고 산학연구 등 대학과 바깥세상 사이의 교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털의 CCL 검색지원도 필요해


30일 CC Korea 주최로 열린 ‘창작을 위한 바람직한 공유’ 포럼에서 사회를 맡은 윤종수 서울 고등법원 판사가 NerdTV에 대해 청중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다음 김준진]
이날 사회를 맡은 윤종수 서울 고등법원 판사는 “바람직한 양질의 정보가 더욱 많이 인터넷을 통해 생산되고 유통되기 위해 CCL은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다”며 “CCL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는 국내 대형 포털업체들의 검색 기능 지원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국 인터넷 1·2위 업체인 구글과 야후는 고급검색 메뉴를 통해 CCL 검색을 지원하고 있다. 야후는 올해 3월부터 세부항목에서 CCL을 검색메뉴로 채택했다. 구글도 최근부터 검색 메뉴에서 이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어 윤판사는 “최근 온라인 저작권 시비가 크게 불거진 것은 저작권자와 이용자 네티즌들 모두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기 때문이다”며 “디지털시대에는 대부분 '복제'를 통해 콘텐츠를 이용하는데도 이용자들의 이해부족과 경직된 저작권체계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CCL의 확대를 통해 진정한 디지털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날 포럼은 CCL Korea 출범 원년을 기념해 열렸다. 그러나 앞으로 산재한 숙제들을 풀어나가고 CCL 개념이 일반인에게 성공적으로 퍼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CCL을 개인 블로그 등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CC Korea 홈페이지(www.creativecommons.or.kr) 에 있는 이용방법을 참고하면 된다. 인터넷 전체에서 CCL 적용 사이트는 CCL 홈페이지(www.creativecommons.org)에 소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