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동해’ 국제표기는 ‘한국해’로 써야
2005년 9월 11일 (일) 14:33 미디어다음
국내에선 ‘동해’ 국제표기는 ‘한국해’로 써야 |
중국 게임 '항해세기'에서도 '동해(East sea)' 대신 '한국해(Sea of Korea)로 표기 |
미디어다음 / 이돈수 한국해연구소장
중국은 동중국해(East China sea) 표기를 일본은 일본해(Sea of
Japan)라는 표기를 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국호가 빠진 단순표기인 ‘동해’는 주변국과 바다 영유권 분쟁에서 그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 어스에서 ‘동해’표기 논란 등 바다 표기 문제에 따른 동북아시아 국가 사이의 분쟁은 여전히
치열하게 현재형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근래 중국에서 개발한 게임 ‘항해세기’는 동해를 한국해라고 표기했다. 그 의미는 또 무엇일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바다표기 문제와 그 해답에 대해 고지도 수집을 통해 우리 영토와 바다표기 문제의 정당성을 찾고 있는
이돈수(39) 한국해연구소장의 의견을 들어본다. / 편집자 주
서양에서 동해(East sea)를 먼저
한국해(Sea of Korea)로 표기
구글의 위성사진 서비스인 구글 어스(Google Earth)는 최근
‘일본해(동해)’의 표기를 ‘동해(일본해)’로 수정하였다가 10여일 만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 병기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동해 표기도 옳지만 병기를 해야 한다면 동해보다 한국해(Sea of Korea)로 표기하자는 주장을
많이 표출했다.
또 최근 중국에서 개발한 게임인 ‘항해세기’에서는 독도와 동해를 각각 '독도(dokdo)', '한국해(Sea of
Korea)'로 표기, 동해에 대한 중국의 새로운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게임 속 바다표기가 정확한 역사적 바탕 위에 정해진 것이 아니었더라도
일본해가 압도적으로 쓰이고 있는 상황에 우리 국가명을 포함한 명칭을 택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같은 사실들은 지금껏
한국해 표기를 주장한 필자의 입장에서는 기쁜 소식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국해 표기 주장을 단순히 ‘동해를 한국해로 바꾸자’는 주장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의 핵심은 국내의 동해 표기와 사용은 그대로 하되 국제 표준 명칭으로 세계인이 사용하는 지도에 “Sea of
Korea”로 표기하자는 것이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이 우려하듯 애국가를 바꾸어 부를 필요도 없고 국내에서 동해의 명칭을 한국해로 바꾸어 사용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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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연구원의 웹페이지에 국제홍보를 위해 영어로 제작된 한국해역종합해양환경도(http://www.kordi.re.kr/atlas/atlas.htm)에 정체 없는 ‘THE SOUTHWEST THE EAST SEA’로 표기한 동해는 상식으론 이해되지 않는다.[자료=한국해연구소] |
동해(East Sea) 표기 주장이 정부의 지원과 관심 속에서 진행돼 왔다면 한국해 표기 주장은 한 개인의 목소리에서 시작되었다. 동해(East Sea) 표기의 등장이 우리의 대외활동과 요구에 근거한 것이라면 한국해(Sea of Korea) 표기는 외국에서의 자발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04년 9월엔 유엔지명전문가회의(UNGEGN) 지명위원회 나프텔리 캐드먼 위원장이 `한국해'와 `일본해' 병행 표기를 지지했다. 이스라엘 최대 지도 제작사인 예브니 퍼블리 싱 하우스도 현재 발행하는 세계지도에 `한국해'(Yam Korea. Sea of Korea)를 `일본 해'(Yam Japan. Sea of Japan)와 함께 표기했다. 지명위원회 소속 슬로베니아 위원도 `한국해' 표기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했다는 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동해(East Sea) 표기를 주장하는 학계에선 이러한 외국에서의 자발적 한국해 표기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 이유는 ‘한국해’ 명칭이 서양고지도에서 많이 사용됐지만 이는 외국인들이 과거 일정기간 동해 수역에 편의적으로 사용한 외래지명’(Exonyms)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외래지명인 ‘한국해’가 역사 이래 고유한 동해 명칭을 대치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 점에 대해선 일부 공감의 여지가 있다. 국내표준명칭은 여전히 동해가 돼야 한다. 그러나 대외적인 국제표준명칭에 있어서 한국해(Sea of Korea)의 표기 주장은 동해(East Sea) 표기 주장보다 더 논리적이라는 점과 외래지명이라는 제약을 넘어서 존재하는 역사성과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외래명칭 ‘황해’는 되고 ‘한국해’는 안
된다?
중국 사대주의 산물 ‘황해’ 일제 강점기 잔재 ‘쓰시마 해협’
외래지명의 관점에서 우리의 바다표기를 살펴보면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는 역사성
있는 고유 바다 명칭의 사용보다 외래지명 표기의 사용에 더 관대하다. 국립지리원과 국립해양조사원 등의 국가 기관 등에서 사용하는 공식적인 국내
표준명칭은 황해, 대한해협, 남해, 동해이다. 이 가운데 황해, 대한해협이 외래명칭이기 때문이다.
국립해양조사원(http://www.nori.go.kr/)에서 만든 해양용어사전에는 외래명칭인 황해와 대한해협은 등록돼 있지만,
남해와 서해는 오히려 등록 조차 안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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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표준 명칭에 나타난 대한해협 표기. (사진 왼쪽) 국제 표준 명칭에 나타난 대한해협 표기. 쓰시마해협은 원래 존재하지도 않았다.[자료=한국해연구소] |
만약 우리나라의 바다 표준명칭에 대한 문제가 대입시험에 출제된다면 서해를 표기한 학생의 답은 틀린 답이다. 일상에서는
'서해안시대', '서해안개발', ‘서해교전’, 기상청 일기 예보 등에 ‘서해’를 더 자주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 표준명칭으로는 외래명칭인
‘황해’에 밀려 인정 받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서해를 공식 명칭으로 인식해 왔던 일반인들의 상식과도 확연히 배치된다.
또 국제표준명칭으로 서양에서 유래하고 우리가 수용한 ‘대한해협’의 경우에는 엄연한 대한해협 표기 해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쓰시마 해협을 병기, 일본의 해역으로 인정하고 있다. 나아가 요근래에는 쓰시마해협이 대한해협보다 더 많은 영역을 차지 하면서 주객이 전도된
모양새로 우리지도에 나타난다. 이는 일본교과서나 지도를 검증 없이 도용한 일제시대식민교육의 잔영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바다 표준 명칭은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적 관점(황해)과 일제시대의 식민교육의 잔영(쓰시마해협)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동해바다 명칭의 변경 주장에 앞서 지금 국내 표준 바다명칭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가능하다면
국내표준명칭으로서의 ‘황해’를 ‘서해’로 대체하는 방안과 ‘대한해협’의 자리에 우리 스스로 내어준 ‘쓰시마해협’ 표기 삭제를 신중하게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 게임 항해세기는 왜
한국해(Sea of korea) 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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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중국지도출판사가 발행한 “간명중국역사지도집”에 황해, 동해, 남해, 일본해로 표기된 중국의 표준 바다 지명.(사진 왼쪽) 중국지도출판사의 2004년 3월년 제작한 중-영판 '중화인민공화국지도'. 중국 표준 바다지명과 지명과 영어로된 국제표준지명. 동해는 동중국해(East China Sea)로 남해는 남중국해(South China Sea)로 표기했다.[자료=한국해연구소] |
최근 고조되고 있는 중국에서 반일감정의 표출이자 비공식적 표기이지만 동북공정으로 우리의 심기를 건드린 중국이 만든 게임에서 한국해 표기가 등장한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그런데 왜 동해가 아닌 한국해 표기가 “항해세기”의 지도에 나타났을까.
이는 중국이 바다 명칭을 국내적 표준명칭과 국제적 표준명칭을 구별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중국의 바다명칭을 국제표준명칭에 따라 동중국해, 남중국해로 알고 있지만 중국의 국내표준명칭은 우리와 같은 동해(東海)와 남해(南海)이다. 즉 중국인들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각각 동해와 남해로 부른다는 것이다. 여기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는 중국인에게 외래명칭이다.
서양에서도 중국이 역사적으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동해와 남해로 사용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인식은 18초에서 19세기 말엽까지 제작된 서양고지도에 잘 나타난다. 그렇다면 왜 중국의 동해와 남해는 국제지명으로 표준화되지 못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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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M.Hass)의 1739년 ‘아시아지도’ 큰 글자로 Tong Hai의 표기하고 있다.(사진 맨 왼쪽) 바르토로메(J.Bartholomew)의 1864년 ‘아시아지도’ 불어식 ‘청해 또는 동해’의 표기와 중국발음의 동해를 (Tong Hai) 괄호안에 표기하고 있다.(사진 가운데) 피터만 (Petermann)의 1870년 ‘아시아지도’, 동중국해의 독일어 표기와 Tung Hai의 표기가 보인다.[자료=한국해연구소] |
국제수로기구의 해양지명의 표준화는 국제적인 항해의 안전성 확보라는 측면을 무엇 보다 중요 시 해왔다. 이를 위해서도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지도와 출판물들을 제작, 보급해왔다. 이에 국제기구들은 각 나라의 역사성에 앞서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표준명칭의 명료함이 더욱 절실했다.
중국의 동해와 남해는 이런 점에서 문제가 있었고 국제사회는 지도제작 목적에 맞게 두 바다의 이름에 중국이란 국호를 넣어 표준명칭으로 구체화시켰다. 중국 역시 이 명칭을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수용, 이를 사용하고 있다.
단어의 의미적인 차원에서 접근해봐도 우리가 주장하는 동해(East Sea)는 동중국해(East China Sea)보다 더 포괄적이고 큰 바다를 의미하게 된다. 이 점에서 만약 우리의 동해(East Sea) 표기 주장을 국제사회가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중국과 새로운 분쟁 소지를 안게 된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국제 표준명칭에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이제는 우리도 동해 표기에 있어서 국내적 표준 명칭과 국제적 표준명칭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또 어떤 명칭이 국익을 대변할 수 있는 국제표준화 명칭으로 적합한 명칭인지 재검토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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