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모습

M&A의 극명한 사례 - 브릿지증권

아름다운비행 2005. 5. 2. 11:04

 


미디어다음   2005.5.2(월)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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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하듯 기업 사냥”
고삐풀린 외국자본의 실태
미디어다음 / 심규진 기자
은행의 변신, 이대로는 안 된다
· 외국자본에 넘어간 은행의 변신
· 외국 따라가기 급급한 선진금융기법,"쌩뚱맞다"
· 신용평가 안 하나 못 하나?
· 방카슈랑스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 “부동산 투기하듯 기업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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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반토막 난 브릿지증권 사례로 본 외국자본의 문제
외국자본 요구에 맞춰진 관련 법들 법적으로 규제할 수단 없어
지난달 28일 서울시 중구 브릿지증권 노조 사무실. 리딩증권과의 합병을 저지하려는 노조원들의 철야 농성이 3일째 이어지고 있었다. 자본금 4500억원 규모에 8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형증권사였던 브릿지증권은 3년이 지난 지금 자기자본금 2000억원에 직원 200여명으로 규모가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유상감자, 고배당 등으로 대주주가 회사의 자본금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11년차 증권맨인 브릿짓증권노조 강승균 지부장은 썰렁해진 사무실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그는 “노조가 무조건 인수 합병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기업을 운영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자기 돈을 투자해 인수 하라는 것이지, 지금처럼 브릿지증권을 청산하는 방식의 인수 합병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브릿지증권이 리딩증권을 인수 합병하면서 회사의 자본금이 절반 이상 또 줄어들게 됐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2003년 당시 자본금 4500억원이었던 브릿지증권은 700억원 규모의 미니 증권사로 전락하게 된다.

브릿지증권과 리딩증권이 인수합병을 통해 브릿지증권을 사실상 청산으로 몰아넣은 과정을 살펴보면 적대적 인수 합병에 이용되는 수단들이 총동원됐음을 알 수 있다. 어떤 과정을 통해 리딩증권이 계약금 20억원으로 자신 규모 2000억원의 대형 증권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는지 살펴보자.


브릿지증권 대주주인 BHI는 리딩증권에 브릿지증권 지분(86.86%)을 넘기는 대가로, 20억원의 계약금과 나머지 잔금 1290억원에 대한 약속 어음을 받았다. 그 후 브릿지증권과 리딩증권은 합병해 브릿지증권이 존속법인으로 리딩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인수했다. 리딩증권의 부채 1290억원을 합병사인 브릿지증권의 자산(채권, CB, BW, 현금 등)을 처분해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BIH에 지급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BIH는 매각 대금을 리딩증권이 아닌 브릿지증권에서 받게 된 것이다.

리딩증권과 브릿지증권의 합병 비율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본금 2000억원 규모의 브릿지증권과 200억원 규모의 리딩증권의 합병비율이 1대 0.519였던 것.

금감위가 이 같은 계약 내용을 승인하면 BIH는 1300억원의 자본을 유출해 국내 시장을 떠날 수 있고 리딩증권은 계약금 20억원 외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브릿지증권의 대주주가 된다. 결과적으로 브릿지증권 소액주주들의 이득은 사라진 대신 리딩증권의 주식은 2배 이상 고평가 되는 것이다. BHI와 리딩증권에게는 손해가 전혀 없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거래인 셈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종남 사무국장은 “BHI와 리딩증권의 이 같은 인수 합병은 사실상 기업 사냥이나 다름없다”며 금감위가 이런 식의 기업 사냥을 방치하면 우리 나라 어떤 기업도 적대적 인수 합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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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감시센터 ”심각한 모럴해저드 보인 기업사냥”
사모펀드들 “법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지난 2003년 BHI가 브릿지 증권을 인수 합병 한 후 벌인 행각은 미국에서 7,80년대 유행하던 적대적 인수 합병의 결정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90년대 초반 공전의 히트를 쳤던 영화 ‘프리티 우먼’의 리차드 기어를 기억하는가. 영화에서 리차드 기어의 직업은 적대적 인수합병을 일삼는 기업 사냥꾼. 그는 자산이 탄탄한 제조업체를 인수해 갈기 갈기 조각을 내 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그에게 기업을 뺏기게 된 기업 사장은 3 가지 이유를 들면서 호소한다. “나에게는 기업을 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기업이 산산조각이 나면 직원들은 어떻게 하느냐, 그리고 지역 경제는 어떻게 하느냐”는 것. 냉정한 리처드 기어의 대답은 간단하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상 청산에 가까운 인수 합병을 시도하는 브릿지 증권의 현재 모습은 이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하다. 지난 3 년간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BIH는 유상감자, 자사주 매입, 주식 고배당 등의 수단을 동원해 브릿지 증권의 자본금의 절반을 국외로 유출시켰다.

주각 조작 혐의, 진승현 게이트 연루 등 BIH의 대주주인 짐 멜론 회장의 전력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짐 멜론이 회장으로 있는 BIH는 98년 대유증권 인수 후 70%의 고배당으로 자본금 240억원을 회수했다. 2002년 일은증권과 대유 증권 합병 후에는 소액주주 스퀴즈 아웃(소액주주 주식을 자사주로 매입)으로 20억원의 자본금이 감소했다. 2003년과 2004년 사이 유출된 자본금만 2300억원이 넘는다.

이 같은 리딩증권의 LBO 매각 방식은 기업의 자신을 담보로 차입금을 받아 현금없이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브릿지증권의 경우 리딩증권의 브릿지 증권의 자본금으로 대주주인 BIH에게 지분을 넘겨 받는 방식이다. 즉 브릿지증권은 리딩증권에게 지분을 넘기면서 리딩증권이 아닌 브릿지증권에 1300억원의 주식 매각 대금을 받게 되고, 리딩증권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브릿지증권의 주인이 된 것이다.

대주주 마음대로 유상감자나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자본금을 유출한 것은 경영진이 대주주의 꼭두각지로 전략했기 때문이라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합병증권사 출범 이후 대표이사는 7 차례나 교체됐다.

김필수 노조부지부장은 “BHI는 경영진이 유상감자 등 자본유출에 반대할 때마다 수 차례 해고 조치를 했다”며 “현재의 이사진은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한 배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소송을 진행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딩증권 “토종증권사 만들어 중소기업에 투자하겠다”
[사진=브릿지증권노조 제공]
결과적으로 투기자본의 해결사 노릇을 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리딩증권 측은 이 같은 의혹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리딩증권 김면구 홍보이사는 “리딩증권과 브릿지증권은 합병 후 순수 국내 자본의 투자은행으로 거듭될 것”이라며 “합병 비율에 따라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본다는 것도 노조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브릿지-리딩의 합병 비율과 주식매수 청구가격은 관련 법규와 합리적인 평가를 거쳐 적법하게 산정된 것이며 합병으로 인해 소액주주는 자산 가치 및 수익 가치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주장.

김 이사는 또 “리딩증권은 브릿지증권 인수 후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 및 벤처 기업들을 대상으로 선진금융서비스를 할 것”이라며 “BHI는 매각보다 청산을 원하고 있는데 리딩증권이 브릿지증권을 합병함으로써 240억원의 추가 자본 유출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단기 외국 자본의 특징
고배당, 유상감자로 만기되면 투자금 회수해 역외 유출
부동산 투기하듯 기업 사냥
이처럼 유상감자와 고배당을 통한 자본 유출, 단기 차익을 노린 청산 시도는 외국 자본에 의해 지배된 금융 기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점들이다.

홍콩계 투자 펀드인 파머펀드가 대주주인 메리츠증권은 2002년도 주주 배당액으로 50억원을 지급했다. 당기 순이익은 3억 5000만원으로 배당액이 이익금의 14배를 넘었다. 한 마디로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다.

브릿지증권의 경우 경영진이 유상감자를 결정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본금을 주주들이 가져갔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식을 현금으로 바꾸면서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전체 주식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식 지분율은 변동없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돈도 벌고 경영권도 갖고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성공회대 유철규 교수(경제학과)는 “사모 펀드들은 3년에서 10년의 단기 투자를 해 매매차익을 노리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유상감자 등으로 자본 철수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유 교수는 또 “브릿지 증권과 같은 LBO 방식의 적대적 인수 합병은 이미 미국에서 그 폐해가 심각하게 드러나 방어 장치들이 마련돼있다”며 “IMF 당시 외국자본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한국은 사모 펀드의 사냥터”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들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가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도덕적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사모펀드들이 만기 후 자본금을 대거 빼나가는 것은 분명 ‘도적적해이’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조세피난처에 법인 만들고 세금 한 푼 안 내
외국인들 세금 없는 ‘대박 행진 계속되나
뿐만 아니라 투기성 외국자본들은 조세피난처(tax heaven)에 유령회사(paper company)를 만들어 막대한 단기 차익을 올리고도 세금을 한 푼 내지 않는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격언이 사모펀드들의 ‘대박’ 앞에서 무색해지는 것이다.

외국계 펀드들은 우리나라가 국제조세협약(이중과세방지협약)에 가입되어 있어 외국계 펀드 에 대한 과세가 어렵다는 점을 노리고 있다. BIH룰 비롯해 제일은행을 인수해 5년 만에 되 팔아 1조1500억원의 양도차익을 거둔 뉴브리지캐피탈, 스타타워 주식을 매각한 론스타 등 이 모두 조세피난처에 법인이 등록돼 있다. 이들 자본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실시 됐지만 정말 세금을 매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다.

기간산업인 은행까지 일개 사모펀드의 손아귀에 들어갈 정도로 외환위기 이후 우리 나라는 투기 자본의 천국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일은행의 경우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있는 KFB Newbridge Lmited가 대주주였고, 한미은행의 대주주 KAI도 라부안에 있는 유령회사 였다. 실체도 없는 유령회사가 은행업을 허가 받고 기업들에게 고배당을 요구하는 등 막대한 단기 차익을 올린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용기 박사는 “최근 일부 언론의 추적에 의해 칼라일펀드에 싱가포르 투자청이 참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외국 정부가 다른 나라 시중 은행의 지분을 갖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기 투자 아닌 단기 차익 노리는 행태, 외국자본에 한 수 배운 국내 자본들?
이처럼 유상감자와 고배당으로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태는 비단 외국자본의 문제만이 아닌 국내자본의 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인터넷 종량제 논란도 사실 주주우선주의가 깔려있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관측이다. KT가 민영화되면서 49% 지분이 민간에게 개방됐고, KT 경영진은 주주들로부터 배당금을 늘리고 요금 체계를 바꾸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가치를 고려하기 보다는 주주들의 단기 수익에만 집중하는 부작용이 국내 자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배경율 상명대 교수(컴퓨터공학과)는 “캘리포니아가 몇 해전 전력난에 시달린 것은 국가가 투자를 하지 않고 손익 계산만 하는 바람에 기간망이 구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주주들의 단기 수익을 위한 인터넷 종량제가 그런 상황을 부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유철규 교수(경제학과)는 “인터넷 종량제는 결국 회사의 자본금이 아닌 고객으로부터의 수익금으로 설비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내자본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술 투자를 하고 기업의 미래 가치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인 이익에만 급급한 외국자본의 행태를 닮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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