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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작심비판 "文외교, 사람·절차·정책 없는 트럼프 닮았다"

아름다운비행 2021. 1. 28. 12:39

o 출처 : 중앙일보 news.joins.com/article/23980295

 

한승주 작심비판 "文외교, 사람·절차·정책 없는 트럼프 닮았다"

중앙일보 / 전수진 기자 / 입력 2021.01.28 05:01

 

한승주 전 외무장관이 27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 전 장관은 고려대 명예교수이자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이다. 김경록 기자

 

“한국에 외교가 있는가.”


한승주(81) 전 외무부 장관이 현재 한국에 던지는 화두다. 한국 외교의 원로인 그가 28일 자로 출간한 책 제목이기도 하다. 그가 직접 단 제목이다. 한 전 장관은 2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 외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3무(無) 외교’와 닮았다”며 “외교의 부재(不在)를 설명하고 해결책을 강구하고자 책을 냈다”고 말했다. “평생의 마지막 책이라고 생각하고 썼다”고 했다.

 

한승주 전 장관, 작심 비판 인터뷰
"바이든, 실속없는 북미회담 않을 것"
"문재인 정부, 급할수록 돌아가야"


‘3무 외교’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2019년 1월 28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따왔다.

당시 블링컨은 “트럼프 외교엔 사람도 절차도 정책도 없다”고 비판했다. 한 전 장관은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한국 외교엔 사람ㆍ절차ㆍ정책은 없는데 코드는 있으니 ‘3무1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익을 위한 외교에선 몇 수 앞을 내다보는 게 중요한데 우리 외교에선 감정 또는 (국내) 정치가 앞서니 바로 다음 수도 안 보인다”며 “대북 관계 개선이라는 우선적 목표 때문에 다른 주요 정책이며 전략적 사고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27일 통화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는 게 한 전 장관의 판단이다.

동맹국 미국의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과 통화 이전에, 미국과 긴장 관계인 중국 지도자와 통화를 먼저 함으로써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서다. 그는 “외교에선 상징성이 핵심인데, 꼭 (시 주석과 통화를) 먼저 해야 했느냐는 질문이 생긴다”며 “정상적이고 센스가 있는 정부라면 그렇게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큰 의미가 없이 생각이 못 미쳐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만약 의도를 갖고 그랬다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2013년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전 장관의 비판은 현 정부에만 그치지 않았다. 과거 정부에 대한 비판도 숨기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말 독도 깜짝 방문과, 일왕에 대해 방한과 관련해 사과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것을 지적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문) 바이든 시대 한ㆍ미 관계 전략에 대한 조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ㆍ미동맹이 애초부터 양국 모두에 필요하고 유리해서 맺어진 동맹이라는 점을 이해 못 했다. 바이든 정부는 다르다. 블링컨 국무장관부터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모두 한국을 잘 알고 한반도 문제를 다룬 경험도 풍부하다. 한ㆍ미 관계의 건전한 발전에 좋은 기회가 왔다. 다만 한국이 남북 관계에 치중하여 한ㆍ미 관계를 소홀히 한다면 역으로 더 소원해질 수 있다. 임기 말이 되어가니 급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조급함을 그대로 표출할 경우 따르는 문제점을 잊어선 안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새겨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 외교부 수장을 맡게 될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조언한다면.

 

“내가 장관 때 국장을 했던 분으로, 경험이 풍부하고 박식하다. 임기 말 외교 마무리를 잘 지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외교부에서의 경험이 통상에 집중되어 있기는 하지만 경험이 많은 분이니 앞으로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문)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한 평가는.

 

“모든 부처가 그렇지만 특히 외교부의 존재감은 첫째는 청와대, 즉 대통령이 얼마나 큰 재량을 주는가, 그리고 둘째는 외교부 스스로가 어떻게 하는가에 달렸다. 나는 그런 면에서 상당히 행운이었다. 외교부 경력이 별로 없는데 김영삼 대통령이 내게 힘을 실어줬다.

 

강 장관의 경우는 두 가지 요인 모두에서 불리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어가 유창하니) 외국과의 소통은 훌륭했으나, 강 장관이 처한 환경에선 아마 누가 장관을 했더라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강 장관이 존재를 주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선 편안한 부분이 있었을 거라 본다.”

 

 

문) 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싱가포르 (북ㆍ미)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실속 없는 북ㆍ미 회담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싱가포르를 계승해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 식의 정상회담을 의미했다면, 현실성 없는 메시지에 불과했다고 볼 수 있다.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한다면, (비핵화 등) 실무회담을 위주로 하는 다자회담 가능성이 크다.”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2016년 방한 당시 순두부를 맛보고 올린 트윗. [트위터 캡처]

 

문) 현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한 평가는.

 

“북한은 현재 팬데믹과 경제 파탄, 국제 제재의 3재(災)로 당분간은 현상유지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운전자론’은 애초에 작명이 적절치 않았다. 다만 앞으로 한반도 상황에서 외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은 강조하고 싶다.”

 

문) 한ㆍ일 관계 돌파구는 찾을 수 있을까.

 

“양국 지도자의 의지와 능력이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작동하는 게 한ㆍ일 관계다. 한국 대통령의 집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기에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일본 역시 총리 교체 등으로 어떤 의미에선 새로운 시작을 하는 시기다. 양국 지도자들이 대국적 견지에서 작은 장애를 넘고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한승주 전 장관이 펴낸 책 표지. [올림 출판사 제공]


한 전 장관은 책 출간과 관련, “상당히 오랜 기간 ‘외교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축적해온 작업”이라며 “사실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근대 외교사가 길지 않은 한국에 ‘외교가 있느냐’고 묻는 것은 미안한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의 책은 외교의 정의부터 한국 외교의 고비를 통시적으로 다룬 학술서 성격이 강하다. 한 전 장관은 “국익을 위한 실용외교의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썼다”고 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