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생활비, 집 장만은 경매로
[[머니위크 커버]직장인의 이중생활/ 경매]
머니위크 | 지영호 | 입력 2010.04.21 10:15
"월급 모아서 집 장만 했겠어요?"
2년 전 3000만원으로 10억원을 벌었다는 안정일(41) 씨를 만났을 때 들었던 말이다. '설마'라는 아이디로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서 회원들과 스터디와 투자를 병행한다는 그는 쥐꼬리만한 월급조차 수시로 밀리자 경매를 시작했다고 했다. 월급으로는 전세살이를 면치 못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지금은 본업을 정리하고 경매에만 매진하고 있지만 그도 한 때는 투잡족 생활을 해야만 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경매공부에 매진하면서 집 근처 매물부터 관심을 가졌고 한채씩 집을 늘어 최고 22채나 보유하기도 했다.
최근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부동산 경매서적을 출간해 인기를 끌었고 방송에도 출연해 자신의 주가를 높이고 있다.
20만원이 없어 단돈 5만원으로 고시원 계약을 하고 2년 뒤 500만원의 종자존으로 자산 2억원을 만든 김은영(29) 씨 역시 경매를 제2의 직업으로 삼으라고 말한다. 그의 저서 < 직장인을 위한 100% 성공경매 > 은 직장인이면서 틈틈이 경매투자에서 올린 성과를 설명해준다.
책은 "의사이면서 주식투자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듯, 웹 디자이너가 경매투자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다"면서 새로운 도전을 주문한다.
직장인 경매족의 이중생활
대기업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성기(38) 씨는 경매 투잡족이다. 겉으로는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는 듯하지만 직장 상사의 눈을 피해 경매정보업체의 매물 평가를 수시로 확인한다.
컴퓨터 모니터에 작은 창을 띄워 경매물의 정보가 끝나면 인터넷 포털의 지도서비스를 통해 해당 지역의 사진을 저장해 놓는다. 최근 지도 검색이 강화되면서 웬만하면 해당 물건의 진입로와 주변 정보를 한 눈에 꿰뚫을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매물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박씨가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둘러보는 매물은 대략 20여개 남짓. 회사에서 주로 공략할 만한 매물을 간추린 뒤 주말을 통해 '임장'에 나선다. 임장은 경매에 나온 물건을 직접 찾아가 정보를 얻는 활동이다. 다수의 경매전문가가 '돈은 현장에 있다'고 강조하는 것도 부동산 경매에 있어 임장이 얼마나 중요한 과정인지 말해주는 사례다.
권리관계 확인을 위해 인근 중개업소나 슈퍼마켓은 탐문의 필수코스다. 집을 구하러 온 사람으로 행세를 해도 대번에 경매물을 확인하러 왔는지 알아본다면 제법 많은 경쟁자가 있다는 이야기다.
권리 분석이 끝나면 경매법원에 출동한다. 월차를 쓰고 참여하기도 하지만 번번이 최고가를 놓치다보니 휴가가 남아나지 않는다. 박씨는 대신 아내를 대리인으로 경매법정에 보내는 방법을 택했다. 박씨의 아내는 '경매 까막눈'이지만 사전에 실수가 없도록 충분히 연습을 한 덕에 지금은 제법 믿고 맡길 만하다.
최근 경매 시작 2년여 만에 공시가의 60% 선에서 빌라 한채를 낙찰받았다. 아직 수익은 나지 않았지만 저가에 낙찰받은 터라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씨는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부동산 경매를 계속 할 생각"이라며 "아내와 함께 주말 나들이로 임장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씨처럼 직장에 매여 있는 경우 가족을 통해 응찰하는 투자자가 꽤 있는 듯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경매법정에 경매를 전혀 모르면서 응찰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면서 "대부분 가족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경매에 참여하는 투잡족의 입찰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영호기자 tellme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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