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해바라기를 바라보고 지나온 올 1년

아름다운비행 2006. 11. 13. 21:09

작년에 강화 삼산에 가서 느낀 것중 하나.

시골에 해바라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해바라기를 사다 심었다.

가을에 수확하면

온 동네 다 나눠 주려고.

 

1봉에 12알이 들은 것중

8그루가 발아를 했고,

여름 땡볕과 폭풍우를 이기고 남은 것이 6그루,

씨를 말려 모으고 나니 반되 조금 못되는 정도가 되었다.

 

그중 실한 놈으로 1컵은 앞집 형님이 가져가셨다.

내년 봄엔 하우스에서 발아시켜 온동네 분양해 준다고 하면서..

 

 

남은 것중 반컵 정도를

여기 양평으로 가져와 화단에 죽 돌아가면서 심었다.

 

 

4월중순에 심었더니

5월초쯤, 벌써 잎이 4개나 되게 자랐다.

이쁜 녀석.

튼튼하게 잘 자라다오.

 

 

 

봄에 날이 가물어

퇴근 전 생수통으로 1통씩 물을 받아다가 주곤하면서

이쁘게 잘 자라라고

격려해주고..

 

5월 30일.

자란 녀석은 벌써 6~10개의 잎을 크게 키우고 있는데

늦게 싹을 틔운 녀석은 이제야 잎파리 네 잎.

 

함께 자라면서도

그중에 문열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지..

 

 

은행나무 아래 심은 녀석들은

화단의 다른 곳과 달리

황토흙이라선지

자라는 게 빠르다.

 

햇빛을 잘 못받아 웃자라는 것 같아

햅볕이 잘 드는 쪽으로 옮겨 심었다.

 

 

7월 1일.

황토흙이 확실히 좋다.

녀석들이 대부분 나보다 키가 훨씬 크게 자라났다.

 

마사토 흙에서도

잘 자란 녀석과

늦되는 녀석의 키는 벌써 4배 정도 차이가 나고..

 

 

그중 늦되는 녀석들 중엔

벌써 꽃 몽오리를 지었다.

자신이 더 크게 자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7월 3일.

키 작은 녀석들은 벌서 활짝 꽃을 피웠다.

큰 녀석들은 이제 몽오리를 벌일까 하고 있는데..

나중에, 이렇게 작은 꽃은 씨앗도 실하지 않다. 

 

 

 

7월 24일.

이제 모두들 활짝 피웠다.

줄기대가 약해

바람에 쓰러지길래

고춧대 긴놈을 사다가 비닐끈으로 묶어줬다.

보기야 좀 흉하지만 쓰러뜨릴 수는 없으니까.

 

식물이 뿌리를 드러내고 쓰러진다는 것은

그 녀석에겐

곧 죽음을 의미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아닌가.

 

 

활짝 핀 녀석들.

너무 깨끗하고 아름다워

보고 있는 내 마음까지 맑아지는 듯.. 

 

 

밤 10시,

키 큰녀석도

곤히 취침중..

 

 

9월 25일.

벌써

자기 분신을 남겨놓고

누워 잠든 해바라기 대.

 

 

 

지난 여름

작열하는 태양 속에

환히 빛나던

너희들의 모습은 내 가슴 속에 남고

난 다시

1년을 가다리련다.